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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의 정점에 선 걸작
◇ 조용필 4집 (1982)
한국 대중음악사를 아로새긴 조용필의 공적은 우리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것 이상이다.
많은 이들은 그를 식민지 시대 최초의 톱스타 남인수와 60년대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
그리고 그 뒤를 잇는 남진-나훈아의 라이벌 시대를 잇는 수퍼스타로서만 인식한다.
하지만 그는 한국이 본격적으로 대중문화산업의 시대를 열어가는 이행기의 한복판에서
세대와 장르의 균열을 지치지 않고 일관되게 봉합해 낸 단 한명의 대중음악가이며,
한국 대중음악사로 하여금 70년대 후반의 파시즘으로부터 기인하는 암울한 매너리즘의
늪을 단숨에 건너게 한 철의 수문장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조용필이 우리에게 선사한 가장 위대한 공헌은 서구 대중음악에
일방적으로 경도되어 있던 음반 시장과 매스 미디어의 주도권을 우리 대중음악이
역전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토대를 제공했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주류의 대중음악가 중 `히트곡'이라는 싱글의 개념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앨범'의 개념을 지속적으로 실현한 최초의 인물이다.
신군부가 광주를 피로 물들이며 오욕의 권좌에 오르는 바로 그 지점 즉,
컬러 방송의 시대가 열리고 대중음악의 주력 수용층이 십대로 이동하는 지각변동 속에서
대마초 파동 이후 3년간의 활동금지 끝에 모습을 드러낸
1980년의 <창밖의 여자>와 <단발머리>는 통속적인 동어반복 속에 몰락해 가던
한국 대중음악을 기사회생시킨다.
1982년의 이 네번째 앨범은 세 번째 앨범까지의 성공의 연장선상에 서 있으면서도
끝없이 상승하는 그의 에너지가 여지없이 발휘된 대표적인 음반이자 브라운관의
엔터테이너가 아닌 아티스트로서의 자기정체성을 자신만만하게 확립시킨
그의 최고 걸작이다.
이 앨범의 서두는 테이프를 뒤로 감는 효과를 사용했던 전작의 <고추잠자리>의
뒤를 잇는 조용필 특유의 로큰롤 <못찾겠다 꾀꼬리>이다.
고저장단의 완급과 진취적인 세 개의 주요 동기가 그윽하게 맞물려 있는 이 노래는
자신의 음악적 출발점이기도 한 서구 록 문법에 대한 능동적인 해석의 지평을 단숨에
펼쳐 보인다.
그리고 폭발하는 발라드 <비련>과 숨어 있는 명곡 <자존심>의 행진.
그의 제국은 결코 우연의 영광이 아니었다.
그것은 제5공화국 시장문화에서 탄생한 하나의 씻김굿이었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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