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Cho Yongpil Fanclub Mi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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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을 돈 조용필은 어느새 청년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거인'도`거장'도`예술인,도아니었다.`구름,이었고`청년,이었을뿐이다.

                    글..이형석스포츠조선 문화부 기자


공연장앞

왁자지끌했다.
어느새 사위어온 5월 초의 토요일 저녁 서울 동대문운동장 주변엔 시장통다운 부산스러움에 어린이날 전날 나들이객들의 시끄러움이
더해졌다.   신문이며 음료수며 복권이며 늘어 놓고 파는 가판대 아저씨의무표정함도,옷가지며 신발이며 각종 액세서리 따위를앞에 깔아
놓은노점 아주머니들의 툭툭 내뱉는 수다도 여전했다.
다만 거리의잡화품목에 첨가된 야광막대와 태극기만이 이곳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조짐을 전해주고있었다.
매표원들과 취객들 사이에 벌어지는 약간의소동, 특유의 기민한 몸짓으로 슬며시 다가왔다 황급히 사라지는 암표상은 이 `특별한 이벤트,의
앙증맞은 장식이었다.  
큰 찻길을 마주한 건너편 밀리오레에서는 쉴새없이 쿵쾅대는 댄스음악이 귀청을 찌ㅅ을 듯했고, 아카시아향은 봄의 밤바람을 타고 코끝을
맴돌았다.


2002년 5월4일 오후7시 무렵의 동대문운동장엔 이렇게 악다구니 같은 삶도 버티고 있었고,오랜만에 남편 팔짱끼고  나들이 나온 촌부의
설렘도 지나고있었다.
목숨건 듯 유행을 쫓는 10대들의 호들갑스런 자기 과시를 뒤로하고, 1970-1980년대를 기억 저편으로부터 불러낼수 있음직한 이들이
동대문운동장 안으로 총총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곳엔  `조용필'이 등장할 터였다.


세대와 공간을 가로지르는 대화

이미 오후7시30분 훨씬이전부터  대부분의 좌석은 차 있었지만 계속 들어오는 입장객들로인해 약간 지체되는 듯했다.
`조용필,이 무대에 오를 때가되자 객석이 잠시술렁거렸다.
`와!,하는 환호가 끊어질듯이 일어나더니 이내 태극기 물결이 여기저기서  일었다.
일어서있거나 태극기를 흔들거나 야광막대를 휘젓거나 하는건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20대거나 기껏해야 30대초반이었다.
양복을 입은 아저씨나 눈에띄게 화사한 옷을 걸쳤거나다소 짙은 화장을한 아주머니들은 쭈뼛쭈뼛 손을 들어 겨우 박수를 치는 정도였다.

이윽고전면에 설치된 특설무대에 조명이 들어오자  그라운드에 플라스틱 의자를 놓아 임시로 마련된 객석에선`조용필,을 한 목소리로
연호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파이프오르간 효과를 낸 웅장한 건반소리에 이어 파란조명이 번쩍하는듯하더니 빛 사이로 조용필이 나타났다.목 부위가단정하게 잠긴줄 무뉘셔츠에 흰색 수트를
걸치고 있었다.
옷깃을 저렇게 꼭꼭 여미면 키가 더 작아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곰곰이 돌아보니 조용필은 언젠가부터 늘 그런 차림새였던 듯하다.

냉큼 알아듣는 스스로가 더 신기하게 느껴질만큼 아주 익숙해진,불쑥 걸려온`옛 연인'의 전화처럼 그의 노래가 시작됐다.
`때로는 후회도 아름다워,그것은 살아가며 남겨진 흔적의 의미야....,세상은 자꾸만변해가지만  소중한 사랑은 내마음 속에 있는것.'
1992년 10월에 발매된14집 슬픈베아트리체에 수록된 흔적의의미.    대구(5월11일),부산(18일)광주(24일)로 이어지는 다소 긴 제목의
"전국 순회 공연`2002비상 조용필 콘서트-승승장구 코리아"의 첫 출발 신호였다.

이제부터  그의 노래는 세대와 공간을 가로지르는무수한 대화가 될것이다.
스타란 무릇 `내 이름,을 불러주고 `나,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나,의 서러움을 들어 주며, `나,와 같이 숨쉬고 , `나,와 같이아파할때만  스타일수 있으니까.
필자는 1971년생이었고 조용필은 1950년생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를    목청껏 외치다가
핀잔 썩인 꾸짖음을 들은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그리고 `서울 서울 서울'                                                                                                                                                  

                                                                                                                                                                                                                                                                                                                        
`창밖의 여자 '로  조용필이라는 존재를 대중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긴 1집 수록곡`단발머리가 이날 공연의 두번째 곡이었다.
첫 곡의 의미심장함을 경쾌하게 역전시켰다.
`물망초'`꿈' 등 끊임없이 막힘없이 두세곡이 이어졌다.

올림픽을 앞둔 1988년 5월 발표곡.  거기엔 시류를 거스르지도않고 시류에 영합하지도 않게, 유유히 시대의 격랑을 지나온歌客의 모습이 있었다.
왠지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는 신중현의 모습이 눈에 겹쳐졌다.  아름다운강산은 朴正熙정권시대에 태어났고 서울 서울 서울 은 전두환정권때 만들어졌다.
캠페인 송 이었지만 결코 캠페인 송이 될수 없었던 명작들.
그 어디에도 가두어질수없었던 魂과 기. 조용필도신중현도 밥딜런이나 지미핸드릭스,엘비스 프레슬리가 아니었지만, 늘 대중곁에서 그들과함께 ,그들 대신 울어주고
웃어주고 행복해 했고 고독해 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충만한 존재들이었다.

`어제 우리가 찾은것은 무엇인가, 잃은것은 무엇인가, 버린것은 무엇인가',`어제오늘그리고'(1985년4월발매 7집)는그들과 시간과 감성을 고유했던,
영악하게도 용감하게도 비겁하게도 살지않았던 모든이들에게 바치는 쓸쓸하지만 따뜻한위무가 아닐까.
가슴속을 휑하니 돌아가는 바람을 서늘할때까지 놔뒀던 조용필이 일순 분위기를 달구었다.`나는 너 좋아'였다.

52세.  天命을안다는 나이. 국악 같으면 `명창'이라는 칭호가 낯부끄럽지 않을 세월을 쌓아온그가"아직은 사랑을 몰라 "라며외치는모습은 귀엽기도 했고,
의미 심장하기도 했다.  객석으로 눈을 돌려보니 대부분의 관객이 흥겹게 따라부르고 있었지만 넋을 놓고 박자를 놓친채 버릇처럼 손뼉을 치는 아주머
니가 시야에 들어왔다.  박자따윈,노래사이사이에 약간 쉰 듯한 조용필의 목소리도,두어번있었던 기침소리쯤이야더더욱 아무래도 좋은 밤이었다.


巨人도 `예술인'도아닌`歌客'


스트레이트로 곡조를 뽑아대던 그가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조용필 입니다."(`와'하는함성)감정에 겨患쩝?잠시 말을잇지 못했다.
"항상 오래간만이라서 어떻게 여러분께 인사를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오랜시간 노래 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나와서 여러분과 노래하니 너무너무 좋습니다."또잠시  정적.
"날씨가 굉장히 더웠죠?엊그제까지 굉장히 추웠었는데 이렇게 빨리더워질지 몰랐습니다."

1968년 18세의 나이로 그룹`에트킨즈'라는그룹을 결성해 주한미군 무대에서 활동하기시작한지  34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 정도의 나이테를 가진 歌 人 이라면 어눌함이 더 어울리고 , 쉬운 말이 오히려 더 가슴을 파고드는 법 아닐까.
인사치레의 날씨이야기라기보다는 그가 대중들과 함께 보낸 젊은 날에대한 메타포처럼 들렸다.

"자,다시 한번 할게요."
`그 겨울의 찻집',`돌아와요 부산항에', `친구여',`고추잠자리'가 이어졌다.
삶의 처절함과 공허함을  사랑하는 남자.
역시 흰색으로 디자인만 약간 달라진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등장했다. 반환점이었다.
시간과 공간은`과거'에서 급작스레`현재형'으로 바뀌었다.


`그대를 사랑해',`자존심'으로부터 `여행을 떠나요'까지 또다시 10곡이 쏟아졌다.
샤갈의 그림을 생각나게 하는 애니메이션과 함께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15집 1994년 7월)가 분위기를 절정으로끌어올렸고,월드컵을 기념해만든`꿈의아리랑'
이울려퍼지며공연은  막이 내렸다.

반환점을  돈 조용필은 어느새 `청년'으로돌아와 있었다.  1부가 삶의 처절함과 공허함을 아름다움으로  바꾸어내는 `구름같은 가객'의모습이었다면,
2부는`여전히세상을 사랑하고,사람을 사랑하는 청년'이라는선언 이었다.
그는`巨人'도`巨匠'(거장)도`예술인'도 아니었던 것이다.`구름'이었고 `청년'이었을뿐이다.
                                                                                                    

`기다려요한마디에 긴긴 세월 살아 온 나..........<생략>(`내이름은 구름이여' 3집.1981년 3월)
`소리쳐부르던 지난 날의 꿈  너는 새가 되어 날아갔지만  같은 모습으로 살수없기에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15집,94년 7월)

오늘아침     내가 행복한 이유는 이런거지
오늘아침내가 서러운 이유도그런거야                                                  
청춘이 아름답다 하는것은 환상이지 환상 이라야해
지금부터 시작되는 시간들이 최상이 되어야지
아무것도 나는 가진게 없다네 없다네
재능이나 사명 남겨줄 가치도 모른다네
그러면서 무엇인가 기다리고  무엇인가 찾아서 헤맨다네
언제나 찾아오는  아침처럼 희망하나 남아서       (말하라그대들이 본것을 10집19894월)


이날의공연은  30대 이상 세대의`존재증명'이었던 동시에 `청년조용필'의존재증명이지않았을까_.




*내가 이 글을 접한것은  2002년 8월, 속초송지호에서  조그만 노래방을하는 언니의 가게에서다.(작년 잠실에서 함께 비를맞은 오빠의팬)
오랜만에 한국에서 오빠를접했기에  너무도 기뻐서 얻어온 책의 글이다.
하지만 처음엔 이글을 쓴기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선뜩다는 이해가 가지않았다. 작년 8월초 신주꾸에서 `비상 콘서트'dvd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리고  그`비상 콘서트'는  나를  잠실 벌에 가지않으면 안되게 하고 말았다.
그  역사적인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감사할 따름이다.

오빠 !  한없이 감사하고,존경 합니다.


*여러분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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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현 1999-10-23 1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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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상원님 화이팅,조용필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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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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