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공모-044] 뛸 준비하고 오라시더니...

2006.12.10 01:50

지오스님 조회 수:1082 추천: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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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우리는 예당공연을 기다리며 가슴설레는 날을 맞이했었다. 경제적으로 많이 궁핍해진 우리들의 주머니사정을 고려하신걸까 올해는 체육관에서 3일간의 공연뿐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처음엔 많이 서운했었다.
사실 몇년간 예당공연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체육관공연의 밋밋한(?) 무대를 싱거워할수도 있을것이다.하지만 이런 것들은 매니아들에게 있어서는 조금도 이유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번 서울공연 티켓을 예매할 당시부터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컴퓨터에 아직 상식이 부족한 나는 늘 조카에게 부탁을 한다.
다행히 점심시간대에 예매가 시작되는지라 기회는 참 좋다.
늘 닷컴에서 예매를 하는데 아시다시피 그 시간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접속을 하는지라 컴이 다운되기 일쑤다.
조카가 계속 다급하게 전화를 해 왔다. "두 장을 클릭해야하는데 한장을 하고 연이어 또 한장을 하려면 이미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가 버려요."
다른 사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테니 계속해 보라며 나는 다그쳤다.
결국 앞자리는 다 놓치고 건진것이 79,80번이었다.
( 어렵게 예매를 해 놓고 조카는 미지밴드에서 코러스를 맡게되어 이번공연은 포기를 해야했다).예매를 했으니 이제는 그날 사찰에 별일이 없기만을 기대했다. 아뿔싸!!!  그런데 공연 하루전날, 제주도 출장 갈 일이 생겨버렸다.
내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벌써 왕복 비행기표가 예매되었단다.
난 조심스럽게 사무실 아가씨에게 물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시간은 언제입니까?"
"8일 오후 1시입니다"
난 가슴을 쓸어내렸다. '분명히 하늘이 도운게야'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다행히 볼일이 일찍 끝나서 시간을 앞당겨 비오는 제주를 뒤로하고 다시 서울에 입성했다.
예전공연 갈때는 많이 추웠던것 같은데 서울공연 첫 날은 참 포근했다.
이번에는 혼자 출발하게되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잠실에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그곳에서 뭘 하느냐고 물으셨다.
난 모임이 있다고 얼버무렸다. 그랬더니 체육관 입구부터 워낙 많은 차들이 주차돼 있는걸 보시더니 "모임이 대단히 큰가봐요?" 하신다.
그제서야 난 답답한 마음에 " 기사님~ 다니시다가 현수막 못 보셨나요?.조용필씨 콘서트합니다. 이 분만 떴다하면 이래요."
기사님이 그제서야 궁금증이 풀리셨다는듯 웃으셨다. 내릴때에는 좋은 시간되라며 인사도 건네시고...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 나서도 늘 부스에 도착하는 시간은 불과 공연시간 몇 분 전이다. 그래서 몇 분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공연장엘 들어갔다.
벌써 대부분의 자리는 메꿔진것 같았다.
이번에 공연장에서는 낯익은 얼굴을 한 분도 발견하지 못했다. 늘 앞자리를 지키던 짹이님이 보이지 않아서 더욱 더 그랬다.

잠시 후!!!
필님이 드디어 모습을 보이신다.
새 헤어스타일이 너무 궁금하다던 조카가 떠올랐다. 난 별로 달라진 모습을 못 느꼈는데... 뛸 준비하고 오라시더니 오늘 공연에서 많이 뛰실려고 비교적 가볍게 입고 나오셨다. 몇 곡을 부르시더니 멘트를하신다.
"작년이나 제작년이나, 십년, 이십년이 지나도 다 그대론데 나만 늙는거 같다" 고...
그렇게 말씀하시니 어느 쪽에서 "오빠도 그대로세요!" 라고 누군가 힘차게 외친다.
필님~ 그들이 그대로인건 공연때마다 본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안동공연이 불과 며칠전인데 뭐 얼마나 변했을라구요? ㅎ ㅎ...
이제는 필님의 멘트도 세월따라 많이 변해가신다. 옛날엔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만 수없이 하셨는데 이젠 제법 농담도 하시니 말이다. 공연중에 함께 합창하지 않으면 집에 가겠다고 엄포도 놓으시고...
돌출무대에선 꽃다발을 받아달라 사정(?)하는 팬에게서 꽃다발을 받고선 "어이구, 어이구...하면서 꽃으로 막 그 팬을 때리기까지 하셨다.
꽃으로 필님께 맞았으니 그날밤 그 팬은 잠을 제대로 잤을까?
공연보면서 한바탕 웃었던 일은 [비련]부르실때 전주가 끝나면 바로 -- 기도하는..--으로 들어가야 바로 -- 오빠~ -- 가 나올텐데 이 부분에서 우리를 자꾸만 놀리신다. 그치만 우리는 벌써 몇번을 당한 적이 있지않은가!
필님~ 이것도 자꾸 써 잡수시면 약효가 상당히 떨어진다는거 아셔야 합니다 흠!.
이번 공연에서 좀 달랐던건 [여행을 떠나요]가 초반에 나오고 오색 꽃가루도 일찍 뿌려진다는것이다. 늘 여행을 떠나요는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고, 꽃가루 역시 돌아갈 시간을 의미했었는데...(오색과 흰색은 그 의미가 다른가보다)
함께 간 일행은 연발 감탄사를 쏟아낸다. 삼십여곡을 부르고도 어쩜 목도 잠기지 않느냐고...
처음 공연을 왔을땐 어리둥절해서 아무것도 몰랐는데 이젠 공연을 즐기는 여유도 생겨서 가사를 잘 들어보니 노랫말이 아니라 법문이란다.
이 사람 역시 지금의 내 조카처럼 흠뻑 빠져들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든다.
공연중 스크린에 비치는 모습중에는 참 인상적인 사람도 많다. 특히 남자분들이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며 즐기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신나고 흐뭇했다. 누구나 필님의 노래를 들으며 하나될수 있는 공연장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는데 노래는 어느덧 끝을 알린다.
이렇게 또 한해를 접을 즈음에 당신의 음악으로 인해 행복해 질수 있고, 좋은 인연들을 만날수 있게 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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