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필 40주년 콘서트에 구경갔다. 굳이 '구경 갔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노래를 듣기 위해 간 것이 아니란 뜻이다. 한국사 최고 가수의 40년 가창력과 그의 팬들, 무대 주도 노하우와 스케일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역시!!! 이 공연은 꽤 괜찮은 구경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잠실 주 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 관객의 합창(그리고 밖에는 그들이 타고 온 자동차가 3중, 4중으로 주차되어있는 최대 주차장) 레이저, 비디오, 멀티미디어, 홀로그램, 조명탑 등 최첨단 기술이 동원된 무대 , 2시간 35분을 쉬지않고 노래하는 괴력의 원로가수(그의 나이 벌써 58세다. 그것도 만으로^^;;) 도대체 한국 어디서 이 모든 것이 함께 있는 공연을 볼 수 있단 말인가.

"오빠 멋져요~"란 환호성보다 '와~ 장난 아니다"라는 감탄이 먼저 나왔다. 무엇보다 무대 장치면에서 ' 못 보던 것'이 참 많이 나와주신다. 가로 26m 세로 9m짜리 초대형 LED 스크린과 40m 높이 트윈타워에 설치된 특수영상장치는 자국에서 공수해왔다는 비욘세의 미국산 무대장치가 가소로와 보일 정도였다.
규정상 밤 10시 이후엔 터뜨릴 수 없는 대형폭죽을 10시 직전에 '서울서울서울'에 맞춰 4분 동안이나 쏘아올렸다. 앵콜곡 '여행을 떠나요'를 부를 땐 무대로 부터 객석을 향해 커다란 모형비행기를 날려보냈다 . 전선줄을 타고 움직이는 모형비행기에는 용필airline이라는 깜찍한 문구까지 써서^^;; '킬로만자로의 표범'을 부를 때는 거대한 얼음산 모형이 불쑥 솟아 오르는 깜찍쇼를 보여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장관은 객석을 수놓은 5만명의 눈빛과 형광봉 행렬일 것이다.
연신 현란하고 다소 유치하다는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용필이 오빠의 여동생들 세대(40대 아주머니들)는 즉각 반응하시며 너무 좋아들 하셨다. 조용필의 잠실 주 경기장 무대는 35주년, 37주년 공연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이전 두 번 공연이 폭우 속에서 치뤄졌기에 한없이 아름다운 5월의 여름밤을 배경으로 진행된 이번 콘서트는 그야말로 신이 주신 축복의 장이었다. 대단한 관객의 열기를 품 어주는 넓은 경기장과 높은 하늘까지... 360도 전체를 무대로 삼아야 했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음향에서는 피해를 보게 됐다. 조용필의 목소리가 메아리쳐서 들리는 일명 '목욕탕 사운드'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용필의 밴드 '위대한 탄생'의 멋진 연주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 경기장 내 조용필의 목소리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상대적으로 연주파트를 톤다운 시킨 듯 했다. 게다가 5만명이 모두 아는 노래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부르는 분위기. 처음에 말했던대로 '구경'은 되지만 '감상'은 되지 못했던 공연이었다.

그럼에도 조용필 라이브의 위대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비련'을 비롯해 '고추잠자리', ' 못찾겠다 꾀꼬리', '나는 너 좋아' '단발머리' '바람의 노래' '마도요' '청춘시대' '큐(Q)' 등 도대체 끝이 없는 36곡의 히트곡. 게스트 없고, 연주타임없이 홀로 소화한 2시간 35분의 저력 자체가 실력이요, 가창력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아픔의 시대, 시적인 작사와 세련된 작곡으로 40년을 이어온 조용필의 모든 것을 체감할 수 있었던 무대, 그의 별명이 영원한 오빠, 한국의 가왕인 이유를 알겠다. 세대를 뛰어넘어 모두가 사랑 할 수 밖에 없는 그의 노래는 계속해서 그를 '오빠'로 삼고 싶어하는 여인들을 만들어낸다. "지난 40년 조용필이 있어 우리는 행복했습니다"라고 스탠드에 플래카드를 거는 팬들이 있는 한, 그는 10년 더 노래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출처:http://music.hanafos.com/Magazine/view.asp?type=7&ml_idx=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