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Cho Yongpil Fanclub Mi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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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중앙일보 
기사 날짜 2018-05-03 
[조용필 50년]③뿅뿅뿅 전자 리듬 뒤에 숨겨진 밝은 슬픔


[조용필 노래 베스트 11]
1980년 1집 수록곡 '단발머리'
전자악기 첫 도입 펑키 멜로디
국내 최초로 '오빠부대'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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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수 조용필이 좋아하는 수식어는 뭘까. 지난달 KBS2 ‘불후의 명곡’ 녹화에 나선 조용필은 ‘가왕’이니 '전설’이니 하는 거창한 표현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왕이 뭐예요. 조선시대도 아니고. 나이 든 사람 같고. 부담스러워요.” 그는 흔히 부르는 ‘선생님’이라는 호칭보다도 ‘조용필씨’를 선호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수식어를 꼽자면 ‘오빠’다. 팬클럽 ‘미지의 세계’의 이정순 회장은 “여자 팬들은 물론 남자 팬들도 ‘형’보다는 ‘오빠’라고 부르는 걸 선호한다”며 “최초로 ‘오빠부대’를 이끌었기 때문에 그만큼 상징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8군에서 기타리스트로 시작한 조용필은 1980년 1집을 발표, ‘창밖의 여자’‘단발머리’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오빠부대의 탄생을 알렸다.

12일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시작되는 50주년 콘서트 투어 ‘땡스 투 유(Thanks To You)’를 앞두고 지난 2008년 중앙일보에 연재된 ‘조용필 40년 울고 웃던 40년’시리즈를 디지털로 재구성했다. 당시 가수ㆍ평론가ㆍ소설가ㆍ시인ㆍ방송인 10명이 참여해‘조용필 노래 베스트’를 선정했다. 2008년 1월 15일 송기철 대중음악평론가가 ‘단발머리’에 대해 쓴 기고문이다.


80년대 아픔 녹인 ‘달콤한 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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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형 덕분이었다. 네 살 차이였지만 단둘이었기에 음악을 즐겨 듣던 형은 내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초등학교 5학년 어느 날 형이 테이프 하나를 들려줬다. 나는 신기한 악기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빰빠 빠밤빠빠빠, 뿅뿅뿅’. 생전 처음 들어보는 희한한 악기 소리에 이어진 노래는 너무나도 강렬했다.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 진성에 가성을 겹쳐 녹음한 창법도 독특했는데, “으흐음 못 잊을 그리움~ 남기고 그 소녀 데려간 세월이 미워라 으흐음~ 뿅뿅뿅.” 이 부분을 들으면 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좋았다. 혼자 엉뚱한 상상도 했다. 주인공인 단발머리 소녀는 어느 권투선수(1980년대 초반에는 권투와 고교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였다)의 팬인데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당시 인기 절정의 가요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에 나와 한 손에는 마이크를 들고, 한 손으로는 전자드럼을 연주하며 ‘단발머리’를 노래하던 조용필의 모습은 장안의 화제였다.


'단발머리’는 나를 사로잡았다. 내 인생의 조용필 노래 가운데 ‘첫 정’을 준 작품이다.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가수 조용필을 세상에 알렸고, ‘창밖의 여자’가 그를 구원했다면, ‘단발머리’는 조용필의 미래를 약속한 노래다. 그의 대다수 노래는 독특한 공통점이 있다. ‘단발머리’만 해도 그렇다. 템포는 경쾌한 편이지만, 전하는 느낌은 매우 슬프다. 나는 조용필의 이 ‘밝은 슬픔’이 좋다. 어두운 슬픔이 아니기에 미술의 보색 대비처럼 그 슬픈 느낌이 더욱 선명하게 듣는 이의 마음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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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KBS 위성TV에서 ‘가요@빅뱅’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조용필 35주년 특집’을 준비했다. 황정민 아나운서와 나는 각각 시골다방 종업원과 DJ로 분장하고, 난생처음 연기를 해봤다.

나팔바지를 입고 촌티가 줄줄 흐르는 분장을 한 우리 두 사람은 열심히 조용필의 음악을 얘기했다. 특집 프로그램을 어느 시청자가 조용필 팬클럽 사이트에 올렸고, 그것을 본 조용필이 감사의 뜻을 전했다는 말을 PD에게 들었을 때 정말이지 날아갈 것 같았다.

한 시청자가 “조용필의 노래에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지 않다”라는 글을 올려 게시판이 벌집이 되기도 했다. 나는 그 소동을 보며 ‘보사노바의 아버지’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이 떠올랐다. 그가 보사노바를 만든 60년대 초반, 브라질은 군부독재 치하로 접어들었다. 달콤한 멜로디에 주로 사랑을 노래한 조빙을 두고 일부에선 “나라가 이토록 어려운데 사랑타령만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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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날 브라질에는 이런 말이 있다. “대통령은 몰라도 조빙은 안다.” 보사노바는 축구ㆍ삼바와 함께 브라질을 상징하는 명물이 됐다. 조용필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80년대를 견뎠다. 그 우울했던 시대에 그의 노래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숨을 쉴 수 있었을까.

이번 글을 준비하며 많은 사람과 조용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음악 관계자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었는데 하는 일과 상관없이 거의 모든 사람이 조용필 노래를 줄줄 꿰는 걸 보면서 다시 한번 놀랐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현재 음반매장에서 조용필의 정규 음반 가운데 상당수를 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히트곡 모음집이나 베스트앨범이 구비돼 있을 뿐이다. 그의 모든 앨범을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40년 동안 우리를 울게 하고 웃게 해준 국민가수 조용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조용필과 우연히 두 번 마주쳤다. 두 번 모두 음식점이었다. 그에게 차마 사인을 요구할 수 없었다. 내 우상의 식사를 방해해선 안 된다는, 나름의 의젓한 생각 때문이었다. 다시 조용필을 만나면 반드시 사인을 받을 것이다. “제 나이가 올해 마흔인데요, 제 나이만큼 음악을 하셨네요. 제 아내는 처녀 때부터 지금까지 ‘단발머리’랍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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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필, 그때 내 마음은…

 1979년 초 곡을 만들었고, 1년 뒤 박건호씨가 가사를 붙였다. 무엇보다 사운드가 충격을 줬다. 국내 최초로 전자드럼ㆍ전자건반을 도입, 펑키한 리듬을 만들었다. 가성 또한 파격적이었다. 코드와 편곡 모두 획기적이어서 음악계에서 깜짝 놀랐다. 새로운 멜로디에 맞게 가사도 젊게 써달라고 주문했다.

당시 젊음의 상징이었던 단발머리를 끌어들였다. 노래가 히트하면서 단발머리의 주인공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됐다. 루머도 많았다. 특정인을 염두에 둔 건 결코 아니다. 가사에만 치중했다. 단발머리의 추억을 심어주고 싶었다. 요즘도 이 노래를 부르면, 모든 관객이 일어선다. 또 노래를 합창하며 옛 시절로 돌아간다. 여자들은 노래 주인공이 자기라고 생각하고, 남자들은 추억 속의 대상을 동경한다.

이 노래로 ‘(조용필) 오빠’라는 말이 생겼다. 큰 영광이다. 주로 팝송만 듣던 젊은이들이 가요도 좋아하게 된 결정적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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