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이라는 거창한 호칭 이전에 그는 영원한 ‘오빠’였다.

가수 조용필이 15년만의 일본공연을 통해 4000여명 현지팬들을 열광시켰다.

조용필은 7일 일본 도쿄 국제 포럼홀에서 ‘조용필 & 위대한 탄생 헬로우 투어 인 도쿄 원나잇 스페셜’을 열고, 관객들을 만났다. 1998년 일본 11개 도시 투어 이후 15년만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입장한 관객들은 비록 나이는 지긋했지만,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조용필 얼굴 모양의 부채, 반짝이는 응원봉을 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빠! 보고싶었어요’라는 한글 피켓을 들고 “오빠!”를 연호하기도 했다.

세월을 헤집는 조용필의 레퍼토리는 그들의 ‘단발머리’ 시절과 ‘창밖의 여자’를 떠올리게 했고, ‘미지의 세계’를 찾느라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외롭던 날들을 불러냈다. 열정을, 심장을 ‘바운스(Bounce·뛰게하다)’하는 조용필의 마법이 펼쳐지는 120분이었다.

가왕 조용필이 7일 일본 도쿄에서 공연 ‘원나잇 스페셜’을 열고 뜨거운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제공|인사이트

◇15년만의 공연 4000여팬의 뜨거운 박수

오프닝을 연 곡은 지난 4월 ‘가왕의 부활’을 알렸던 ‘헬로우(Hello)’ 였다.

환한 미소로 무대 2층에서 등장한 조용필은 유창한 일본어로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건강하셨죠? 정말 오랜만이네요. 15년? 20년? 여러분은 그대로네요. 저는 어때요? 젊게 보이죠?”라며 “그동안 한국에서 TV 출연은 거의 하지 않고 콘서트로만 활동을 했는데요, 올해 한국에서 10년 만에 앨범을 내고, 투어 콘서트 중입니다. 앨범은 히트를 했구요. 일본에서도 앨범이 나왔으니 많이 사서 들어 주세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무대에서 조용필은 데뷔 45년간의 히트곡을 총 망라한 23곡의 레퍼토리를 꾸렸다. ‘미지의 세계’, ‘단발머리’, ‘고추잠자리’, ‘나는 너 좋아’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와 직접 기타 솔로 연주를 한 ‘남겨진 자의 꿈’, ‘못찾겠다 꾀꼬리’, ‘친구여’ 등을 열창하며 객석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공연의 백미는 조용필을 일본에 알린 최초의 히트곡 ‘돌아와요 부산항에(1982년)’와 일본 내 외국가수로는 최초로 100장 판매기록을 세웠던 ‘추억의 미아(오모이떼 마이고·1986년)’와 였다.

가왕 조용필이 7일 일본 도쿄에서 공연 ‘원나잇 스페셜’을 펼치며 열정적인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 제공|인사이트

관객들은 감성에 푹 젖어 노래를 합창했고, 열렬한 박수로 가왕을 응원했다. 무대에 불꽃을 쏘아올린 ‘모나리자’에서는 공연장 1층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조용필의 손짓에 맞춰 춤을 추는 장관을 이뤘다.

이번 공연은 지난 5월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11개 도시를 돌았던 ‘헬로우 투어’의 연장선상에 있다. 국내 투어를 진두지휘한 김서룡 감독을 비롯한 한국 스태프와 돔규모의 공연만 수십회 이상 진행한 일본 야마토팀 등 한일 양국 총 200여명의 스태프가 무대를 꾸몄다. 특히 인상적인던 것은 도트 이미지(Dot Image)라고 불리는 특수 기자재였다. 음향에 맞춰 무대 위에 3D 문양을 만들었다가 흩어졌다 하는 최첨단 전식 시스템으로, 조용필이 이번 공연을 위해 직접 제안한 것이다.

조용필은 공연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도트 이미지를 통해 무대 조명이나 이런 것들이 기술적으로 굉장히 좋아졌다, 색다르다 느끼실 것같다. 국내 투어에서도 선보이고 싶은데, 전문가들이 필요한 일이라 가능할지는 모르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가왕 조용필이 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원나잇 스페셜’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펼치고 있다.제공|인사이트

◇가왕의 노래도, 팬심도 현재진행형

가왕에게 올해는 특별한 해다. 지난 4월 10년만에 선보인 19집 앨범 ‘헬로우(Hello)’가 국내에서 30만장이라는 이례적인 판매고를 올렸고, 타이틀곡 ‘바운스’가 국적과 세대를 초월해 선풍적인 사랑을 받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전세계에 위용을 떨치고 있는 K팝이 아이돌그룹의 전유물이 아님을 그는 노래로서 보여주고 있다. 이날 공연에서도 ‘바운스’를 부르는 전세계 해외팬들의 영상모음과 경기도 용인 성복초등학교 학생들의 그림 팬레터가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수십년째 그를 좋아해온 팬도, 파란 눈의 유럽 팬도, 초등학교 4학년 최연소 팬도 모두 조용필에 대한 애정은 뜨거웠다.

가왕 조용필이 7일 일본 도쿄에서 공연 ‘원나잇 스페셜’을 열고 뜨거운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제공|인사이트

가수로서 새로운 출발 앞에 선 그에게 일본팬들의 사랑과 격려도 쏟아졌다. 현장에서 만난 사노(66·여)씨는 “올해 직접 서울을 방문해 ‘헬로우’ 공연을 관람할 만큼 조용필의 팬이다. 조용필이 15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공연을 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마다 (64·여)씨는 “2년 전, NHK BS ‘타니무라 신지’의 방송에서 조용필이 소개되는 프로그램을 보고 좋아하게 됐다. 영혼을 담아 노래 부르는 모습과 뛰어난 가창력, 표현력이 조용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용필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앞서 조용필은 지난달 16일 일본판 ‘헬로우’를 발매했다. 이번 앨범은 1982년 일본에서 발매된 ‘돌아와요 부산항에’ 이후 9번째 앨범이자, ‘서울 서울 서울’ 이후 25년만의 신작앨범이다. 조용필은 “15년만의 일본 방문은 앨범을 소개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있고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을 통해 본격적으로 일본에 진출한다든가 하는 걸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단지 음악이 좋고 계속 하고 싶기 때문에 꾸준히 시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조용필은 일본 콘서트 이후 한국에서 ‘헬로우’ 콘서트와 앵콜 콘서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도쿄(일본)|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