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Cho Yongpil Fanclub Mi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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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주간조선 
기사 날짜 2013-05-2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53&aid=0000017579

 

지난 5월 1일 MBC ‘뮤직 쇼! 챔피언’에서 조용필의 신곡 ‘바운스(Bounce)’가 1위를 차지했다. 5월 3일에는 KBS ‘뮤직뱅크’에서도 로이킴의 ‘봄봄봄’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MBC에서는 1990년 ‘추억 속의 재회’로, KBS에서는 1989년 ‘Q’로 1위를 차지한 지 각각 23년, 24년 만의 일이다. 시간이 조용필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로 되돌아간 듯하다. 어쩌면 조용필의 음악인생에서 ‘현상’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적용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80년대는 ‘현상’이랄 것도 없이, 완벽한 그의 시대였으니까.

이 현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 조용필의 19번째 앨범인 ‘헬로(hello)’가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그의 음악적 시제를 젊은층까지 포괄할 수 있는 동시대로 치환했다는 데 있다. 이번 앨범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모던록, 기타팝, 일렉트로니카 등 지금 이 시대의 문법으로 만들어진 곡들이 있다. 앨범에 담긴 유일한 자작곡 ‘어느 날 귀로에서’를 비롯한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 성향의 음악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절대적 지분은 전자의 몫이다.

‘헬로’는 세상에 알려지는 방식부터 기존과는 달랐다. 대규모 공연을 개최할 때마다 기자회견을 하던 관례를 벗어던지고, 포털사이트에 스페셜 페이지를 개설했다. 앨범의 티저 영상과 신곡 ‘바운스’를 공개했다. 아이돌이나 쓰는 컴백 방식이지만 조용필의 이런 새로운 시도는 검색어 1위가 되어 돌아왔다. 4월 23일 올림픽홀에서 열린 쇼케이스는 동시대성의 정점이었다.

그 자리에 섰던 이들 중 대중에게 널리 통용될 이름은 자우림, 박정현 정도였다. ‘나는 가수다2’로 갓 스타덤에 오른 ‘국카스텐’, 일렉트로니카 동네에서는 이미 스타이지만 대중적 지명도는 아직 미약한 ‘이디오테이프’, 그리고 신인 보컬그룹 ‘팬텀’이 무대에 올랐다. 자신의 피는 보컬리스트와 록, 그리고 첨단의 음악에 흐르고 있다는 것을 말 없이 선언함으로써, 동시대와 호흡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처럼 보였다.

이 모든 것들이 18집 ‘오버 더 레인보우’를 발표했던 10년 전과는 다르다. 아니, 1990년대와도 다르다. 댄스음악이 천하를 제패했던 1990년대와 함께, 그의 음악적 성향은 어덜트 컨템포러리로 선회했다. 인생의 깊이를 아는 세대만이 부르고 소화할 수 있는 노래였다. 한국의 성인가요 하면 트로트만 생각하던 시대에 조용필은 자신의 세대까지 포괄할 수 있는 발라드를 제시했고, 또한 멋지게 성공했다. 이 흐름은 ‘꿈’ ‘고독한 러너’까지 이어지며 ‘서태지와 아이들’이 새로운 패자로 등극한 댄스음악 천하에 적응하지 못했던 기성층의 맹주로 여전히 조용필이 자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었다. ‘신세대’가 화두로 떠올랐던 당시 사회에서 기성세대는 문화적 중심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문화소비층인 1970년대 중후반생들은 비록 조용필의 음악을 듣고 자라났지만 더 이상 조용필을 소비하려 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소비되지 않았던’ 이문세나 들국화 등의 라디오 스타들만이 1970년대 중후반생들에게 살아남은 1980년대였다. 반면 조용필 신화의 기틀이 됐던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후반생들의 조로(早老)는 너무 빨리 찾아왔다. 댄스그룹들이 TV를 장악하다시피하면서, 그들이 즐길 만한 음악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공룡처럼 전멸하다시피했다. 말하자면 그들을 위한 공급과 소비가 동시에 사라졌다는 얘기다.

정리하자. 1980년대의 조용필은 기성세대부터 새로운 세대까지, 즉 베이비붐 세대와 (미래의) 신세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음악을 했지만 1990년대부터 전자를 택함으로써 동시대로부터 조금씩 밀려났다. 물론 1990년대와 함께 그가 한국보다는 일본으로, 방송보다는 공연장으로 활동무대를 옮겼기 때문에 대중의 눈에 띄지 못했다는 점을 참작할 필요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버 더 레인보우’는 가왕이 느꼈을 법한 딜레마를 말해줬던 앨범이다. 이 앨범에서 그는 ‘가요’라는 틀을 넘어 오페라와 프로그레시브록을 시도하며 자신의 음악적 야심을 실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조용필이 조용필일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 즉 대중성과 음악성의 균형이 사라졌기에 욕망은 과잉이 되어 넘쳐흘렀다. 아티스트적 성향이 가득한 앨범일수록 아티스트 스스로 창조의 과정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건만, 이 앨범에서 조용필은 그 욕심을 타인의 곡에 의지해 해결하고자 했다. 따라서 손발이 맞지 않는 게 당연했다. 시도에서는 많은 미덕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헬로’ 신드롬의 또 하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껏 서술했던 지난날의 시행착오를 극복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헬로’는 마케팅과 음악 양쪽에서 지금의 세대를 포용하는 앨범이다. 그렇다고 아이돌 댄스뮤직을 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TV보다는 공연장에서 더욱 큰 시장을 갖고 있는 모던록과 일렉트로닉 장르를 시도하지만 해외 1급 스태프들을 작곡, 믹싱, 마스터링에 동원함으로써 국내 사운드의 아쉬움을 일소한다. 또한 이런 장르의 문법에 억지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고유의 창법을 유지함으로써 기성세대의 거부감 역시 덜어낸다.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을 통해 조용필을 새롭게 알게 되고, 그의 전설적 음악인생을 접하게 된 새로운 세대는 이 동시대성을 통해 조용필을 전설에서 현실로 받아 안게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는 법. ‘헬로’가 가진, 어쩌면 조용필 세대가 가진 아쉬움은 있다. 많은 노래들을 외국 작곡가에게 위탁했다는 사실이다.

인터뷰에 따르면 가왕의 권위에 국내 작곡가들이 곡 쓰길 두려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운스’의 뮤직 비디오 출연진이 전부 외국계로 채워진 것에서 알 수 있듯, 그게 전부는 아닐 것 같다. 한국 대중음악이 기획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개성 강한 창작은 대부분 인디음악계에서 담당하고 있다. 기성 작곡가들이 가왕과의 작업을 부담스러워했다면, 참신한 감각을 갖춘 젊은 인디뮤지션들과 작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45년의 경력과 그 누구보다 치열한 음악적 욕심이 그들의 모험심과 어우러졌다면, ‘헬로’는 웰메이드 앨범을 넘어 전에 없던 모범사례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전설이 동시대의 현실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지켜보는 입장에서 충분히 가슴 벅차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 더 흥분되는 게 존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단은 하지 않으련다. 조용필은 8월에 열리는 록페스티벌인 슈퍼소닉의 참가를 발표했다. 록페스티벌은 지금 이 시대 공연의 새로운 흐름이다. 단독 공연만을 고수하던 그가, 이 흐름에 몸을 맡겼다. 그의 다음 기착지가 여전히 기대되는 이유다.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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