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Cho Yongpil Fanclub Mi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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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조선일보 
기사 날짜 2013-05-2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023&aid=0002523939

 

만날 때마다 오로지 음악 이야기뿐 '이제 됐어' 없이 고치고 또 고치고…

새 음반 보컬 녹음에만 45일 걸려… 60세 넘겨 잃어버린 20대 되찾는 듯

동료 뮤지션, '매 순간 목숨거는 사람' 그가 살아온 방식 한번쯤 곱씹어보길

조용필을 처음 만난 것은 2002년 11월이었다. 그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을 앞둔 인터뷰 자리였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내게 조용필은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그 겨울의 찻집'을 부른 가수 정도였다. 그 시절 '나의 조용필'은 레드 제플린과 핑크 플로이드였으며, 산울림과 어떤 날이었다.

한 음식점에서 오후 7시에 시작한 인터뷰는 그의 집으로 자리를 옮겨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8시간의 인터뷰 동안 가장 놀랐던 것은 그가 오로지 음악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간 다른 뮤지션들과도 수없이 만났지만, 음악이 주된 화제이긴 해도 오직 음악 이야기만 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런데 조용필은 달랐다. 그의 머릿속에는 음악 한 가지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조용필을 존경하게 됐으며 그의 음반을 모두 구해 듣기 시작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뒤로 11년째 그를 만나오고 있으나 음악 이야기만 하는 모습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좌중에 골프 치는 이가 있으면 가끔 골프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그 외에는 줄기차게 음악, 음악, 음악이었다. 이번 음반을 발표한 뒤로는 음악 이야기 중에 '사운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사실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지루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이번 앨범에서 보컬은 코러스까지 나 혼자 다 하겠다고 생각했어. 색깔을 분명히 하고 싶었거든. 다른 사람이 코러스를 하면 음색이 달라서 몇 번만 더빙을 해도 코러스가 멜로디를 치고 나오게 돼. 화음이 멜로디 앞에 나오는 건 부하 직원이 상관을 때리는 거라고. 잘 들어보면 코러스가 아주 굵은 걸 알 수 있어. 코러스만 50채널이 되는 부분도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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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이런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들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코러스가 50채널'이라는 것은, 조용필 50명으로 이뤄진 합창단이 조용필 노래에 화음을 넣는 셈이라는 뜻이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없을지도 모른다. 한대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팝송 녹음하는 데 하루면 되지, 뭘 그렇게 뜸을 들여?"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용필은 이번 음반을 그렇게 만들기로 마음먹었고, 실제 그렇게 했다. 그래서 보컬 녹음에만 45일이 걸린 것이다.

조용필과 20년째 활동하고 있는 '위대한 탄생' 기타리스트 최희선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됐어라고 말하는 법이 없어요.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다가 시간에 쫓겨서 발표하는 게 조용필의 음반이고 공연이에요. 공연 막이 올라가는데 곡목을 바꾼 적도 있습니다. 천하의 비틀스도 30곡 넘게 히트곡으로만 공연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조용필은 30곡을 불러도 '왜 ○○○은 안 부르지?' 하는 관객이 나와요.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조용필과 비슷한 경력을 가진 미국 뮤지션이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다. 조용필보다 6개월 일찍 태어난 스프링스틴은 1960년대 말 음악을 시작해 73년에 첫 앨범을 내놓았고 작년에 17번째 음반을 발표했다. 그는 오바마의 강력한 후원자로 변신하면서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 즉 미국판 '강남 좌파'의 상징이 됐다. 한때 '가장 섹시한 엉덩이를 가진 남자'로 뽑혔던 그는 최근 갑자기 폭삭 늙어버린 느낌이다. 그래미상을 20번이나 받았고 앨범을 1억2000만장이나 팔아치운 그는 여전히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래도 조용필처럼 전 세대의 환호를 받지는 못한다.

조용필 5집부터 9집까지 함께 활동한 베이시스트 송홍섭은 조용필을 "매 순간 목숨 거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단 한 번도 관성적으로 음악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최희선은 "그래서 함께 음악하기 힘든 사람이기도 하다"고 했다. 예술의전당 마라톤 공연을 하던 2000년대 초, 조용필은 매일 오전 10시에 출근해 밤 11시까지 연습을 했다. 최희선은 "조용필이 한 연주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 나머지 연주자들은 졸고 있을 정도였다"고 했다.

60세를 훌쩍 넘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조용필은 어쩌면 '잃어버린 20대'를 지금 되찾으려는 건지도 모른다. 18세 때 가출해 '앳킨스'라는 밴드 멤버로 데뷔한 조용필은 가수의 황금기인 20대 절반을 본의 아니게 허송해버렸다. '창밖의 여자'가 실린 그의 데뷔작은 1980년에야 나왔다. 서른 살을 넘기고 나서야 '오빠' 소리를 듣기 시작한 셈이다.

그래서 조용필을 '가왕(歌王)'이나 '국민가수'라고 수식하는 게 뭔가 미진하다는 느낌도 든다. 조용필의 첫 회사인 '필 기획' 초대 대표이사였던 서울기획 이태현 사장은 "이제 그를 '가수'라고 불러선 안 될 것 같다. 그는 무엇인가 그 이상이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어떻게 현재의 조용필이 되었는가. 음악인뿐 아니라 우리 모두 그가 살아온 방식을 한 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한현우 대중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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