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 가을편지

지오 2018.10.30 18:50:31

세상이 온통 타 버릴듯한 무덥던 여름을 잘 견디고 나니 어느새 조석으로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창원공연 후 다음 콘서트까지의 시간이 너무도 더디게 흐르지요?

그 무료함을 조금이나마 달래드리려 천마산의 가을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편지와 함께 동봉할 사진도 틈틈히 찍어놨었는데 제가 아직 컴맹수준이라 멋지게 편집도 못 하니 이해하시고 봐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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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천마산의 가을도 절정입니다.

알록달록한 산을 바라보니 새삼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사계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됩니다.물들어 가는 산을 보면서 작년 이맘때의 미지생일 겸 템플스테이 생각을 했지요.노랗고 빨갛게 물든 나무아래서 삼삼오오 추억을 남기며 깔깔웃던 회원들의 얼굴도 스쳐지났고,영화촬영소에서의 행복한 시간도 떠 오르던데...

다들 무고하신거죠?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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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빛이 곱게 물 드는 이 때,

산사의 하루는 정말 바빠진답니다.

일년동안 대중의 먹거리를 장만하고,찬서리가 내리기 전에 텃밭에서 거둬들여야 하는 작물이 많기 때문이지요.농사를 지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때를 놓치면 한 해의 농사를 망치는 것이니 조급하게도,시간을 지체할 수도 없답니다.

더운 기운이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엿기름을 기릅니다.전통시장에서 보리를 공수해 와 불순물을 제거하고, 물이 잘 빠지는 소쿠리에 담아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뿌려주면 저렇게 하얀 움이 트기 시작합니다. 움이 트기 시작하면 발도 나오는데 이 때부터는 아래,위의 것을 잘 뒤적여줘야 서로 엉켜붙지 않고, 하얀 움이 파란 싹이 될 때까지 잘 기를 수가 있답니다.

파란 싹이 어느정도 자라면 햇빛에 건조를 하고,바삭하게 건조 후 손으로 비벼서 싹과 발을 떼어내고 바람을 이용 해 엿기름 알곡만 남겨서 멧돌에 곱게 갈아주면

비로소 식혜의 메인재료가 되는거지요. 여러분들께서 작년에 드셨던 그 식혜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만든거랍니다.그래서 지금도 엿기름과 된장,깻잎 김치는 수진사의 명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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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깻잎김치가 밥상에 오르기 까지의 과정인데요,

이번엔 특별히 이쁜 모델까지 섭외해서 운력을 마쳤습니다.누구신지 한 눈에 알아보시겠죠? 이제 다들 중년의 아지매들이라 무릎도 예전같지 않고 허리도 아프다했지만 소리없이 강한 미지인들이라 저 넓은 들깨 밭을 샅샅이 뒤져 고운 단풍깻잎을 저만큼이나 땄답니다.저 깻잎은 따는게 문제가 아니라 한 장,한 장씩 가지런히 포개서 한 묶음씩 만들어 소금물에 절이는데 저게 보통 일이 아니란거죠. 시간이 엄청 소요되니 그만큼 몸이 고된 일이랍니다. 올해는 봉사오신 세 분 덕택에 제가 많이 편했습니다.그리고 앞으로 미지가족들이 오셔서 드실 밑반찬을 저 세 분이 대표로 다 해놓고 가셨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맛있는 공양대접을 해야하는데 풋성귀만 드려서 많이 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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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고추 간장초절임도 맛있게 담궈놨습니다.

이것 또한 밥도둑인데 지난 봄, 배우 오창석씨 조모님의 49재를 수진사에서 모셨는데 그 친척 중에 한 분이 며칠 전 고추절임이 너무 맛있었다며 담그는 법을 전화로 물어오기도 했습니다.고추항아리 위에 덮힌 저것은 생강 잎인데 생강을 캐고 난 뒤 잎으로 고추를 눌러두면 생강의 향이 적당히 베어 더 맛있어지더라구요.살림의 지혜는 끝도 없습니다 ᄒᄒ~

어제 고추절임을 살짝 맛보았는데 아직 일주일~열흘 정도는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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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가을 갈무리는 이것저것 아직도 많습니다.

토란도 캐서 줄기는 껍질을 까 건조시키고,고춧잎도 삶아서 말리고,여린 고추는 반으로 갈라 찹쌀가루를 묻혀 쪄서 말리고,호박과 가지도 썰어 말리고, 끝물인 붉은 고추도 태양을 받아 고운 자태 드러내고 있으니,무럭무럭 튼실하게 잘 크는 저 배추를 만나는 날 제 빛을 발하겠지요.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수진사 김장 담그는 날 오셔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ᄏᄏ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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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볕 좋은 가을날의 산사는 매일매일 종종걸음이지만, 수고로움의 댓가로 많은 분들이 행복한 밥상을 받게되니 그걸로도 충분한 보상이 되지요.저는 어제서야 겨우 마지막 따 온 어린호박을 썰어널었습니다.이젠 정말 차 한 잔 우려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겠네요.


이상 천마산 소식 담은 가을편지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환절기라 감기 앓으시는 분들이 많은 요즘,

건강 잃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인천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