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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100대 명반]29위 조용필 ‘조용필 1집 ’


1980년대의 대중음악계에서 조용필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를테면 물고기에서 아가미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제주도에서 한라산이 차지하는 비중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이 없으면 그것이 아니게 되는 바로 그것. 조용필이 8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서 갖고 있는 ‘존재 지분’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조용필은 모두에게 사랑받았다(이 때 ‘모두’란 단지 수사법이 아니다).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그를 드러내놓고 미워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기억한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국민가수’였고, 컬러TV 시대 최초의 슈퍼스타였으며, 약 10년 동안을 도전자 없는 왕좌에 앉아 있었다. 그 조용필 신화의 시작이 바로 이 음반이다. 이 음반이 만든 수많은 기록들에 대해 다시 언급하는 것은 지면 낭비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 음반이 조용필의 음악적 역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의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언급하는 것으로 족하고자 한다.

외적인 흥행 기록을 떠나 조용필의 이 음반은, 음악적인 측면과 전략적(상업적)인 측면에서 조용필이 나아가게 될(그리고 실제로 나아간) 방향을 완성된 형태로 제시한 음반이다. 우선 음악적인 측면.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이 음반은 조용필 ‘최초의’ 음반이 아니다. 그는 72년부터 다수의 음반을 내고 활동을 했으며, 76년에 발표한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기록한 뜻밖의 히트로 인해 영광과 몰락의 시기를 겪은 바 있다. 80년대에 ‘부활’하기 전까지 그는 포크 송, 그룹사운드 록, 트로트, 민요에 이르는 다양한 음악적 배경을 이미 쌓아두었고, 이는 이 음반에서 조용필의 독특한 목소리와 함께 종합적 형태로 모인다. 즉 이 음반에는 애절한 발라드(‘창밖의 여자’), 경쾌한 록(‘너무 짧아요’), 트로트(‘돌아와요 부산항에’), 민요(‘한오백년’)가 고루 들어가 있다. 거기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신시사이저를 사용한 뿅뿅거리는 디스코(‘단발머리’)까지, 조용필은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패를 올려놓는다.

다음으로 전략적 측면. 이는 음악적 측면에서 파생된 것으로, 조용필 음반의 ‘백화점식 구성’은 결과적으로 연령과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가는 계기가 될 수 있었(고 그것이 먹혔)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근거로 조용필에게 ‘아티스트로서의 일관성’이 부족했다고 비판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그 비판은 당시의 음악산업 시스템 속에서 그가 할 수 있었던 부분과 할 수 없었던 부분을 적절히 고려하고 난 뒤에 가능할 것이다. 다른 종류의 음악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대중음악은 특히 자신이 속한 바로 그 사회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용필의 이 음반은 80년대 대중음악의 가장 환하게 빛나는 산물 중 하나일 것이다. 아니면 그때 그 시절이 너무 어두웠거나.

PS. 이 음반에 대한 글은 당시 발매되었던 LP를 기준으로 작성했음을 밝힌다. LP와 CD에 실린 곡의 목록에는 차이가 없지만 순서가 일부 바뀌었으며(예를 들어 ‘단발머리’는 LP의 B면 첫 곡이다. LP로 들을 때는 이러한 곡 배치가 A면 첫 곡인 ‘창밖의 여자’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게 된다) LP에는 건전가요(군가 ‘너와 나’)가 수록되어 있다.

◇조용필 프로필

·출생 : 1950년

·데뷔 : 1972년

·주요활동

-1980년 1집 ‘趙容弼 대표곡 모음: 창밖의 여자/단발머리’

-1980년 2집 ‘趙容弼 VOL.2: 축복(촛불)/외로워 마세요’

-1980년 3집 ‘趙容弼 제3집: 미워 미워 미워/여와남’

-1982년 4집 ‘조용필: 못찾겠다 꾀꼬리/비련’

-1983년 5집 ‘조용필: 산유화/여자의 정’

-1984년 6집 ‘조용필 6집: 바람과 갈대/그대 눈물이 마를 때’

-1985년 7집 ‘趙容弼 7集: 눈물로 보이는 그대/들꽃’

-1985년 8집 ‘趙容弼 Vol.8: 허공/킬리만자로의 표범’

-1987년 9집 ‘87 사랑과 인생과 나!: 마도요/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1988년 10집 ‘조용필 제10집 Part. Ⅰ: Seoul Seoul Seoul/서울 1987년’

-1989년 11집 ‘조용필 제10집 Part. Ⅱ: Q/눈이 오면 그대가 보고 싶다’

-1990년 12집 ‘90 VOL. 1 SAILING SOUND: 추억 속의 재회’

-1991년 13집 ‘THE DREAMS: 꿈/아이마미’

-1992년 14집 ‘CHO YONG PIL 14: 슬픈 베아트리체’

-1994년 15집 ‘CHO YONG PIL 15: 남겨진 자의 고독’

-1997년 16집 ‘eternally CHO YONG PIL 16: 그리움의 불꽃’

-1998년 17집 ‘AMBITION: 친구의 아침/작은 천국’

-2003년 18집 ‘Over The Rainbow: 珍/태양의 눈’

〈최민우|웹진 weiv 편집위원〉

출처: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712060950581&code=9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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