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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08-05-21]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 뮤지컬보다 더 화려하게
2008.05.23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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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콘서트' 뮤지컬보다 더 화려하게
[주목, 이사람]조용필 40주년 콘서트 준비 '공연계 미다스의 손' 이종일

◇뮤지컬 같은 화려한 콘서트 연출로 주목받고 있는 이종일 감독.
그는 오는 24일 열리는 조용필 데뷔 40주년 콘서트 ‘더 히스토리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연출하고 있다.
‘조용필 데뷔 40주년 콘서트’ ‘산울림 데뷔 30주년 콘서트’ ‘양희은 데뷔 35주년 콘서트’…
이 콘서트들의 공통점은 관록 있는 가수들의 기념 콘서트라는 것 외에 또 있다. 모두 이종일(47) 감독이 연출한 콘서트들이다.
대중음악 콘서트에서 연출자의 이름은 무대에 서는 가수의 명성에 가려 주목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꿈의 무대를 만들어 내고,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곳에서 멀찌감치 비켜서서 누구보다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는 ‘숨은 주역’이다.
24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조용필 데뷔 40주년 콘서트 ‘더 히스토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준비에 한창인 이종일 감독을 만났다. 뮤지컬 감독으로도 활동하는 그는 콘서트를 뮤지컬처럼 화려하게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나 연극, 뮤지컬은 연출자를 포함한 스텝의 역량이 크게 발휘되는 반면 콘서트는 상대적으로 무대에 오르는 가수의 역량에 크게 좌우되는 편입니다. 좋은 감상용 음향 장비도 많지만 굳이 관객이 콘서트장에 오는 건 감성을 확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죠. 노래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확장시켜 주는 것이 콘서트 연출의 역할입니다. 가능하면 노래를 재구성해서 스토리텔링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기념 콘서트를 주로 연출해 본의 아니게 ‘기념공연 전문가’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듣곤 한다. 수십년 동안 음악활동을 해 온 가수의 공연을 주로 연출해 온 것은 드라마틱한 구성을 하기 위해 ‘인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수의 음악인생이 재료라면 한정된 재료를 갖고 어떻게 요리하느냐는 연출자의 몫이다.
이 감독은 지난달 열린 조용필 콘서트 제작발표회에서 “35주년 기념공연이 떡 벌어진 잔칫상이라면 이번에는 전문점의 요리”라고 표현했다. 충분히 화려하게 포장을 해볼 만큼 해본 조용필이니만큼 불필요한 요소는 걷어내고 순수한 감상도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콘서트를 극으로 접근하다 보니 그가 연출하는 콘서트는 주제가 명확하다. 콘셉트를 설명하는 제목을 붙이는 것도 이 감독이 처음 시작했다. ‘성시경 이소라의 센티멘털 시티’ ‘이문세 독창회’ ‘더 신승훈 쇼’ ‘양희은과 양희경의 언제나 봄날’ 등이다. ‘센티멘털 시티’ 등은 이름만 살아남아 다른 가수의 공연으로 재창조되기도 할 정도로 브랜드를 확실히 구축했다.
“확실한 콘셉트를 갖고 있다는 면에서 작사가나 작곡가의 콘서트 같은 것도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대중음악에 이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가려져 있는 편이죠. 확실한 철학과 일관성이 있어 한 편의 명확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양인자 작사가와는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고, 그도 만들어 달라며 좋아하더라고요.”
이 감독이 화려하면서도 극적인 연출 스타일을 갖게 된 이유는 그의 경력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연극에서 시작해 뮤지컬의 기술감독과 무대감독 등을 맡으며 무대연출에 대한 감을 키웠다. ‘아가씨와 건달’ ‘명성왕후’ 등의 뮤지컬을 다수 연출했다. 소극장부터 야외 대규모 공연장까지 두루 경험한 것이다. 이 중 콘서트만큼 허무하면서도 매력적인 장르가 없다고 그는 말한다.
“콘서트 한 번할 때마다 스텝이 최소 50명에서 500여명까지 투입됩니다. 조용필 콘서트 같은 경우는 1500명에 달하죠. 이 많은 인력이 며칠씩 매달리며 직접 모든 것을 만들어 내는데 2∼3시간 공연 한 번하면 영원히 사라지니 아쉽기도 하지만 매력적입니다. 다른 장르에 비해 관객의 집중력이 있고 기꺼이 즐길 준비가 돼 있습니다. 연출자로서 신이 나고 관객과 같이 호흡한다는 느낌이 크죠. 콘서트는 무대와 관객이 가장 가까운, 격의 없는 장르입니다.”
배우의 팬이 아니더라도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 가는 뮤지컬처럼 콘서트도 하나의 재미있는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는데 시간과 비용 문제는 제작자로서의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다.
“가면 볼거리가 많다, 재미가 있다고 인식되기 시작하면 사람들도 많이 올 겁니다. 사실 가수들의 의지가 중요한데 연습을 많이 해야하지만 소속사에서는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으려고 해서 마음대로 잘 안 되죠. 지금은 김장훈 같은 가수들이 열정을 쏟아부은 콘서트를 오랫동안 하는 것을 보면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많은 가수들이 그렇게 하게 될 것 같고요.”
그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가수 스스로 못 느꼈던 것을 보여주고 오랫동안 지켜왔던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다르게 표현해 주는 것에 대해 즐거워하고 고마워할 때”이다. 장기공연을 하는 뮤지컬과 달리 대체로 1회에 그치는 콘서트는 감상 겨를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콘서트이든 연극이든 문화에서 소외된 중장년층을 위한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386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군대 뮤지컬도 준비 중이죠. 뮤지컬 맘마미아나 명성왕후, 조용필이나 양희은 콘서트가 중장년층을 끌어들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의 문화적 욕구도 큽니다. 상대적으로 문화를 못 즐기고 자란 세대인 이들이 공연장에 와서 행복해 하는 것을 보면 뿌듯합니다.”
글·사진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출처:http://www.segye.com/Articles/Hello/WowPeople/Article.asp?aid=20080521002598&ctg1=00&ctg2=00&subctg1=00&subctg2=00&cid=0108010000000
[주목, 이사람]조용필 40주년 콘서트 준비 '공연계 미다스의 손' 이종일

◇뮤지컬 같은 화려한 콘서트 연출로 주목받고 있는 이종일 감독.
그는 오는 24일 열리는 조용필 데뷔 40주년 콘서트 ‘더 히스토리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연출하고 있다.
‘조용필 데뷔 40주년 콘서트’ ‘산울림 데뷔 30주년 콘서트’ ‘양희은 데뷔 35주년 콘서트’…
이 콘서트들의 공통점은 관록 있는 가수들의 기념 콘서트라는 것 외에 또 있다. 모두 이종일(47) 감독이 연출한 콘서트들이다.
대중음악 콘서트에서 연출자의 이름은 무대에 서는 가수의 명성에 가려 주목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꿈의 무대를 만들어 내고,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곳에서 멀찌감치 비켜서서 누구보다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는 ‘숨은 주역’이다.
24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조용필 데뷔 40주년 콘서트 ‘더 히스토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준비에 한창인 이종일 감독을 만났다. 뮤지컬 감독으로도 활동하는 그는 콘서트를 뮤지컬처럼 화려하게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나 연극, 뮤지컬은 연출자를 포함한 스텝의 역량이 크게 발휘되는 반면 콘서트는 상대적으로 무대에 오르는 가수의 역량에 크게 좌우되는 편입니다. 좋은 감상용 음향 장비도 많지만 굳이 관객이 콘서트장에 오는 건 감성을 확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죠. 노래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확장시켜 주는 것이 콘서트 연출의 역할입니다. 가능하면 노래를 재구성해서 스토리텔링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기념 콘서트를 주로 연출해 본의 아니게 ‘기념공연 전문가’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듣곤 한다. 수십년 동안 음악활동을 해 온 가수의 공연을 주로 연출해 온 것은 드라마틱한 구성을 하기 위해 ‘인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수의 음악인생이 재료라면 한정된 재료를 갖고 어떻게 요리하느냐는 연출자의 몫이다.
이 감독은 지난달 열린 조용필 콘서트 제작발표회에서 “35주년 기념공연이 떡 벌어진 잔칫상이라면 이번에는 전문점의 요리”라고 표현했다. 충분히 화려하게 포장을 해볼 만큼 해본 조용필이니만큼 불필요한 요소는 걷어내고 순수한 감상도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콘서트를 극으로 접근하다 보니 그가 연출하는 콘서트는 주제가 명확하다. 콘셉트를 설명하는 제목을 붙이는 것도 이 감독이 처음 시작했다. ‘성시경 이소라의 센티멘털 시티’ ‘이문세 독창회’ ‘더 신승훈 쇼’ ‘양희은과 양희경의 언제나 봄날’ 등이다. ‘센티멘털 시티’ 등은 이름만 살아남아 다른 가수의 공연으로 재창조되기도 할 정도로 브랜드를 확실히 구축했다.
“확실한 콘셉트를 갖고 있다는 면에서 작사가나 작곡가의 콘서트 같은 것도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대중음악에 이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가려져 있는 편이죠. 확실한 철학과 일관성이 있어 한 편의 명확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양인자 작사가와는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고, 그도 만들어 달라며 좋아하더라고요.”
이 감독이 화려하면서도 극적인 연출 스타일을 갖게 된 이유는 그의 경력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연극에서 시작해 뮤지컬의 기술감독과 무대감독 등을 맡으며 무대연출에 대한 감을 키웠다. ‘아가씨와 건달’ ‘명성왕후’ 등의 뮤지컬을 다수 연출했다. 소극장부터 야외 대규모 공연장까지 두루 경험한 것이다. 이 중 콘서트만큼 허무하면서도 매력적인 장르가 없다고 그는 말한다.
“콘서트 한 번할 때마다 스텝이 최소 50명에서 500여명까지 투입됩니다. 조용필 콘서트 같은 경우는 1500명에 달하죠. 이 많은 인력이 며칠씩 매달리며 직접 모든 것을 만들어 내는데 2∼3시간 공연 한 번하면 영원히 사라지니 아쉽기도 하지만 매력적입니다. 다른 장르에 비해 관객의 집중력이 있고 기꺼이 즐길 준비가 돼 있습니다. 연출자로서 신이 나고 관객과 같이 호흡한다는 느낌이 크죠. 콘서트는 무대와 관객이 가장 가까운, 격의 없는 장르입니다.”
배우의 팬이 아니더라도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 가는 뮤지컬처럼 콘서트도 하나의 재미있는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는데 시간과 비용 문제는 제작자로서의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다.
“가면 볼거리가 많다, 재미가 있다고 인식되기 시작하면 사람들도 많이 올 겁니다. 사실 가수들의 의지가 중요한데 연습을 많이 해야하지만 소속사에서는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으려고 해서 마음대로 잘 안 되죠. 지금은 김장훈 같은 가수들이 열정을 쏟아부은 콘서트를 오랫동안 하는 것을 보면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많은 가수들이 그렇게 하게 될 것 같고요.”
그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가수 스스로 못 느꼈던 것을 보여주고 오랫동안 지켜왔던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다르게 표현해 주는 것에 대해 즐거워하고 고마워할 때”이다. 장기공연을 하는 뮤지컬과 달리 대체로 1회에 그치는 콘서트는 감상 겨를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콘서트이든 연극이든 문화에서 소외된 중장년층을 위한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386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군대 뮤지컬도 준비 중이죠. 뮤지컬 맘마미아나 명성왕후, 조용필이나 양희은 콘서트가 중장년층을 끌어들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의 문화적 욕구도 큽니다. 상대적으로 문화를 못 즐기고 자란 세대인 이들이 공연장에 와서 행복해 하는 것을 보면 뿌듯합니다.”
글·사진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출처:http://www.segye.com/Articles/Hello/WowPeople/Article.asp?aid=20080521002598&ctg1=00&ctg2=00&subctg1=00&subctg2=00&cid=0108010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