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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스타 조용필… 거장 임권택… "문화계 영웅은 歷戰의 투사였다"

김종회 교수, 유명인 7명 인터뷰 엮어 책으로

문학평론가 이어령씨 집에 있는 컴퓨터가 최근 고장이 났다. 컴퓨터 고치는 청년이 집을 찾아와 휙 둘러보고 '이 집에 책 많네' 했다. 자신을 못 알아보는 청년에게 이씨는 시험 삼아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러나 청년은 그를 모를 뿐 아니라 전혀 관심도 없었다.

"전에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대중에게 더 가까이 가지 못한 내 탓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세상이 변한 겁니다."(이어령)

'사이버문화'라는 큰 변화 앞에서 소설가 이문열씨는 온라인게임 '리니지'에 몰두했었다. 막상 해보니 게임을 가상공간이라고 폄하할 게 아니었다. 그는 아예 게임을 만드는 일에도 참여했다.

"가상현실이 실제적인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이미 가상현실로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죠. 또, 스토리에 관한 한 게임이 가진 폭발력은 대단했습니다."

우리 문화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은 이 시대를 어떻게 읽고, 전하는가. 문학평론가 김종회 경희대 교수는 이런 궁금증을 안고 이어령·이문열, 만화가 이현세, 가수 조용필, 영화감독 임권택, 연출가 이윤택, 시인 류시화씨를 인터뷰했다. 모두 7명이다. 그리고 최근 이를 엮어서 '대중문화와 영웅신화'라는 책을 냈다.

김종회 교수는 "모두가 저마다 눈물겨운 노력과 아픔, 희생을 딛고 온 역전의 투사들이었다"며 이들이 오늘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여정도 소개했다. 개인의 성공담을 넘어 이를 가능하게 한 시대적 배경과 요구까지 살펴보았다고 한다.

"저녁 무렵 아버지가 술 마시고 오는 소리를 들으면, 어머니는 매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도망가 숨고…." 만화가 이현세씨는 그의 성장환경에 대한 불만이 '까치'라는 캐릭터에 작용했다고 말한다.

조용필씨는 자신이 미8군 무대에 서게 되면서 차츰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변신해 갔을 거라고 했다. 이후 '단발머리' '고추잠자리'처럼 기존 틀을 깬 노래를 부르며, 그는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수퍼스타가 됐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통해 킬리만자로 산을 널리 알렸다며 탄자니아 정부가 주는 문화훈장까지 받은 적이 있다.

임권택 감독은 "내 영화 50여 편은 먹고살기 위해 만들었다"고 했다. 무학(無學)에 연좌제에 대한 강박감이 늘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그 아류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감독으로서의 '궁극적 목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서편제'같이 한국인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영화들이 나오게 된 이유다.

김남인 기자 kni@chosun.com

출처: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1/02/20101102000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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