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의 답은 한결같다. 2003년 8월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렸던 데뷔 35주년 기념 공연이다. 이날 잠실엔 종일 비가 퍼부었다. 무대도 객석도 흠뻑 젖었다. 퍼붓는 비 때문에 음악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객석은 요지부동이었다. 가왕은 당시를 이렇게 돌아본다.
“비가 퍼붓는 바람에 준비했던 무대의 절반 정도를 날려버렸다. 그런데도 단 한 명의 관객도 움직이지 않더라. 정말 감동받았다. 팬들에게 무언가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그는 골몰했다. 넓은 무대에서 관객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없을까. 발상을 바꾸니 해답이 보였다. 객석을 향해 무대 전체를 움직이기로 했다. 지난해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국내 최초로 선보인 ‘무빙 스테이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폭 20m의 이 무대는 공연 도중 관객 머리 위 6m 상공으로 떠올라 80m를 움직였다. 조용필과 전속밴드 위대한탄생이 움직이는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장관을 선보였다.
조용필은 다음 달 7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전국 투어 콘서트(1544-1555)에서도 이 무대를 선보인다. 지난해 무대는 사실 일본 기술이었다. 일본에서 무대를 제작해 서울로 들여왔다. 그러다 보니 비용도 곱절로 들고, 통관상의 문제도 복잡했다. 그래서 아예 직접 제작하기로 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자신의 음악에 꼭 맞는 무빙 스테이지를 새로 만들었다.
27일 오후 경기도 여주 마임 비전빌리지 돌담홀에서 가왕의 새 무대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공연 리허설을 10분 남짓 공개했다. 첫곡은 ‘태양의 눈’이었다. ‘가리라 나는 가리라 그대 서 있는 저기 저편에….’ 노래가 후렴구에 이르자 조용필이 선 무대가 서서히 솟아올랐다. 그와 기타 세션이 서 있는 무대와 키보드·드럼 세션이 위치한 무대가 두 개로 갈라졌다.
-무빙 스테이지를 제작한 이유는.
“큰 공연장에서 멀리 앉은 관객은 제가 점처럼 보인다. 그래서 아예 무대 전체를 움직여서 멀리 있는 관객들에게도 가까이 다가가기로 했다.“
-지난해 선보인 무빙 스테이지와 달라진 점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무게감을 덜어냈다. 약 3t 분량의 악기와 무대장치를 실어도 괜찮다.”
-제작비가 많이 들었겠다.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아무래도 많이 들었다. 무대에 만족한다면 제작비가 얼마가 들더라도 상관 없다.”
여주=정강현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출처: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1/04/28/5071330.html?cloc=olink|article|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