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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 '불면의 현재 진행형' 조용필
2003.08.2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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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가요사에서 조용필은 어떤 의미일까?
1976년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난 이래 가요의형식, 녹음 수준, 산업 규모 등을 변화시킨 장본인? 1980년대 초반 어린아이들은 ‘단발머리’를, 20대들은 ‘고추잠자리’를, 중·장년들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할머니들은 ‘한오백년’를 부르게 하여 전 국민을 팬으로 만든 단 한 명의 대중음악가? 트로트, 록, 댄스, 발라드 등 음악의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작곡하고 노래하는 경이로운 아티스트?
그러나 중요한 것은 조용필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만 하는 ‘왕년의가수’가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 앞에서 여전히 노래하는 ‘작은 거인’이라는 사실이다.
최고의 제작진이 꾸미는 최고의 공연
‘불면의 현재진행형’ 조용필이 8월 30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35주년 기념 콘서트 를 올리려 한다. 는 총감독으로는 표재순 연세대 교수, 총연출로는 ‘명성황후’의 윤호진 감독, 연출이종일 감독, 무대미술 박동우 중앙대 교수 등 국내 공연계 ‘특A급 제작진’이 참여하는 공연이다.
무대길이만 110m이고, 조명과 음향에 투입된 스태프만 205명, ENG 카메라도 70여대가 설치된다. 윤도현 밴드를 비롯해, GOD, 신해철, 신승훈, 유열, 이은미, 장나라가 선배가수 조용필을 위해 출연을 결정하였다. 3,000명…. 에 참여하는 출연, 스태프의 숫자이다.
매번 매머드급의 엄청난 스케일로 정평 나 있는 조용필 공연이지만 35주년기념이라는 이름을 내건 공연이니 만큼 ‘최고 가객’다운 기념비적인 시도를 하려고 한다. 공연에 앞서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이 구성한 3분짜리애니메이션이 상영되며, 무대 세트는 2층으로 만들어져 리프트로 아래 위를 오가며 이동연주를 할 수 있다.
무대 뒤편은 거대하기로 유명한 외국그룹 핑크 플로이드 공연에서나 볼수 있는 장관을 연출할 계획이다.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게 제가 팬들에게 할 수 있는 보답입니다.”라고 누차 말해 온 조용필의 공연에 대한 의지가 집대성될 거라고 공연계는 전망한다.
조용필이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2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거미여인의 키스’를 보고 충격을 받은 후부터라고 한다. 노래만큼이나 무대에 천착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같은 해 ‘꿈’을 끝으로 TV출연을 자제했다. 이듬해 1993년부터는 전국 투어를 시작했다. TV에 안 나가니까 ‘조용필도 갔다’라는 얘기가 들리고, 음반 판매량도 뚝 떨어졌다. 지방 공연의객석도 차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갈 길은 콘서트라는 그의 믿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1997년에는 모든 방송 출연을 중단하고 브로드웨이를 열심히 다니면서 무대 연출을 공부했다. 아내(故 안현진 씨)와 결혼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조용필은 경동고등학교 2학년 때 도서관에서 만난 동네 친구들과 그룹 결성에 대한 의지를 태우며 음악에 전념했다. 그 시절의 아버지들이 대개 그랬듯이 아버지 조경구 씨도 아들의 ‘딴따라로서의 삶’에 반대했지만, 자살기도와 가출 끝에 결국 미 8군에서 기타를 하며 음악을 시작한다.
1975년 음반 취입을 준비하던 중 이회택 씨(현 프로축구팀 전남 드래곤즈감독)의 권유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녹음한다. 록 음악을 하는 사람이 트로트를 부른다는 것을 자랑스레 내세울 수 없는 때였다. 그러나 트로트 형식에 리듬은 록을 사용한 새로운 트로트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조용필이라는 이름 석자를 세상에 알려주었다. 이후 불어 닥친 1976년 ‘대마초 사건’. 밴드를 해체하고 음악 중단을 선언한다. 조용필이 처음으로빛났던 때이자, 가장 괴로웠던 첫 시기였다.
그러나 ‘대마초 사건’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했던 한 청년의 의지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조용필은 더 강해졌다. 공백 기간 동안 그는 판소리 창법을 공부하는 등 한층 보컬을 연마했고, 이후 그의 음악은 록, 발라드 뉴 웨이브, 소울, 동요 등 다채로와졌다.
특히 ‘한오백년’ 같은 국악풍 노래는 ‘당대의 절창(絶唱)’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젊은 세대는 ‘고추잠자리’, ‘자존심’ 등의 전형적인 록에 전폭적인 갈채를 보냈다. 가요사상 최초의 오빠 부대를 형성한 응원군들은 목이 터져라 ‘용필 오빠!’를 외쳤다.
삶과 음악의 새로운 장 여는 시기
‘용필 오빠!’를 외치던 소녀들은 이제 아줌마들이 됐다. 조용필은 한 번의 이혼, 한 번의 사별을 겪고 지금까지의 삶과 음악을 정리하여 새로운음악의 장으로 나아가려 한다. 팬과 가수. 서 있는 곳은 다르지만 그들이짊어져 온 세월의 무게는 같을 것이다. 20억 원의 돈을 들여 거대한 무대를 지어 훌륭한 볼거리를 만드는 것도 “35년의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지지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차원이라고 한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제게는 지금도 공연이 열리면 몰려오는 ‘같이 살아온 팬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둘도 없이 확실한 청소년 시절의 추억을 만들어줬다고자부합니다. 그랬기 때문에 오빠부대에서 아줌마부대가 돼도 저를 잊지 않고 지켜주는 거겠지요. 그게 저에게는 강력한 힘입니다. 그 사람들이 없었다면 과연 조용필이 있었겠습니까. 다른 그 무엇보다 저와 함께 해온 팬들이 가장 큰 의미로 남습니다.”
조용필은 8월 25일 즈음에 그의 18번째 음반을 발표할 계획이다. 우리 고유의 정서가 묻어나는 록 음악을 기반으로 한 빠른 곡들과, 대형 오케스트라 연주가 떠받치는 곡을 그는 8월 30일 잠실 주경기장의 4만 5천 여명의관객 앞에서 노래할 것이다. 음악적 행보를 멈추지 않는 한 그는 ‘영원한오빠’이며 우리들의 진정한 ‘스타’일 것이다.
김정희 자유기고가 mywarehous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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