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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가요인생 새로운 여정의 시작

2003.09.0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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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이 지난 2일 발표한 새 앨범속 사진들을 보는 순간 왈칵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한동안 숨을 가다듬어야 했다.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방안에 홀로 앉아 창밖 어딘가를 쫓고 있는 그의 모습이 한없이 쓸쓸해 보였기 때문이다.그 풍경은 마치 “내가 받아왔던 영광스러운 훈장이나 호사스러운 명예는 이제 훌훌 털어버리겠어”라고 웅변하는 것 같았다.일평생 음악만을 위해 살았고 그것으로 행복했던 사람.

이제 그는 어디로 가는걸까. 5년만에 발표한 18집 앨범 ‘오버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를 들으면 그 답을 조금이나마알 수 있을 듯하다.지난 5월 인터뷰에서 “나에게 은퇴란 없소.

죽을 때까지 노래할거라오”라고 말한 그의 결심이 이 앨범에서온전히 드러나고 있으니 말이다.조용필은 또다른 무지개를 넘어 여행할 채비를 하고 있다.

모두 10곡이 수록된 새 앨범은 조용필의 전작들과는 달리 다양한장르를 아우르고 있다.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가요의 오페라화’. 예술의전당 공연에서 시작된 뮤지컬과 오페라에 대한 그의관심이 새 노래 ‘태양의 눈’과 ‘도시의 오페라’에 고스란히담겼다.록 오페라와도 같은 대곡들 사이에 보석처럼 묻혀있는발라드를 감상하는 것도 흐뭇한 일이다.

앨범 두번째 곡 ‘오늘도’는 오케스트라의 세련된 연주와 흐느끼는 듯한 조용필의 목소리가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사랑하기때문에’이후 최고라고 치켜세울 만하다.갑작스레 세상을 떠난아내를 그리며 노래한 ‘진(珍)’역시 듣는 이를 소름돋게 만드는 힘이 있다.“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슬퍼서 아내를 추모하는노래를 만들 수 없다”던 이유때문인지 이 노래는 양인자씨가 노랫말을 쓰고 이태윤씨가 곡을 붙였다.

또하나 특기할만한 점은 조용필이 그동안 금기시했던 ‘사회 비판적’인 노래가 실려있다는 것. ‘일성(一聲)’은 힘든 세상을살아가는 힘없는 서민들을 위한 노래다.

‘신문을 봐도 TV를 봐도 어디를 봐도/가슴아픈 사연들만 들리네(중략)/우리를 아프게 하는 그들은 누구.’이 밖에 영국민요에 가사를 입힌 ‘내일을 위해’나 우리 민요를소재로 한 ‘꿈의 아리랑’은 조용필이 왜 ‘국민가수’인가를짐작하게 하는 노래들이다.

이승형기자 l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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