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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평양서 남과북 아우르다

회색빛 건물이 듬성듬성 들어서 있는 평양에 지난 23일 색동저고리 물결이 넘실댔다.

남색 치마에 하얀 블라우스만 보이던 평소의 광경이 아니었다.

조용필의 공연을 보기 위해 ‘선택된’ 7000여 북측 남녀는 격식차린 옷으로 공연 한 시간 전인 오후 5시부터

류경 정주영 체육관으로 속속 모여 들었다.

20?50대로 보이는 관람객들은 굳은 표정속에서도 공연에 대한 궁금함을 눈에 담고 있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간판 외엔

그 어떤 상품의 광고판도 볼 수 없는 ‘노 브랜드’의 도시에서 남측 최고 ‘브랜드 콘서트’의 주인공 조용필도 이들을 긴장되게 기다렸다.

공연 시작 직전.

“(공연 내내)쾅쾅 울린단다”라는 말을 옆 사람에 전하는 속삭임이 들렸다.

조용필이 첫 곡으로 고른 ‘태양의 눈’이 연주되기 전 화려한 레이저빔과 함게

스크린에 비친 은하계의 모습에 관객의 시선이 고정됐다. ‘

북에선 공연 중간엔 박수를 치지 않는 게 예의’라는 소문처럼 사람들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무대만을 바라봤다.

‘단발머리’‘못찾겠다 꾀꼬리’ 등 남측이었으면 “오빠?”가 연신 터져 나왔을 법 했지만

관객들은 마치 영화 관람중인 것처럼 집중했다.

공연 시작 후 35분. ‘꿈’을 부르고 난 뒤 조용필은

“곡마다 새로 부르는 느낌이어서 어렵습니다”며 “음악생활 37년 했습니다만

나이가 40이거든요”라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었다.

움직일 것 같지 않던 관객들은 공연 1시간이 지나면서 호응하기 시작했다.

북측의 신청곡 ‘허공’‘모나리자’가 시동을 걸었고,

이어 북측 가곡 ‘자장가’와 ‘험난한 풍파 넘어 다시 만나네’를 부르자 관객이 먼저 박수를 치며 반가움을 표했다.

조용필은 여세를 몰아 ‘봉선화’‘황성옛터’를 불렀고 일부 관객은 눈물을 훔쳤다.

급기야 ‘꿈의 아리랑’을 부를 땐 관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따라 불렀고,

조용필이 한반도기가 덮혀진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자 흰색 종이가 무대 쪽에서 뿜어져 나와 체육관 전체를 덮어 남과 북을 하나로 만들었다.

공연 당일 북측의 신청에 따라 피날레 곡으로 선정된 ‘홀로 아리랑’이 불려지기 전엔 남측 관계자의 앙코르 요청에 맞춰

북측 관객도 기립해 앙코르를 외치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다.

평양=홍성원 기자(hong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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