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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공연 무대에 오른 조용필이 23일 저녁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기타를 치며 열창하고 있다.
/SBS제공



조용필 열창 2시간 ‘잔잔한 감동’ 흘렀다


‘오빠부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청중들은 시종 뜨겁고 진지했다.

‘가왕(歌王)’의 노래가 북녘 동포들의 가슴을 파고들면서 하나가 된 초가을 저녁이었다.


23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조용필씨(55)의 평양공연은

남과 북을 하나로 묶는 징검다리가 되는 열창무대였다.

공연이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7,000명의 평양 시민들이 공연장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여성들은 형형색색의 한복차림이었고,

남성들은 말쑥한 정장이었다.


‘오빠부대’의 열렬한 환호에 익숙한 조용필씨가 ‘점잖은’ 북한관객들을 어떻게 뒤흔들 것인지가 이날의 관심사였다.

화려한 조명, 박진감 넘치는 음악도 관객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터였다.

윤현진 아나운서가 공연 시작 전 “연기나 불꽃이 나더라도, 볼거리로 준비한 것이니 놀라지 말라”고 알려야 했을 정도였다.


빠른 템포의 오프닝곡 ‘태양의 눈’이 흘러나왔지만 관객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북에서는 노래 중간에 박수를 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발머리’ ‘못찾겠다 꾀꼬리’ 등 3곡을 연달아 부르고 난 뒤,

조용필씨는 “예전부터 꼭 오고 싶었고,

꼭 공연해보고 싶었는데 그 바람이 오늘에야 이뤄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생전 처음 보는 붉고 푸른 조명에 경직돼있던 북측 관객들은 ‘꿈’을 부른 조용필씨가 “음악생활 37년 했는데,

제 나이가 40입니다”라고 말하자 처음으로 웃음보를 터뜨렸다.

조용필씨가 북한가요 중에 선택한 ‘자장가’와 ‘험한 풍파 넘어 다시 만나네’가 나오자 가장 큰 호응이 쏟아졌다.

관객들은 처음으로 노래에 맞춰 박수를 쳤다.


‘여행을 떠나요’ 등 비트가 강한 곡에 다소 당황하던 관객들은 ‘한오백년’ 등 느리고 애절한 곡에는 크게 감동하는 분위기였다.

일부 관객들은 조용필씨의 열창에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조용필씨가 남북이 화합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배경으로 ‘홀로아리랑’을 부르면서 무대에서 물러가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공연을 마친 조용필씨는 “빠른 곡보다는 느리고 슬픈 곡에 반향이 컸다.

‘봉선화’ 부를 때부터 눈물을 떨구는 사람이 보여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수생활 37년 중 가장 보람있는 공연이었다”면서도 “좀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을 때까지 그럴 것 같다”면서 소감을 밝혔다.


이날 120명의 ‘필 앤 피스’ 공연팀이 화려한 레이저와 영상으로 엮어낸 무대에 북측 관객들은 깊은 인상을 받은 표정이었다.

평양시내에서 만난 김진옥씨(만경대 안내원)는

“공연장에 못가 아쉽지만 TV를 통해 꼭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SBS에서 8시55분부터 중계됐고,

북한의 조선중앙TV도 향후 녹화중계할 예정이다.



류경 정주영체육관을 가득 메운 북한 관객들이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다. /SBS제공
〈평양|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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