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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평양에서 부른 꿈의 아리랑 -오기현 PD






광복 60년 '조용필, 평양에서 부른 꿈의 아리랑' 제작을 마치고….

북한과 교류할 때 반드시 부닥치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하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용을 더 많이 달라는 것이다. 안주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돈이 안 들어가면 진행되지 않는 것이 대북사업이다. 거창한 명분과 구호로 치장되어 있지만 대개 남북간의 교류는 돈이 성사여부를 결정짓는다. 그렇다고 돈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북에서 요청하는 사업일수록 그렇다.

일년여 만에 성사된 평양의 조용필 콘서트

지난해 7월 중순 베이징에 있는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의 간부가 조용필 씨를 평양으로 초청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조용필 씨가 북한에서도 인기가 많은데 평양시민들을 상대로 공연을 열고 싶다는 의견이었다.

우리는 조용필 공연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봤다. 일단 남한의 최고가수가 북한의 심장부인 평양에서 공연을 할 경우 남북한의 화해에 기여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었다. 그리고 가왕(歌王) 조용필의 공연인 만큼 공연실황을 중계할 경우 남한에서는 당연히 관심이 높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북한에 미칠 영향이 쉽사리 가늠되지 않았다.

여러 차례 북한쪽 관계자, 탈북자들과 접촉해 본 결과 조용필이 북한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남한가수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그 겨울의 찻집'이 특히 인기가 있으며 재일동포와 연변을 통해서 테이프가 보급되었다 한다. 조용필의 노래가 북한사람들의 정서와 크게 멀지 않고, 아저씨 같은 편안한 외모가 북한주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공연 개최에 힘을 실어주었다. 북한의 최고위층이 갖고 있는 개인적인 호감도 공연 성사 전망을 밝게 했다.

우리는 일단 8월 말이나 9월 초를 목표로 공연을 추진했다. 비용이 드는 대북사업일수록 명분이 필요하다. 당시는 이른바 김일성주석 조문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급랭한 상황이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조용필 공연 같은 대형 이벤트는 나름대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남북한의 이질감 극복을 위한 역사적 공연 추진

더위가 기승이던 어느 날 방배동 조용필의 집을 방문했다. 거실에 혼자 앉아있던 조용필은 우리의 제안에 예상외로 무덤덤했다.
" 북한 공연을 요청받은 것은 벌써 너 댓 번째입니다. 너무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서 모두 거절했습니다. 그런 그렇고 도대체 성사가 되겠습니까?"
우리는 새벽이 될 때까지 소주잔을 기울이며 방북공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남북한간의 이질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음악만큼 강력한 무기가 없으며, 특히 조용필 씨의 대형공연이 북한주민들에게 가져다 줄 문화충격의 정도는 가히 폭발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용필 씨는 확답 대신 3~4일 정도의 시간을 요구 했다.

조바심을 내며 기다리던 우리는 약속시간에 다시 조용필 씨의 집을 방문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공연을 거부했다. 남북관계가 어려울 때 굳이 방북을 해서 가수가 정치적인 구설수에 휘말릴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였다. 우리는 다시 설득했다. '조용필은 이미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하는 국민가수이다. 국민가수가 역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편한 일만 하겠다면 국민가수 조용필이 아니다. 조용필에게는 분단극복에 기여해야 할 역사적인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 차례 결심을 번복하던 조용필 씨는 수주 뒤 드디어 방북을 결정했다. 요구한다면 지방공연도 해보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암초에 부딪친 평양공연

그러던 사이에 공연은 9월 중순, 10월 초, 11월 중순, 12월 중순으로 미루어졌다. 국내 공연 일정을 조정하며 평양공연에 의욕을 보였던 조용필측은 기다림에 지쳐 공연 성사여부에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1월 중순 SBS와 민화협 양측이 베이징에서 만나 4월 21일·22일 양일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공연을 열기로 합의했다. 공연 자체의 정치적인 해석을 우려한 조용필 씨의 요구로 공연내용은 철저히 조용필 씨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정치적인 남북간의 긴장관계가 풀리지 않아 공연은 8월 초로 연기되었고 장소문제가 불거져 또다시 8월 23일로 연기되었다. 공연은 합의되었지만 장비수송은 여전한 난제였다. 조용필측은 5톤 트럭 60여 대분의 무대와 공연장비를 35대분으로 줄였지만, 북한측이 육로수송에 난색을 표해 인천~남포항간의 해상항로가 이용되었다. 남포항에 하역장비가 갖추어지지 않아 작업시간이 지연된 것은 예상된 일이지만, 전기가 없어서 트럭 전조등을 켜고 한 밤샘작업은 정말 위험천만이었다. 전기 부족은 체육관안의 무대설치 때에도 공연진을 괴롭혔다.

리허설 한번 못하고 무대에 오른 국민가수, 조용필

8월 22일 평양에 도착한 조용필은 곧바로 리허설에 착수했다. 그러나 밤 11시 북측이 보안검색을 이유로 공연장 철수를 요구했다. 다음날 오후부터 연습을 재개했지만 또다시 관객 입장시간을 앞당긴다는 이유로 연습시간 단축을 요구했다. 결국 조용필은 리허설을 한번도 못한 채 무대에 올라야 했다.

곡목 변경 요구도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리허설 도중 북한측은 당초 곡목에 넣었던 '오늘 그리고'는 빼고 대신 '모나리자'를 불러줄 것을 요구했다. 바로 전날 밤 초청만찬에서는 북한의 고위인사가 '홀로 아리랑'을 불러달라는 요청을 했다.

무대 아래에서도 예상치 못한 상황은 연이어 발생했다. 우선 북측이 SBS의 중계내용을 받겠다던 약속을 어기고 중계카메라 여섯 대를 공연장 안에 설치한 것이다. 중계의 목적에 대해서는 묵묵무답이었다. 또 보안을 이유로 특수효과용 불꽃을 모두 수거해 갔다.

북한관객들의 눈물과 감동, 이어진 기립박수

공연 현장의 긴장감과는 별도로 시간이 되자 정장을 한 남자관객과 한복을 차려입은 여자관객 등 7천명이 입장했다. 저녁 6시, '태양의 눈' 가사에 맞추어, 조용필이 심혈을 기울여 편집한 영상과 함께 공연이 시작됐다. 엄청나게 큰 음악, 거대한 영상, 휘황찬란한 조명이 앙상블을 이루었지만 관객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풀리지 않을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에 제작진, 공연단 모두 당황했다. 그러나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전체 공연시간의 3분의 1정도가 지나자 조용히 아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관객이 눈에 띄었다. 박수시간이 조금씩 길어졌다. 북한가요가 나오자 억눌렀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보였다. 우리와 함께 있던 안내인은 북한관객이 공연 도중에 박수를 치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건 처음 본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가 특별히 설치한 6mm 카메라에 잡힌 한 할머니 모습은 조용필 공연이 평양관객에게 주는 감동의 깊이를 가늠케 했다. '봉선화' 가락에 따라 할머니는 눈빛으로 인생의 한을 토해냈다. 열릴 듯 말 듯한 입술로 남쪽가수의 열창에 자신의 소리를 실어 보내며 음악으로 정서적 소통이 되고 있음을 대변해 주었다.

스무 곡이 넘는 열창을 들은 평양의 관객들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기립박수로 '재청'을 연호했다. 일시에 기립하지 않은 것은 사전 각본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북한 사정에 밝은 사람이 알려주었다. 두 시간에 걸친 공연이 끝나고 우리 취재진은 평양관객들이 느낀 감동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우리와의 눈 맞춤을 외면한 채 가로등이 꺼져있는 어두운 밤길 속으로 사라졌다.

대북사업이 끝나면 남는 의문들…

북한과의 사업이 끝나고 나면 항상 두 가지 의문이 남는다. 하나는 북한과의 교류사업을 지속해야 하는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측이 사업을 추진한 의도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북한측의 비협조와 약속파기, 정치적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돌발적인 상황은 대북교류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어떻든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을 주려는 남한 사람들의 호의를 저버리고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는 북한 관계자를 만나면 회의가 생긴다. 특히 사업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지급하는 비용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북한측이 남쪽문화의 파급을 두려워하면서도 굳이 조용필의 공연을 추진한 배경이 무엇인가? 비용때문인가? 최고 권력자의 조용필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때문인가? 남한 문화의 유입에 대비해 일종의 문화충격 테스트를 해본 것일까? 동시대를 살아가는 북한사람들의 속을 알기란 청동기 시대인들의 속을 들여다 보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2005년 여름, 남북이 함께 부른 꿈의 아리랑

류경정주영체육관 무대에서 열창하는 조용필 씨의 잔영 속에 아쉬움과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그러나 평양관객이 흘린 눈물을 과연 돈으로 살 수 있었을까? 2005년 여름, 꿈의 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나눈 남북한 동포 사이의 정서적 교감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그리고 남북한 동포 모두의 가슴에 남겨진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는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고 각인될 것이다.


글 / 오기현_ '조용필, 평양에서 부른 꿈의 아리랑'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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