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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5-10-01] [조용필 빗속 공연 5만 관객 '오빠' 열광]
2005.10.0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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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빗속 공연 5만 관객 '오빠' 열광]
"평양 공연서 '오빠' 소리 못 들었다" 웃음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옵니다. 제가 덕이 부족한 탓에 이렇게 비가 내리네요. 제가 전생에 죄가 많은지 비와 인연이 깊은건지. 하지만 비도 음악 앞에서는 꼼짝 못합니다."
30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2005 PIL%26PEACE 조용필 콘서트'에서 조용필은 폭우 속에도 참석해준 5만여 명의 팬들에 대한 미안함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한 그는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보고 무척 화가났습니다. 비오는 날 밤 조용필과 놀았다고 생각하세요"라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도 그럴 것이 2년 전부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의 공연 때마다 비가 왔기 때문.
비옷과 우산을 쓰고 질서 정연하게 자리한 관객들은 조용필이 "얼마 전 평양 공연 내내 '오빠'라는 소리를 한번도 듣지 못했어요. 들은 건 '조선생님'이었죠. 평양에서 못 들었던 함성을 다 같이 질러봅시다"라며 히트곡 '비련'의 첫머리인 '기도하는~'을 부르자 "꺅~ 오빠"라며 일제히 우렁찬 함성을 질렀다.
이어 그는 "그 많은 공연을 한 이래 오빠 소리 한번 못 듣고 끝난 건 평양 공연이 처음이었다"며 "가기 전 북측의 신청곡을 받았는데 '허공',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 겨울의 찻집' 외에 '모나리자'가 있어 놀랐다"고 말해 객석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가장 인상적인 무대는 조용필이 슬라이딩 무대를 통해 비가 쏟아지는 객석으로 나와 5만 관객의 합창에 맞춰 지휘한 때. 그는 '허공'과 '친구여'를 관객들이 일제히 따라부르자 마치 대형 합창단의 지휘자처럼 폭우 속에서 여유롭게 두 팔을 저었다.
또 비둘기의 날개를 형상화한 웅장한 무대와 달, 나무, 구름 등 동양적인 영상이 흐르는 가운데 조용필이 선사한 '봉선화', '한오백년'은 구슬프면서도 우리 민족의 강인한 힘이 느껴지는 풍성한 장면이었다.
조용필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관객들도 인상적이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걸음이 불편한 노년 부부, 신세대 연인 등 세대를 초월한 관객들은 '그 겨울의 찻집', '고추잠자리' 등 30여 곡의 히트곡이 쏟아지자 2시간 30분 내내 '오빠'를 연호했다.
조용필은 "앞으로 조용필하면 '어~ 비야 비'하겠네요. 비 맞으면서 저와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꿈의 아리랑'을 엔딩곡으로 선사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자존심', '여행을 떠나요' 등 3곡의 앙코르 곡을 한 후에도 다시 무대로 나온 그는 "듣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말씀하시라"며 '물망초'로 두차례나 앙코르 무대를 펼쳤다.
출구를 향해 발길을 떼는 관객 사이에서는 "빗속에서 봤지만 조용필 씨의 미안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나이가 들어도 손색없는 가창력에 한번, 그의 따뜻한 마음에 두번 감동받았다"는 말들이 쏟아졌다. 그래서 그에겐 진정 '국민가수', '가왕'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