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Cho Yongpil Fanclub Mi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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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마이데일리 
기사 날짜 2013-11-22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지난 7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홀이었다. 15년 만에 일본에서 열린 조용필의 공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머리가 군데군데 희어진 나이든 관객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젊은 관객 대부분은 그들의 가족이겠구나 싶었다. 한국 팬클럽도 있었다.

공연은 조용필다웠다. '가왕'이란 거대한 수식어를 당당히 붙일 수 있는 가수답게 그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청춘 스타 같은 열정을 쏟아냈다. 그가 "헬로!" 하자 관객들은 "오빠!" 하며 소녀처럼 소리 질렀다.

다만 관객의 반응은 조금 덜 뜨거웠다. 15년 만이라는데 그저 자리에 앉아 머리 위로 응원도구를 들고 좌우로 흔들 뿐이지 않나.

일본인 특유의 관람 분위기 탓이라고 여겼다. 길을 걷다가 살짝 몸을 스쳐도,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중간 층에서 잡기라도 한다면 어김없이 "스미마셍"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 공연장에서도 그들은 결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허용된 공간의 범위 안에서만 묵묵히 또 꾸준히 질서를 지키며 '가왕'을 응원했다.

그리고 그 일정한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한 건 조용필이 스무 번째 노래 '모나리자'를 부를 때였다. 객석 앞쪽의 일부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들은 '모나리자'에 맞춰 춤추고 노래했다. 한국 팬들도 섞여 있었다. 주변의 관객들은 그저 그들을 바라보며 멋쩍은 웃음을 지을 뿐 동참하진 않았다.

'모나리자'는 앙코르 전의 일단 마지막곡이었다. 노래를 마친 조용필은 무대에서 내려갔다. 그러자 다른 몇몇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앙코르! 앙코르!", "조용필! 조용필!" 소리가 커져갔고, 무대 위로 조용필이 다시 걸어 들어왔다. 앙코르곡은 '헬로'. 그런데 "앙코르!"를 외치려 자리에서 일어났던 관객들이 도로 앉지 않는 거였다. '모나리자' 때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일어난 채 노래하고 춤추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금 수줍어하는 듯한 얼굴이 왠지 더 즐거워 보였다.

생경했다. 의외로 따스했던 도쿄의 거리는 한편 의외로 차가운 얼굴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원전 사고의 여파인지, 미술관 같은 데에서도 방사능의 공포를 다룬 작품이 있었다. 공포와 불안함이 내재된 분위기였다. 그랬던 사람들이었는데, 공연장에서도 철저히 질서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이었는데, '헬로'를 따라 부르며 춤추는 나이 든 관객들의 얼굴은 흥분이 가득했다. 이렇게 춤추고 싶었던 걸 어떻게 공연이 시작한 지 2시간이 다 되도록 참고 있었을까.

마지막 노래는 '여행을 떠나요'였고, 그때는 이미 일어나지 않은 관객들을 세는 편이 더 빠를 정도로 분위기가 달아올랐으며, '여행을 떠나요. 즐거운 마음으로 모두 함께 떠나요'란 가사처럼 그곳은 일본 도쿄의 한복판이었음에도 그 순간 관객들은 어디 멀리 모든 걸 잊고 여행 떠난 이들처럼 춤췄다.

조용필이었으니까. 30년 전 일본에서 '돌아와요 부산항에', '추억의 미아1' 등을 크게 히트시켰고, 골든디스크도 수상했고, NHK 가요 홍백전 외국인 최초 출연의 기록도 세웠고, 또 숱한 도시들을 돌며 공연했던 '가왕' 조용필이었으니까 일본 관객들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했던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15년 만에 찾아 온 조용필이 지난날의 추억을 흔들어 깨운 거라고 말이다.

다음 날, 일본의 그 낯선 광경을 뒤로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날 밤 MBC에선 '이미자의 구텐탁! 동백아가씨' 중계를 해주고 있었다.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 야훈더트할레 공연장에서 열린, 한독수교 130주년과 근로자파독 50주년을 기념해 열렸다는 그 공연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전날 일본에서 본 것과 비슷한데, 또 조금 다르기도 한 광경을 목격했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님에 대한 여인의 그리움을 표현한 이 노래에 객석을 채운 나이 지긋한 독일 교민들은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 지난 1960년대, 가족을 두고 독일로 떠나와야만 했던 광부와 간호사 출신의 그들에게 '동백아가씨'는 남달랐다. 그들에게 '님'은 고향이자 가족이며 연인이었다. 50년 전 낯선 땅에서의 외로움을 달래주던 '동백아가씨'가 50년 만에 눈 앞에서 이미자의 목소리로 재현되자 지난 연민이 다시금 진하게 일어나 그들을 울게 했을 것이다.

일본에서 울려 퍼진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나 독일을 울린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나 같은 노래도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특별한 의미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아마 이들의 노래는 그 시대를 반영하는 특별한 사연을 담고, 또 수십 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정서를 담고 있었기에 이런 광경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주말 TV 속 음악프로그램에선 일제히 아이돌 가수들이 쏟아져 나와 화려한 퍼포먼스와 이른 바 '폭풍 가창력'을 뽐내고 있었다. 한류를 이끄는 이들의 그 현란한 무대를 보며 15년 혹은 50년 후, 시대와 공간을 넘어 자리에서 관객들을 일으켜 세워 춤추게 하거나 짙은 향수로 관객들을 울릴 가수와 노래는 누구이고 또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이돌 노래의 빠른 비트처럼 쉴새 없이 발표되는 숱한 신곡들에, 한 달이면 컴백과 활동 마무리를 반복하는 요즘이었다.

[가수 조용필(위), 이미자. 사진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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