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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친구`의 빈자리 음악으로 채워야죠
2003.06.2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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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을 때 와이프가 `USA투데이`를 가져와서 그러데요. `자기 야, 미국서도 음반판매량이 4분의 1로 줄었대`라구요." 조용필 씨와의 인터뷰는 건국 이래 최악의 불황이라는 국내 음반시장 에 대한 걱정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도, 미국도 CD에서 mp3로 넘어가는 대세를 막을 순 없을 것 같아요. 그 충격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인데…. 이렇게 가다간 우리 후배 가수들이나 연주자들 어디 밥먹고 살겠습니까." `용필이 형님`다운 답변이다.
실은 인터뷰를 앞두고 조금은 껄끄러웠 던 게 사실이었다.
지난 1월 6일 부인 안진현 씨가 심장질환으로 세 상을 떠난 후 조씨의 슬픔이 워낙 남달랐던 터라 어떻게 대화의 물꼬 를 터야 할 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먼저 이달 초 한국을 찾았던 처 제 제니퍼 안씨와 한인 최초로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남편 김창 준 씨 부부의 안부를 물었다. "만나서 여러 이야기도 나누고 회포도 풀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저런 이야기하니까 결국 또 와이프 생각이 나더라구요." 조용필은 자신의 모든 것이 바뀌었고, 삶의 전부가 달라졌다고 한다.
끊었던 담배이건만 연신 줄담배를 피워댄다.
"저의 꿈, 하고자 했던 일, 이루고자 했던 인생이 다 바뀐 것 같아요 . 아침에 눈뜰 때부터 밤에 잠잘 때까지가 완전히 달라요. 처음엔 이 래가지고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갑자기 침울해진 분위기가 어색했던 탓일까. 이내 밝은 웃음으로 말 을 이어간다.
"제가 음악한 지 35년이 됐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대표`라는 직함 을 가진 적이 없었거든요. 돈도 얼마나 벌고 쓰는 지도 몰라요. 10년 넘게 와이프가 다 맡아서 해줬구요. 근데, 35년만에야 비로소 `대표` (필레코드)가 됐더군요. 이게 가장 크게 달라진 거 아닌가요."(웃음) `2003년은 무조건 바쁜 해`로 계획을 세웠다.
지난 4월에는 전국투어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고, 자신의 18번째 앨범준비도 시작해 상당수 의 수록곡들이 완성된 상태다.
8월 30일에는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4만5000명의 관객을 놓고 `3 5주년 기념콘서트-The History`(02-522-9933)를 계획해놓고 있다.
콘서트에 들인 돈이 거의 웬만한 한국영화 한편 찍는 액수와 맞먹는 다.
"부담은 되죠. 워낙 공연장이 커서. 그래도 몰두할 수 있어서 좋아요 . 요즘엔 매일 4시간 넘게 릴레이 회의를 계속하는데요, `선수들끼리 ` 모여서 하니까 재밌어요. 스릴도 넘친다니까요." 연말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하는 송년 콘서트 준비를 시작할 계획 이라며 무조건 바쁘게 살겠단다.
오빠부대의 원조, 팬 클럽의 원조, 일본 가요계 점령의 원조, 디너쇼 의 원조 등 온갖 원조의 전설을 남기고 있지만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원조`는 `콘서트의 원조`다.
"90년대 초 `허공`까지 부르고 TV를 떠났는데요, `그래, 더 오래 할 려면 이젠 떠날 때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콘서트에 전념했죠.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후배들 중에서도 콘서트를 통 해서 꾸준히 살아남는 친구들도 있구요. 결국 콘서트예요." 별다른 취미도 없다.
TV도 거의 안 본다.
주식이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른다.
80대 정도 치는 골프가 유일한 여가생활이다.
"후배 인기가수들은 팬들 때문에 돌아다니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전 하나도 불편한 게 없거든요. 제가 `그나마 음악인생을 통해 자랑할 수 있는 게 사람들이 저를 평범하게 생각한다는 거다`라고 말하면, 후배들은 이 뜻을 이해할까요." 조용필이 음악인생 35년을 보내며 남긴 나름의 깨달음이었다.
<정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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