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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조용필, 그 못다쓴 이야기 -한현우 기자-

2003.09.02 19:16

찍사 조회 수:7382 추천: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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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올림픽경기장에서의 35주년 기념공연을 마친 조용필은 영 아쉽고 섭섭한 인상이었다. 역시 비 때문이었다.

그는 만난 사람들마다 연방 “어땠어, 어땠어?”라고 물었고 사람들은 대개 “준비한 걸 다 못보여줘서 아쉽긴 하지만, 악조건을 이기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사운드가 비 때문에, 조명이 비 때문에, 특수효과가 비 때문에를 연발했다. 그는 이날 무대에서도 “야속하게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라고 두번 말했었다.

2003년 8월 30일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조용필 35주년 기념공연은 한국 공연사에, 아니 한국 음악사에 영원히 남을 빅 이벤트로 기록될 것이다.

록이든 힙합이든 트롯이든, 음악을 사랑하고도 이 현장을 놓친 사람들은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 틀림없다.

수많은 매체들이 조용필의 공연을 앞두고 대대적인 보도를 했다. 4만석 가까운 유료 좌석이 매진됐다는 신기록이 이런 보도에 힘입은 바 적지 않을 것이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조용필의 이번 공연만은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매진을 이끌어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SBS TV는 9월 12일 오후 8시30분에 이 공연을 90분짜리로 편집해 방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그날의 감동을 절반이나 전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흰 비옷을 입은 4만5000명의 군중들의 모습은 흡사 무슨 대규모 종교집회를 연상케 했고, 줄곧 쏟아지는 비는 대형 조명에 비치면서 미리 계획해둔 특수효과처럼 반짝였다


비옷에 고인 빗물을 털어내고 안경에 낀 빗물을 손으로 쓱쓱 닦으며 본 공연을, TV가 몇 %나 재현해낼 수 있을 것인가.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적어도 내게는, 조용필이 먼저 간 아내 안진현을 그리며 만든 곡 ‘진(珍)’이었다.


조용필은 공연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많이 흘렸다.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 이태윤이 작곡한 이 노래를 예전에 가사 없이 들었을 때,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8월 초쯤, 조용필이 이 곡에 양인자의 가사를 얹었고 매우 만족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조용필은 이 노래 가사의 “속살같은 별빛 하나가/울지 말라고 울지 말라고/깜박이고 있네” 하는 부분이 너무나 좋다고 몇번이나 말했다.


그럼에도 이 곡을 조용필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건, 편곡 과정에서 아내에 대한 조용필의 그리움이 담겼고, 양인자 역시 그것을 의식해 가사를 썼기 때문이다.



35곡 가운데 조용필은 ‘모나리자’에서 첫 음을 잡지 못해 잠시 당황했다. “내 모든 것 다 주어도” 하고 첫 소절을 시작했는데, 반주보다 두 음 정도 낮았다.


그를 아는 팬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용필은 무대를 뛰어다니며 “반주가 잘 안들려요” 하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 난감한 상황은 공연 후 이해됐다.


무대 위엔 가수를 위한 모니터 스피커들이 있다. 다른 스피커와 달리 무대쪽을 향해 소리를 내주는 스피커들이다. 이날 비를 막기 위해 이 스피커들에 비닐을 씌워놓았으나 문제가 생겨 거의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조용필과 그 팬들로서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결국 비가 없었으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이날 게스트는 이은미 신승훈 유열 신해철 god 장나라였다. 압권은 역시 이은미였다. 조용필과 함께 ‘미지의 세계’를 부른 이은미는 이 노래의 록 적인 느낌을 매우 효과적으로 보여주면서 중년으로 가득찬 객석을 마치 크라잉넛 객석처럼 들끓게 하는 신통력을 과시했다.

신승훈과 유열이 나름의 발라드적 이미지로 분위기를 훈훈하게 했다면 신해철은 ‘아시아의 불꽃’을 하드코어에 가까운 음악으로 연출해 독특했다.


그러나 관객층이 대부분 중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시도는 ‘적재적소’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god는, 남자 다섯이 온통 무대를 휘젓고 뛰어다녔다는 기억을 남겼다.

최악은 장나라였다. 왜 그녀가 무대에 섰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누구나 부를 수 있는” 파트 외에는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고 음색(音色)도 학예회 장기자랑 코너에 마지못해 나온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가사 조차 외우지 못해 연신 모니터를 보며 관객을 불안하게 했으니, 무대에 선 그녀는 얼마나 불안했을까 생각하면 안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장나라는 그냥, 또는 제발 TV와 CF에서 귀여운 이미지로 승부하면 될 것 같다.



앙코르 마지막곡 ‘친구여’는 애초 조용필이 객석 중간의 트랙을 돌며 부르면, 헬리콥터가 경기장 상공에 떠서 서치라이트를 비추는 식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오후 6시까지 기다리던 헬기가 결국 비 때문에 철수하고 트랙을 도는 연출 자체가 취소됐다. 그러나 조용필이 앙코르곡을 부르다가 갑자기 트랙으로 뛰어나갔고, 이를 따라잡지 못한 카메라가 그 모습을 화면으로 비추지 못해 관객들은 다소 어리둥절하며 답답해했다.



이날 무대 연출 중 가장 출중한 것은 역시 조명이었다. 여의도 LG 트윈타워 처럼 생긴 철제 구조물 네 개가 무대에 섰고 그 사이에 촘촘히 조명이 들어차, 수 없이 다양한 조명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 역시 비 때문에 공연 당일 갑자기 30%가 고장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조명이 많아 관객들은 고장을 의식하기조차 어려웠다.

10시20분쯤 공연이 끝나고 11시부터 인터컨티넨탈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뒷풀이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유열 이은미 신해철 신승훈, 국회의원 한화갑 강성구, 조용필을 일본에 처음으로 소개한 우치로 니로(조용필은 그를 ‘아버지’라고 부른다) 등이 참석했다. 인사말에 나선 조용필은 이렇게 말했다.

“많은 분들이 비를 맞으며 제 노래를 들어주셨습니다. 이보다 더 감사해야 할 일이 있을까요.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이번 공연을 준비한 연출진과 스태프 모두에게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보여드리고자 했던 무대는 될 수 없었지만 모든 분들이 하나가 돼서 이 무대를 만들어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정말 아쉽고 멋지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오늘 그러지 못한 것이 인생의 한가지 오점이 될 것 같습니다.

수많은 관객들을 봤을 때 이 분들이 날 이 자리에 오게 했다, 많은 분들이 듣고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목숨 걸고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조용필이 되겠습니다.”



이어 총연출을 맡은 윤호진 감독(명성황후 연출가)이 나섰다.
“오늘 공연 제목이 The History였지만, 오늘이야말로 History를 창조한 날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 많은 관중이 빗속에서 하나가 되어... 참 예술이란 이렇게 위대한 감동을 주는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신해철은 “조용필 선배님은 보여주고 싶은 걸 다 못해서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겠지만, 사실 오늘 밤 조용필은 로마의 황제가 부럽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선배님이 계시다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했고, 이은미는 “아쉬운 점 많겠지만, 선배님은 처음으로 스타디움에서 공연한 가수로 기록됐고, 우리가 그 길을 따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를 파하고는 같은 호텔 34층의 바에서 10여명이 모인 가운데 뒷풀이 2차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조용필은 여전히 ‘비 때문에 못다한 연출’을 섭섭해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무대에 올라가서 세곡을 불러보니까 안되겠더라 이거야. 모든 게 엉망이야. 하나도 보여줄 수가 없어. 그래서 ‘오늘은 내가 다 해야된다, 내가 노래로 다 보여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지.”

그는 이어 바에 있는 피아노에 앉아 ‘친구여’를 연주하며 노래했다. 꽤 취한 상태여서 노래 자체가 훌륭할 수는 없었지만 이날의 흥분과 회한이 듬뿍 실려있어 무척 감동적이었다.

호텔 바에서 나오니 열혈 팬 10명 가량이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술 많이 드셨네요” 하며 마치 친오빠 걱정하듯 거의 울먹이는 그 팬들은 조용필 손이라도 한번 만져보려고 덩치 좋은 보디가드와 씨름했다. 조용필은 그 손들을 일일이 잡아주고 차에 올랐다. 2시간20분을 꼼짝없이 비에 흠뻑 젖은 그는 샤워는 커녕, 무대 의상을 갈아입지도 않고 그 시간까지 뒷풀이에 참석한 뒤 방배동 자택으로 향했다. 몇몇 스태프와 지인들이 뒤를 따랐고, 새벽이 다 되도록 이날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까지

‘조용필, 그 못다쓴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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