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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 명반을 찾아서<12>조용필 1집(1980)
2003.12.0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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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반을 찾아서<12>조용필 1집(1980)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우뚝 섰지만 곧 이은 대마초 파동으로 무대에서 사라져야 했던
조용필은 1980년 기념비적인 앨범을 가지고 화려하게 컴백한다.
지금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절창(絶唱)으로 꼽히는 곡 ‘창밖의 여자’,
그리고 당시로는 신기했던 드럼 머신 사운드에 가성을 얹은 뉴웨이브풍의 ‘단발머리’가
그 앨범의 선풍을 이끈 쌍두마차였다.
결코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매력적인 음색을 잊지 않은 팬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폭발적인 갈채로 그의 재림을 환영했다.
조용필은 단숨에 최고가수 자리에 등극했으며
이후 10년 이상 아무 경쟁상대가 없는 완벽한 1인 지배체제를 구축했다.
그런데 특기할 것은 공식 1집으로 기록된 이 앨범이 발표된 때가
80년 3월,
바로 민주화 열기로 뜨거웠던 ‘80년 서울의 봄’이었다는 사실이다.
5·17 계엄, 5·18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신군부 출현이라는 정치적 격동기와 앨범이 선풍을 일으킨 시점이 묘하게도 정확히 맞물린 것이다.
‘창밖의 여자’와 ‘단발머리’뿐만 아니라 ‘대전 블루스’ ‘한오백년’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 ‘잊혀진 사람’ ‘슬픈 미소’ 등
앨범 대부분의 노래가 동시다발로 히트선상에 올랐으며 전에 이미 알려졌던
‘돌아와요 부산항에’ ‘정’ ‘너무 짧아요’마저 줄줄이 다시 사랑을 받았다.
정치적 상황에 혼란스러운 대중들은 가슴을 헤집는 듯한
‘창밖의 여자’와 ‘대전 블루스’ 등 그의 노래에 위로를 받은 셈이다.
조용필 스스로도
“당시 사람들은 ‘한오백년’ 같은 노래를 통해 숨막히고 두려운 시대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한풀이’를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술회하고 있다.
이를테면 시대가 반대급부로 조용필의 외침을 더 리얼하게 만든 것이다.
앨범의 성공은 대마초 사건에 따른 공백기에 토속적 판소리 창법을 사사받으며
보컬을 절차탁마 가다듬은 노력의 결과였다.
‘창밖의 여자’ ‘대전 블루스’ ‘한오백년’ 등은
감히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이의 가창을 자랑하고 있다.
떨림·휨,
그리고 울림 등 전통적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소리가 거기에 전부 존재했다.
최고 가객(歌客)의 진검승부가 빛나는 실로 가왕(歌王)의 기념비적 앨범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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