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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커 조용필이 낯설다? 90년대 초반 앨범을 주목하라
2013.05.23 19:52
신문사 | 헤럴드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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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날짜 | 2013-05-23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112&aid=0002429573
자신의 모든 앨범 중 19집 ‘헬로(Hello)’가 몇 번째로 마음에 드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용필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돌이켜 보면 아쉽지 않은 앨범이 하나도 없다”는 말로 에둘러 답을 피해갔다. 기자가 1991년에 발매된 13집 ‘더 드림스(The Dreams)’를 가리키며 “그래도 이 앨범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사실 19집보다 만들 때 흥분됐던 앨범은 13집”이라고 간접적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조용필의 음악을 몰랐던 젊은 세대들은 19집의 세련된 록 사운드에 열광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상의 세련된 조용필의 록 사운드는 이미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에 완성돼 있었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조용필은 록커로 변신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록커였다.
조용필은 90년대에 들어서 어덜트 컨템퍼러리(Adult Contemporaryㆍ성인 취향) 성향의 록으로 음악적 변신을 시도했다. 당시 40대의 나이로 접어든 조용필은 1990년 12집 ‘세일링 사운드(Sailing Sound)’에서 강렬하고 무거운 록 사운드를 선보였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 ‘추억 속의 재회’와 ‘해바라기’는 조용필 음악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곡이다.
특히 미국 유명 프로듀서 탐 킨(Tom Keane)과 손을 잡고 만든 13집 ‘더 드림스’는 조용필의 골수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앨범임과 동시에 많은 음악인들이 걸작으로 손꼽는 앨범이다. ‘꿈’이란 주제로 콘셉트 앨범(Concept Albumㆍ수록곡 전체가 하나의 주제로 통일돼 있는 앨범) 형식을 취하고 있는 13집은 당대 어떤 뮤지션의 앨범보다도 진보적인 사운드와 연주, 녹음 수준을 자랑한다. 타이틀곡 ‘꿈’을 비롯해 프로그레시브 록적인 접근이 인상적인 ‘지울 수 없는 꿈’, 수준 높은 라틴 댄스를 들려주는 ‘장미꽃 불을 켜요’ 등 음악적으로 주목해야 할 곡이 한 둘이 아니다.
이듬해인 1992년에 발매된 14집 역시 13집 못지않은 완성도를 가진 앨범이다. 클래시컬한 연주에 실린 절제된 보컬이 격조를 더하는 ‘슬픈 베아트리체’, 장대한 스케일과 삶을 관조하는 가사가 돋보이는 ‘고독한 러너’를 비롯해 성인 취향 발라드의 진수를 들려주는 ‘추억에도 없는 이별’과 ‘슬픈 오늘도, 기쁜 내일도’ 등 숨겨진 명곡의 향연이다. 그러나 이 앨범은 같은 해에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돌풍에 휩쓸려 묻혀버리고 말았다.
이 앨범들이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으지 못한 이유에 대해 조용필은 “당시엔 텔레비전 방송이 가장 큰 홍보수단이었는데, 방송 출연을 하지 않는 바람에 제대로 홍보를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조용필은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음악으로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컸었다”며 “솔직히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각오하고 실험적인 음악을 담았다”고 회상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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