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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어머니의 노래] '허공'

2003.12.05 22:39

ypc스타 조회 수:8583 추천: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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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1학년이던 1970년 창경원으로 봄소풍 가서 어머니(왼쪽).
담임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


                  [어머니의 노래] <87> '허공'

     3형제 키운 포목가게서 32년…고달플 때 흥얼댄 위로의 가락

어릴 적 친구 집에 가면 부러운 것이 있었다. 항상 그 집 엄마가 맛있는 간식을 챙겨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집에 계신다는 것.
내 어머니는 집에 계시지 않았다. 포목가게를 하셨던 어머니는 아침에 나가면 밤 10시가 넘어 들어오시곤 했다. 내가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은 잠들기 전 잠깐뿐이었다.

1962년 개업해서 1994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32년간 영업했던 종암시장 A동 9호의 ‘금성포목’은 일요일도, 공휴일도 없었다. 어머니는 그렇게 자신의 청춘을 고스란히 4평짜리 포목가게에 바쳤고, 그 덕에 우리 아들 3형제는 대학을 마치고 이렇게 살게 되었다.

어린 시절 내내 가게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모습밖에 본 적이 없던 나는, 당연히 어머니가 무슨 노래를 좋아하는지도 몰랐고,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가게에서 심심할 때 듣게 노래 테이프나 사오라”고 하셨다. 그것은 조용필의 ‘허공’이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테이프를 사다 드렸고 어머니는 이후 포목가게 구석의 조그만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허공’을 흥얼거리시곤 했다. 하지만 나는 관심이 없었다. 팝 음악에 심취했던 내게 ‘허공’은 지겹도록 들어왔던 ‘신세타령조 뽕짝’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노래의 가락이 내 마음속으로 파고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몇 년 뒤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이었다. 아버지가 가신 후 어머니는 가게를 정리하셨다. 당신 인생의 황금기를 다 보내고 할머니가 되어서야 집에 계실 수 있게 된 셈이었다. 하지만 그땐 나도 집에서 나를 맞아주며 간식 만들어주는 어머니를 부러워할 나이를 한참 지나버렸다.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 가슴 태우며 기다리기엔 너무나도 멀어진 그대….”

언제부터인가 술자리에서 노래라도 한 곡조 뽑을라치면 내 입에선 나도 모르게 ‘허공’이 흘러나온다. 노랫말 속 ‘멀어진 그대’는 때론 아버지가 되기도, 어머니가 되기도, 그리고 때로는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나 자신이 되기도 하였다. 이제 더 이상 ‘허공’은 내게 신세타령에 징징거리는 지겨운 뽕짝이 아니었다. 세상살이 힘들 때, 문득 나의 삶을 돌아볼 때마다 한숨 대신 마음을 어루만져 주던 따뜻한 위로의 노래였다. 어머니도 이런 기분으로 허공을 들으셨을까?

우리집(동작동)과 한동네에 사시던 어머니는 지난 여름 기어이 종암동으로 이사가셨다. 오랫동안 살던 곳을 어떻게 떠날 수 있느냐고 어머니는 말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거실엔 그 옛날 포목가게에서처럼, 작은 카세트에서 노래가 흘러나와 어머니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있다. 이제는 손님 대신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해….

(김익상·영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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