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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세 청년' 조용필의 18번째 도전기


나이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움직이기 싫어지는 현상이다. 몇 걸음만 전진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대도, 나이가 들면 움직이기 싫어진다. 아니, 두려워진다. 그게 '노화'라는 현상이다. 몸보다는 어쩌면 마음이 빨리 늙는다.

몸의 노화는 막을 수 없는 일일지라도, 마음의 노화는 말 그대로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점에서 서글프다. 몸이 늙는다고 마음까지 덩달아 늙는 법은 없으나, 마음이 노쇠하면 몸까지 덩달아 노쇠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오메가 시계 톱니처럼 마음과 몸의 노화는 밀접히 맞물려 있는 셈이다.


큰 톱니바퀴는 마음이요 작은 톱니바퀴는 몸이니, 마음이 쇠락한 자는 새로운 훌륭한 일을 하는 것보다는 지금껏 해오던 바보짓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이든다는 것은 비루한 노릇이다.


한국의 대중음악계는 각별히 노화가 심한 영역이다. 도통 이 바닥에서는 마흔, 아니 서른을 넘겨서도 열정적이고 창조적으로 생산하는 이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서른만 넘으면 세상을 관조하기 시작하고, 기존의 팬덤에 천착하기 일쑤며, 하던 음악의 소폭 업데이트로 귀한 세월을 감산한다. 불혹의 나이가 되면 악화는 더욱 가속된다.


미사리로 진출한다면 그래도 다행이고, 트로트로 전향하지 않는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가장 나쁜 상황은 음반도 내놓지 않고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알 수 없게 되는 부류들이다. 자신의 젊어서의 음악열을 한때의 치기로 폄훼하며, 갈비집이나 국밥집, 술집 사장으로 치부하는 이들은 몸도 마음도 임종 직전에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비루하고, 비속하다. 몸과 마음이 함께 노인인 이들에게는 희망이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용필이라는 인물이 대단한 것이다. 그에 대해서라면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쉰이 넘은 나이에 이르러서도 본인이 곡을 쓰고 노래를 한다는 것은 경의를 표할 일이다.


몸은 나이들 지언정 정신은 여전히 '오빠'의 그것을 간직하고 있다. 이는 노래의 제목들만으로도 알 수 있는 부분. "태양의 눈", "내일을 위해", "꿈의 아리랑"과 같은 '진취적인' 곡목은 그의 녹슬지 않은 청년 정신을 대변한다.


나이듦에 아랑곳없이, 앞으로 움직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그의 음악은 오히려 물리적으로 젊었을 적보다도 더 청년의 소리에 가까워져 간다.


  

▲ 조용필 18집 [Over the Rainbow]  

ⓒ2003 배성록
그가 새 음반 'Over the Rainbow'(2003)에서 선보이는 노래들은 청년의 사운드, 록의 리듬을 기반으로 한다. 흘러간 옛 노래의 재탕도, 트로트의 탁한 리듬이나 멜로디나 창법도, 통속을 세설로서 배설하는 남녀상열지사의 노랫말도 보이지 않는다.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은 질풍과도 같은 힘찬 비트이며, 총기를 여전히 간직한 첨예한 목소리이고, 내일과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노랫말이다. 그리하여 조용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또다시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단지 그 뿐만이라면, 노년에 젊은 음악을 한다는 사실 뿐이었다면 이 꿈많은 53세 청년에게 마음 깊은 데서 배어 나오는 경의를 표하지는 않았으리라. 인터뷰를 통해 이번 앨범에 대해서 "클래시컬한 면과 오페라,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묻어나올 것"이라고 말한 바와 같이, 조용필은 새 음반을 통해 새로운 음악적 관심사와 기존 본인의 음악간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화학적인 결합이라기보다는, 아버지인 록-대중음악의 유전자와 어머니인 클래식-오페라-뮤지컬의 그것이 교접하여 낳은 자녀와도 같은 결과물이랄까. 첫 곡 "태양의 눈"만 가지고는 온전히 감이 오지는 않는다. 격동적이고 급박한 템포로 펼쳐지는 조용필 특유의 록 사운드이나, 여기에 더해지는 드라마틱하고 웅장한 배킹 보컬은 이 곡이 뮤지컬의 형식에 록의 강렬함을 덧입힌 것임을 가늠하게 한다. 사운드의 거대한 스케일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는 듯 장구하고, 그 표현의 방법에 있어서는 과장된 느낌을 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어지는 발라드곡 "오늘도"는 새로운 요소가 조용필 음악에 이상적으로 녹아든 형태를 보여준다. 적절하게 조율된 오케스트레이션이 천혜의 보컬 능력을 선보이는 조용필의 감정의 완급과 어울려 고급스런 성인 취향의 발라드곡으로 완성되었다. 특히 오페라에서 따온 듯한 고음의 여성 코러스와 플롯 등의 동화적인 사운드는 곡의 클래시컬한 느낌을 강조한다. 음반의 이후 기조는 "태양의 눈"보다는 "오늘도"에 가깝다. 사운드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뮤지컬-오페라 등과 '조용필 사운드'를 뒤섞는 방법에 있어 그렇다는 이야기다.


여러 음악 양식을 고루 유랑하는 조용필의 특징은 물론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그것이 보다 일관된 형태로 나타나는데, 클래시컬한 요소나 뮤지컬의 요소들이 통일성을 가져오는 면이 크다 해야 할 것이다. 녹슬지 않은 청년, 조용필을 만날 수 있는 "一聲(일성)"을 지나고 나면, 보다 편안하고 온건한 기조로 만들어진 "With"가 이어진다. 여기서는 오페라의 아리아를 차용해서, 조용필의 보컬과 부분적으로 '듀엣'을 이루는 형식을 꾀한다. 버스(verse) 파트에서 둘은 헤어졌다가, 감정이 고조되는 후렴구의 절창에서 만나기를 반복한다. 소프라노의 여성 보컬과 조용필 목소리간의 조화는 다소 관조적이고 제3자적인 곡의 메시지를 보다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것으로 만드는 요인이 된다.


"도시의 OPERA" 역시 같은 기조도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스타카토로 이어지는 스트링이 만드는 긴장감이 록 밴드 세션의 급박한 템포로 전개되고, 이는 조용필의 절창과 아리아가 맞물리는 후렴부에서 드라마틱하게 확장된다. 록 세션의 외피를 취하고 있지만 편곡의 방식상으로는 오페라의 그것 그대로이다. 규모 있는 오케스트라와 배킹 보컬, 그리고 록 밴드 세션은 절묘하게 통제되어 어느 한 쪽으로 치중되지 않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한편, 간결한 피아노 선율과 물결지는 오케스트레이션을 배경삼아 부르는 발라드 "꽃이여"나 죽은 아내에 대한 송가 "珍(진)"은 그 감정의 진정성으로 인해 빛을 발하는 노래들이다. 이 곡들에서는 직접 작사를 하지 않음에도 설득력있는 감정을 표해내는 조용필 보컬의 힘이 새삼 드러난다.


하여, 조용필의 18번째 음반은 거장의 음악적 힘을 또한번 보여주는 작품으로 탄생하였다. 대중음악으로서는 다소 과장된 듯한 연출이 버거운 청자에게도, 큰 규모의 화석화된 음악 양식들을 록 음악과 발라드의 외형에 무리없이 수용한 조용필의 역량에는, 그리고 클래시컬한 채색으로 인해 균일해진 음반의 밀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아내와의 사별에도 불구하고 메시지가 희망적인, 다시 말해 청년 정신에 와닿아 있다는 점은, 또한 노랫말뿐이 아니라 사운드에 있어서도 보다 진보적이고 모험적인 양식을 취한다는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53세의 이 노장은 육신의 쇠락함을 정신의 총명함으로 너끈히 대체하고도 남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담이지만, 그 정신의 늙지 않음 때문인지 사진을 통해 본 그의 현재 모습 또한 젊음의 생기를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하여, 53세 노장은 노장이 아니게 되었다. 보라, 53세 청년이로소이다. 해로 따져 35년째, 횟수로는 18번째로 감행하는 그의 도전은 도무지 생물학적 나이의 그것과는 무관하게 보이니 말이다.

/배성록 기자 (schmaltz99@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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