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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거꾸로 예술 디자인] 조용필의 위대한 (재)탄생



지난 6월 30일, 대학로의 아르코미술관에서 <문샤이너스와 함께하는 달빛아래 용필오빠>란 제목의 다소 기묘한 콘서트가 열렸다. 주목할 만한 슈퍼 세션 밴드로 불리는 문샤이너스의 이번 미술관 공연은, 현대미술가 Sasa[44]의 최근작 <위대한 탄생>의 일환으로 특별히 기획된 것이다. 이게 다 뭐하자는 난리법석일까.
기획전인 <재활용>전에 초청된 작가 Sasa[44]는, 조용필을 기리는 동시에 조용필을 통해 한국사회의 변화를 되돌아보기 위해, ‘조용필의 벽’이라 불릴만한 독립적인 전시를 꾸몄다. 구미의 근대미술관을 연상시키는 녹회색 벽면을 차지한 것은 조용필의 다채로운 모습이다. 황금빛과 은빛의 화려한 수제 나무 액자로 마감된 그의 사진들은 다소 코믹하기도 하고, 촌스럽기도 하지만, ‘역시 조용필!’이라는 작은 탄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역시 한 가운데 전시된 회화 작품 <조용필>이다.

제10집 음반 표지에 실린 조용필의 모습을 커다란 캔버스에 옮겨 그린 이 작품은 Sasa[44]의 것이 아니다. 이 문제적 회화는 아토마우스란 변종 캐릭터의 작가로 이름난 이동기가 아직 대학생이던 1988년에 제작한 것이다.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 조용필을 꼽는 이동기에게 이 그림과 1988년은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1988년 처음으로 까치나 둘리 같은 만화 캐릭터를 캔버스에 옮겨 그리기 시작하며 작가로서의 기본적 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또 당시 제작한 작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조용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가 <위대한 탄생>이란 제목으로 ‘조용필의 벽’을 꾸몄을 때, 1차적으로 기념하는 것은 조용필이라는 연예인이지만, 2차적으로는 한국의 현대미술가에 의해 인용된 조용필, 혹은 인용을 통해 재해석을 시도한 이동기와 한국의 현대미술을 기념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Sasa[44]는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이 모인 록그룹 문샤이너스를 초청해 ‘조용필의 벽’ 앞에서 공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기념 공연에서 문샤이너스는, 조용필의 노래 <꿈>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연주했다.

이렇게 기존의 예술가들을 엮어 윈-윈 시추에이션의 기획을 짜는 일을 ‘핌핑’이라고 부른다. Sasa[44]의 다차원적 핌핑 덕분에 공연 당일 갤러리엔 웬만해선 함께하기 힘든 관객들이 한데 모였다. 조용필 팬클럽의 중년 여성들과 문샤이너스 팬클럽의 젊은이들이 소위 ‘팬심’을 품은 채 박수 치고 소리 지르며 공연을 즐기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조용필을 선택했을까?

“<위대한 탄생>은 1979년 10월 26일 이후 1980년 5월의 광주, 1987년 노태우의 6ㆍ29선언, 그리고 20년이란 시간차를 지닌 현 2007년 노무현 정권에 이르는 한국근대사의 변천을 조용필이란 필터로 바라보는 작업”이라고 설명하는 그는, 조용필이 한국대중문화사의 격변을 보여주는 기념비적 존재라며 대마초 파동과 1980년대의 새로운 문화적 상황을 언급했다.

“1974년 박정희 대통령은 외아들인 지만씨가 연예인들과 어울려 대마초를 피운 사실을 보고 받고, 대마관리법을 제정했다. 그리고 이 법을 근거로 그간 아무런 문제없이 대마초를 즐겨온 연예인들을 구속해버렸다.

이때 끊겼던 관련 연예인들의 ‘밥줄’은 10ㆍ26사건 이후 시행된 사면 조치로 다시 이어졌다. ‘박통의 아들사랑’이 야기한 ‘대마초 파동의 시대’가 10ㆍ26사건으로 종료된 것. 그러니까 일련의 대마초 소동이, 1970년대와 고별(흑백 TV와의 이별)하고 1980년대를 맞이(컬러TV와의 조우)하는 한국사회사의 격동과 재미있고 우울하고 비참하게 연관된 셈이다.

그리고 1980년에 조용필 본인이 ‘공식 1집’이라고 호명한 첫 앨범 <창밖의 여자>가 발매됐다(그는 1970년대에도 음반을 낸 적이 있다). 이 음반은 판매고 150만 장을 기록하며 ‘조용필의 역사’가 시작됨을 알렸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절묘하고 드라마틱한 대변신이 아닐 수 없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동기가 옮겨 그린 조용필의 제10집 <서울, 서울, 서울>은 조용필에겐 아픈 기억일 수밖에 없다. 앙드레 김의 옷을 입은 ‘가수왕’ 조용필의 모습을 담은 이 음반은 올림픽 주제가를 노리고 제작된 터였다. 하지만 ‘올림픽 대표 가수’라는 영예는 아뿔싸 그의 손을 벗어나고 말았다. 이렇게 조용필에게 ‘1980년대의 영광’이 기울 때, 한국사회는 바야흐로 ‘민주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만약 조용필이 자신을 기념하는 작품 <위대한 탄생>을 보면 뭐라고 할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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