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에서 조용필 프리미어 쇼케이스가 열렸다. 쇼케이스에서 조용필이 신곡 'BOUNCE'를 열창하고 있다. 조용필은 10년만에 신보, 19집을 발표했다. 박성일기자sungil@sportsseoul.com

'가왕(歌王) 신드롬'이 대한민국 가요계를 적시고 있다.

올해로 데뷔 45주년을 맞은 '가왕' 조용필이 정규 19집 음반 '헬로'(Hello)를 23일 발매하자마자 각종 음원 차트 '톱10'을 점령하고 CD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을 만들어내는 등 인기 열풍이 대단하다.



◇'헬로'(Hello), 줄을 서시요!

'헬로'는 2003년 18집 '오버 더 레인보우' 이후 10년 만에 공개되는 조용필의 새 앨범이자 '가왕'의 식지 않는 음악 열정과 진보에 대한 노력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앨범 발표에 앞서 지난 16일 선공개한 노래 '바운스'가 젊고 세련된 감각의 사운드와 멜로디로 중장년 팬들은 물론이고 10~20대까지 지지를 얻어 인기를 예견했지만, 이처럼 뜨거울 줄은 몰랐다.

23일 정오 공개된 19집은 불과 1시간 만에 타이틀곡 '헬로'가 벅스, 올레뮤직, 싸이월드뮤직의 실시간 차트 1위, 멜론과 엠넷닷컴 2위 등을 차지했다. 벅스에서는 1~10위까지 수록곡 10곡이 모두 진입했으며 싸이월드뮤직에선 8곡이 '톱10'을 장식했다.

오프라인 음반시장 반응도 뜨겁다. 음반판매 집계 사이트인 한터차트의 23일 실시간 음반판매량에서 1위에 올랐으며 22일 공개됐던 예스24의 예약 음반 판매지수도 8만을 훌쩍 뛰어 넘었다. 조용필 소속사 측은 "애초 선주문 물량을 위해 2만장을 사전 제작했는데 매진돼 긴급 추가 물량 제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가요 관계자들은 이같은 기세라면 10만장 이상의 판매량도 거뜬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조용필의 친필 사인 CD를 사기 위해 23일 새벽부터 서울 종로 영풍문고 본점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오전 9시에는 인근 SK빌딩까지 250m 가량 줄을 서기도 했다. 지난 2009년 7월 서태지의 정규 8집을 구매하려고 많은 팬이 음반매장 앞에 줄을 선 적은 있으나 만 63세 노장 가수의 새 음반을 손에 쥐기 위해 장사진을 치는 풍경은 근래 보기 드문 일이다.



◇'가왕' 신드롬의 배경은?

그렇다면 '가왕'과 '헬로'의 어떤 점이 이렇듯 팬들을 사로잡은 것일까? 새 음반의 타이틀곡 '헬로'를 포함해 '걷고 싶다', '충전이 필요해', '널 만나면', '서툰 바람' 등 수록곡 10곡을 접한 팬들은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전곡이 다 좋다. 귀에 착착 감긴다", "진정한 '끝판왕'으로 부를 수 있다", "역시 가왕답다"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이사 겸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44)씨는 "최고의 싱어송라이터로서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앨범에서 외국 곡을 가져오는 등 현재 대중음악시장의 지형도를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보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곡마다, 그리고 전 트랙에서 트렌디한 신선함과 음악의 기본기, 정석이 고루 느껴졌다. 놀랍고 감동적인 음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돌의 천편일률적인 음악에 대한 반감, 음악다운 음악에의 갈증 등이 이번 조용필의 새 음반을 통해 분출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54)씨는 '가왕'의 젊어진 음악과 쇼케이스 등 적극적인 홍보 전략, '레전드'에 대한 소환 분위기, 40~50대 중장년 층의 대리만족 등의 사회적 현상이 '가왕' 신드롬의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마디로 음반이 실하고 젊은 세대의 표현을 빌리자면 절대 구리지 않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힙합을 끌어들이는 등 18집에 비해 훨씬 젊어졌다"면서 "최근 디지털 음악 세대가 '우리에게도 레전드가 있다'며 그 주인공으로 조용필씨에게 집중된 점도 있다. 음반을 구매하는 40~50대 층이 '가왕'을 통해 '우린 아직 젊다. 늙지 않았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대리만족하는 현상도 인기 열풍에 한몫을 더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호기자 sangho94@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