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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철칼럼] 조용필 받으심

2013.04.27 02:49

꿈의요정 조회 수:5519

신문사  
기사 날짜 2013-04-26 



당신께 편지를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침에, 비 오는 서울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생각지 않았던 일입니다. 대구로 운전하면서 내내 <Hello>를 들었는데 그 길이 이렇게도 이어지고 있네요. 하루가 제법 길어집니다.

그래서 들으며 어땠느냐면, 좋았습니다. 무던히도 좋았고 실은 좀 시큰해졌달지 울컥했달지 풍경이 멀어지기도 했습니다. "조용필이구나." 그렇게, 못내 복잡했던 마음이 이제는 가지런해졌습니다.

'못내 복잡했던 마음' 이라고 쓰고 나니 멋쩍기도 합니다만, 말씀드릴게요. 일주일 전 앨범보다 먼저 '바운스'가 공개되었을 때, 저는 그걸 듣고 즉각 낙심하고 말았습니다. "바, 바, 바운스라고?" 누구에게 물을 것도 없었지요. 단어 하나 때문만도 아니었고요. 말하자면 저는 그 노래를 이렇게 받아들였습니다. 이건 보톡스가 아닐까? 주름이 아니라 표정을 지우는, 젊음을 되돌리는 게 아니라 억지로 '동안'을 제조하는, 설마 조용필도 ‘빵빵한’ 얼굴로 나타날 텐가? 

탄식, 그리고 질문은 단순했습니다. 이 노래가 과연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조용필의 노래보다 좋은가?  일제히 터진 세간의 환호성과 사뭇 다른 방향이었습니다. 사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어요. 이 노래가 좋다고? 정말? 마침내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제까지 내가 좋아했던 조용필은 뭐였을까? 난 대체 뭘 좋아했던 거지?

조용필의 새 노래라면 누구보다, 정말 그 누구보다 뜨겁게 맞을 모든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했던 제게 '바운스'는 젊음이 아니라 ‘젊음’을 앞세우려는 마케팅으로 들렸습니다. 노래를 듣지 않았습니다.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채로 기자회견에 갔어요. 묻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 노래가 정말 마음에 드세요? 젊음이나 새로움 같은 말이 어떤 강박이 되었던 건 아닌가요? 혼자서 질문을 중얼거려보는데도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번 앨범이 저는... 그냥 음악인으로서 어떤 곡을 타이틀로 만들자는 것 없이, 한 곡 한 곡 이것이 타이틀곡이다라고 편하게 시작했던 것이,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 때문에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게 됐습니다. 정말 여러분 감사하고요. 가사에 넣었듯이... 심장이 바운스바운스됩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당신의 첫 인사였습니다. 어눌하고 느렸지요. 근데 이상한 건 그 말에 뭔가 풀려버렸다는 겁니다. 글자에는 없는 떨림이 말에는 있는 법이라서 일까요? 한껏 각을 세워 뾰루퉁했던 마음조차 어느새 둥글어지려 했습니다. 당신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전혀 거짓없이 말씀드릴게요. 저는 음악을 되게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게 평생 팔자려니 운명이려니 사는 사람이거든요.”
그 말을 들으며 확신했습니다.“되게 사랑합니다”라는 그 다듬어지지 않은 말. 뭔가를 표방하며 내세우진 않았구나. 그럴 수가 없는 사람이구나. 저토록 무구한 음악가의 순정이라니,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구나.  

쇼케이스에서 이번 노래들을 당신의 목소리로 처음 들었고, 그 후로 계속 듣고만 있습니다.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조용필 노래를 말할 때 <Hello>에 수록된 노래를 말할 수 있을지는요. 그런 채 '서툰 바람'을 반복해서 듣습니다.“눈이 오던 겨울밤에”를 발음하는 당신의 다부진 강약에 움찔하고 맙니다. '걷고 싶다'에서“네가 나의 빛이구나"할 때면 어깨가 떨립니다. 잔치판 같은 하우스 리듬이 가득한‘그리운 것은’에서 “매화꽃이 만발한 그 곳에”라고 터뜨려버릴 때면 눈에 보일 듯 환희가 충만합니다. 남자가 쓴 가사라는 걸 대번 알겠는 ‘어느 날 귀로에서’를 들으며 어느새 눈을 감습니다. 

그 모든 것의 중심은 당신의 목소리입니다. 장르도 콘셉트도 모두 조용필의 목소리로 모입니다. 모여서 흐릅니다. 흐느끼는가 하면 저리도 분명할까 싶게 또박또박 말하고, 나직하게 읊조리는가 하면 맵게도 밀어붙입니다. 어느 판소리 완창에서나 들었던 것 같은 기이한 떨림은 요즘 ‘노래 잘한다’는 판에 박힌 설정을 송두리째 뒤흔듭니다. 조용필이구나,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수 박정현이 언젠가‘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두고 말했었죠. 이 노래를 부르다 보면 조용필이라는 가수가 어떻게 한 글자 한 글자를 부르는지 알 수 있다고, 그걸 느낀다고요. 입에서 나왔다고 다 말이 아니듯이, 가사라고 모두 아름답진 않지요. 한글로 쓰였을 뿐 한국말이 아닌 노래도 넘치는 세상이고요. 거기서 당신의 노래를 듣습니다. 한국적이라 말하고 만다면 정확하지도 멋지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그건 수사가 아니라 세상일 테니까요.  

조용필의 노래를 듣는다는 사실이 그저 그 자체로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네요. 좋아서 웃습니다.뭇 가수들에게는 자신들이 딛고 서있는 무대가 한낱 모래성이 아님을 벅차게 확인시켜주었고, 그런가 하면 한 개그맨이 "바운스바운스" 당신의 성대모사를 하는 걸 보면서 맘놓고 웃기도 합니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그렇게 평화입니다.

서울은 뿌옇게 빗속일 텐데 대구엔 보름달이 떴습니다. 동성로에 즐비한 화장품가게에서 '바운스'가 거리로 튕겨지고 있었습니다. 요즘 거리에서 들리는 음악은 레코드가게가 아니라 화장품가게에서 나오기 십상이지요. 골목에 있는 작은 바의 문을 열었다가 '걷고 싶다'가 흐르는데 중년 서넛이 높은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걸 보기도 했습니다. 대전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조용필 이번 거 들어봤냐?" 묻기도 했네요. 모두 각자의 시간을 따로따로 운전하는 것일 텐데도 대한민국 전체가 잠시 조용필로 젖은 듯했다면, 공연히 부끄러우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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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이면 저는 부산으로 갑니다. 꽃피는 동백섬 때문에라도 왠지 당신과 가까워 보이는 도시지요. 가면서 '눈물의 파티' '아이 러브 수지' '서울 서울 서울'을 들을 겁니다. 웬일인지 저는 이 세 곡을 묶어 '서울 3부작'이라 칭하며 여행길마다 듣곤 합니다. 또한 '추억 속의 재회' '꿈' '바람의 노래'를 들을 겁니다. (이 세 곡을 묶는 이름은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이 사이 <Hello>를 섞어볼까 합니다. 그렇게 또 다른 조용필이라는 길이 열어가겠지요. 

당신께 편지를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살면서, 그렇게 오래 조용필 노래를 들으면서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또한 어떨는지요. 5월에 공연장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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