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35주년 콘서트…영원한 오빠 빗속 빅쇼  

가을을 재촉하는 굵은 빗줄기도 무대의 열기와 객석의 환호를 막진 못했다.
국민가수 조용필의 음악인생 35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 ‘The History’가  
8월30일 오후 7시50분부터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객석을 가득 메운 4만5,000여 청중은 2시간30분이 넘는 공연 내내
빗줄기도 아랑곳 않고 열띤 환호와 갈채를 보냈고,
조용필 역시 무대인생 35주년을 맞은 가수답게 좀처럼 보기 어려운 열창의 무대를 선사했다.

콘서트는 비로 인해 당초 예정보다 20분 늦게 시작됐다.
조개껍질 모양의 대형 무대에 그의 히트곡을 메들리로 엮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영상이 소개됐고,
이어 무대가 갈라지면서 조용필이 10m 높이의 특수장비를 타고 등장했다.  
조용필은 첫곡 ‘비련’을 시작으로 ‘단발머리’ ‘그 겨울의 찻집’ ‘모나리자’
‘돌아와요 부산항에’ ‘킬리만자로의 표범’ 등
35년간 히트시킨 노래를 불렀다. 특히 새 앨범 ‘오버 더 레인보우’에 수록된
아내 안진현씨의 추모곡 ‘진’을 부를 때는 장내가 한동안 숙연해지기도 했다.

또한 후배가수 신승훈,god,신해철,유열,장나라,이은미 등이 공연에 참여해  
그의 히트곡을 함께 불렀다.
조용필은 공연이 끝난 후 청중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떠나지 않자
‘내일을 향해’ ‘꿈’ 등을 앙코르곡으로 불렀다.
조용필은 또 후배가수들이 ‘친구여’를 부를 때는 운동장을 돌며 객석의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번 콘서트는 야외 공연으로는 최고의 악조건인 상황을 무릅쓰고 진행돼 뜻깊었다.
이날 오후 3시께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금세 굵은 빗방울로 변해 공연이 끝난
오후 10시30분까지 그칠 줄 몰랐다.
때문에 조용필의 백밴드 ‘위대한 탄생’의 컴퓨터가 고장이 나고
교향악단과 100여명에 달하는 합창단 마이크에도 이상이 생겼다.
더구나 주최측이 심혈을 기울였던 각종 특수효과도 비로 인해 무산됐다.
조용필은 이런 상황이 안타까워 공연 도중
“비가 오는 바람에 그동안 애써 준비했던 첨단장비와 특수효과가 물거품이 돼 너무 아쉽다”며
답답한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공연 2시간 전인 오후 5시30분부터 공연장에 모여든 청중은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청중은 사춘기 시절 조용필을 좋아했었던 중년의 아주머니로부터 2대 커리어 우먼,
초로의 신사,10대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폭넓었다.
이들은 주최측이 나눠준 하얀 비옷을 입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장관을 연출하며
신세대 스타들에 대한 팬들의 환호를 능가하는 열성을 보여 큰 감동을 자아냈다.

/김재범 oldfield@sportstoday.co.kr
/사진=이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