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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별]시리즈를 마치며  

옛사랑의 추억을 더듬자는 게 아니었다.
우리 시대 대중 스타의 초상화를 그리자는 것도 아니었다.
대한민국 대중 스타의 계보학을 염두에 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사람 냄새 물씬한 이야기보따리가 그리웠다.
어설픈 이념논쟁으로 인격을 통째로 부정하는 딱지 붙이기가 횡행하고
서로의 가슴을 후벼 파는 독설의 돌팔매질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여전히 사람이 등불이고 샘물일 수 있음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여전히 사람 때문에 달뜨고 애틋하고 눈물겹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찬란하지 않던가.
시인 윤동주가 아니더라도 젊은 시절 밤하늘 별을 헤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동경한 사람이 왜 없으랴.
우리가 마음속에 별을 품고 있는 이유는 그처럼 아침은 쉬이 오지만 아직도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우리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한때의 열병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오랜 세월의 풀무질을 거치며
삶의 고단함을 달래 주는 진통제가 되고,
영혼의 고독을 지켜 주는 울타리가 되고,
인생의 항로를 찾아 주는 나침반이 되는 그런 누군가를 갖는다는 것은 축복이다.

2006년 10월의 마지막 토요일부터 1년여에 걸쳐 매주 토요일자 동아일보에 연재된
‘내 마음속의 별’은 ‘사람이 곧 축복’이라는 믿음에서 움튼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고 좋아하고 아끼는 그런 정(情)의 문화를 통해 갈수록
살벌해져 가는 우리 사회의 멍든 마음을 치유해 보자는….

욕심이 하나 더 숨어 있었다.
20세기 대중문화의 산물로서 스타덤 문화와 팬덤 문화에 이제 연륜에 걸맞은 깊이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청바지와 통기타로 상징되던 대중문화를 향유하던 세대가 사회 지도층이 됐는데도
여전히 대중문화를 하위문화로 인식하는 데는 이를 10대의 전유물로 바라보는 고정관념이 작용한다.
대중문화의 주체를 10대로 못 박아 놓은 채 그 미숙성을 손가락질하는 것이야말로 허위의식이 아닐 수 없다.

조용필과 나훈아의 콘서트장을 메우는 이들은 누구인가.
한때 필드를 바람처럼 달리던 차범근 황선홍 씨가 코치와 감독으로 변신을 거듭할 때
함께 짜릿한 흥분을 느끼는 이는 누구인가.
‘문청’의 상징이었던 최인호와 강석경 씨가 수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여전히 현역 작가로 발표하는 작품을 읽으며 그 세월이 빚어낸 내공을 견주는 이는 또 누구인가.

‘내 마음속의 별’은 우리 대중문화가 이제 경지에 올랐음을 여실히 보여 줬다.
조용필 노래의 미학적 가치뿐 아니라
그 사회적 의미를 유려한 문장으로 분석한 이는 국내의 대표적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였다.
탁월한 골잡이였기에 오히려 부상과 여론의 십자포화에 시달려야 했던
황선홍 씨의 축구 인생에서 미완성의 미학을 섬세하게 읽어 낸 이는
여성 작가 김별아 씨였다.
영화배우 이영애 씨를 아름답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당당히 선언한 이는 건반의 예술가 임동혁 씨였고,
심수봉 씨의 우수에 찬 ‘뽕짝’의 생명력을 찬미한 이는
뉴스 앵커이자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유명했던 아나운서 정세진 씨였다.

이러한 크로스오버 현상은 대중문화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첼리스트 장한나 씨가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씨에 대한 흠모를 털어놨다.
만화가 이두호 씨가 목판화가 이철수 씨의 작품 세계에서 그의 인간적 향취까지 읽어 냈다.
카피라이터 최인아 씨는 소설가 강석경 씨의 작품에서 자신과 같은 영혼의 무늬를 섬세하게 찾아냈다.

그렇게 그려진 50명의 별 중에는 대중가수가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클래식 연주자나 국악인이 7명으로 그 다음을 이었다.
모든 예술 분야에서 가장 직접적인 음악의 힘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작가·시인이 6명, 건축가와 만화가를 포함한 미술가가 6명, 배우가 6명으로 동률을 이뤘고 스포츠 스타도 5명에 이르렀다.

그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고백한 이들 중에는 오랜 세월 상호 교감을 나눈 이들도 있었지만
일부러 짝사랑의 순수함을 지켜 온 이도 많았다.
그런 짝사랑의 고백을 들려줬을 때 상대가 보인 반응은 당혹감과 기쁨이 뒤섞인 것이었다.
그런데 인연의 다리를 놓아 준 기자들조차 설렘과 흥분이 교차한 것은 왜일까.
아무런 조건 없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순수한 마음에도 일종의 만유인력 법칙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이 기획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대중 스타에 대한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행복과
누군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삶에 얼마나 큰 활력소가 되는지를 깨닫게 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또한 우리 모국어가 누군가를 모질게 공격할 때가 아니라
누군가에 대한 애정을 고백할 때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 준 것에 대한 찬사도 빠지지 않았다.

옛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천지간에 고운 것이 사람이고, 사람 중에 고운 것이 말이고,
말 중에 고운 것은 글이며, 글 중에 고운 것은 시”라고.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울 뿐 아니라 밤하늘의 별보다 곱고,
그 사람이 가진 것 중에서도 가장 고운 것이 시문(詩文)이라는 뜻이다.
공자도 “시경에 실린 삼백 편의 시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는 것이다”
(시삼백 일언이폐지 왈 사무사·詩三百 一言以蔽之 曰 思無邪)라고 하지 않았던가.
‘내 마음속의 별’은 천지간에서 가장 곱다는 그 사람을 노래한 50편의 시라 할 수 있다.
부디 그 노래로 혼탁한 세상이 조금은 살 만하게 느껴졌기를….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출처:http://www.donga.com/fbin/output?f=g_s&n=200712260067&mai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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