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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산사음악회’, 조용필도 선다

2003.09.1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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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조용필, 설운도까지!

가을, 소슬바람 같은 선율이 그리운 계절이다. 그 탓일까. 연륜으로 치면 4년 정도밖에 안 된 산사음악회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공연 이벤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유명 가수나 밴드를 초청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올해는 유명 가수들이 자발적으로 산사를 찾아 팬들과 전혀 새로운 교감을 꾀하고 있다. 산사음악회의 성가를 잘 보여주는 것들이다.

동기는 다소 다르겠지만, 국보급 가수 조용필씨가 경상도 산골 절집 무대에 서는 것은 상징적이다. 조씨는 10월14일 경남 울주군 용암사(주지 송법광 스님)에서 작은 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승용차나 겨우 오를 수 있는 산골짝 작은 절이다. 조씨는 지난해 작고한 부인 안진현씨의 천도재를 용암사에서 지냈다. 그로서는 사랑하는 부인의 혼백을 떠나 보낸 곳에서 자신의 가장 소중한 재산인 노래를 보시 삼아 추모제를 여는 셈이 된다. 부인 안씨에 대한 각별한 사모의 정이 다른 어떤 무대보다 각별하게 우러나올 것 같다.


우리 시대의 가객 장사익씨도 충남 공주 영평사 음악회에 출연한다. 음유시인 정태춘과 박은옥 그리고 안치환씨는 충남 성불사의 작은 무대에 오른다. 이밖에 이동원 권인하 신효범 설운도씨 등 1급 가수들도 가을 향기 짙은 산사 무대를 찾는다. 산사 무대가 많아지면서 정률, 도신 등 스님 가수들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와 함께 올해는 대규모 연주단도 산사 야외무대에 선다. 서울 팝스 오케스트라는 경북 봉화 청량사 유보리전 앞 특설무대에서 연주하고, 불교국악관현악단 오느름은 경기도 화성의 용주사 대웅전 뜰에서 중후한 화음을 뽐낸다. 국악인으로는 김성녀, 최진숙씨와 흙피리 소년 한태주군 등이 무대에 서고, 서울 북한산 심곡사에선 이명진 무용단이 멋진 춤사위로 도량을 장엄한다.



△  지난해 경북 청량사 산사음악회에서 '최소리와 자유인'이 연주하고 있는 모습.


각 절집도 그동안 유행에 편승하는 듯한 태도에서 벗어나, 음악회에 나름의 성격을 부여하고 특징을 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올해로 4번째인 미황사 음악회는 해남 지역의 고유한 놀이와 들노래 등을 발굴해 선보이고, 음악회의 전 과정을 절집과 지역민들이 함께 결정하고 처리하는 등 지역축제로 자리잡았다. 지난 2일 사부대중 1천여명과 함께 열린 경남 남해 화방사의 숲속 생명사랑 음악회나, 8일 울산 석남사의 사부대중을 위한 음악회도 여기에 해당한다. 공주 갑사의 산중음악회는 생명운동의 빛을 밝히는 작은 등불 구실을 하고 있다.

다음은 앞으로 있을 산사음악회 일정과 내용이다.

곽병찬 기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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