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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용필·송호근, 노래와 시대 정서를 논하다

2006.12.26 20:35

찍사 조회 수:4864 추천: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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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시대에 절실한 것들 노래에 담고 싶어`
송호근 `자유 추구하는 혼이 조용필표 진정성


2007년을 재촉하는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기울어가던 지난 20일 오후. 서울 북악산 기슭의 한 고즈넉한 '그 겨울의 찻집'에 두 남자가 들어섰다.

한 사람은 한국 대중가요계의 흔들리지 않는 거목 조용필(56)씨, 다른 사람은 예리하면서도 거침없는 필봉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서울대 송호근(50.사회학과) 교수. 1980년 여름 어느 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창밖의 여자'에 전율한 뒤 조용필이라는 이름 석 자를 가슴 깊이 새겼다는 송 교수. 그는 우리 사회의 분노.좌절.절망.분열 증후군을 노래로 감싸 안고 치유해 주는 조용필을 "진정한 프로페셔널리즘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다.





▶송=예술가들은 자기의 고독을 작품으로 전환하는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조 선배의 그것은 과연 뭘까요. 20대부터 70대까지 세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조 선배의 노래혼은.

▶조=나를 버리고 대상으로 몰입하려는 것이라고 할까. 곡을 쓰며 마치 이 작품의 주인공이 부르는 것이라 생각하지요. 나를 떨쳐버리려고, 그 속으로 들어가려고. 때로 '안 되는구나'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는 오기가 나를 이끌어요.

▶송=조 선배는 대중가요의 지평을 넓혔어요. 그간 발표된 200여 곡은 여러 개의 패턴으로 나뉘는데, 그 다양한 패턴이 한국 사회의 정서를, 노래 세계의 지평을 넓힌 것이죠. 외국 음악을 수용하면서도 그것을 70, 80년대 형성한 매우 독자적인 감각으로 여러 갈래로 분출시킨 것이라고 할까. '분노와 좌절의 긍정적 반역'이라고나 할까.

▶조=우리는 영어권이 아니기 때문에 음악에서도 우리의 리듬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해 왔어요. 이런 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우선 그런 분야의 노래를 아주 많이 듣는 편이죠. 그런가 하면 기타로 3분에서 5분 사이에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고추잠자리'가 그런 노래죠.

▶송=학자들도 그래요. 처음엔 유학 다녀온 나라 얘기 위주로 하다가 이게 아닌 것 같다고 느끼죠. 한국적 현실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점점 자기 것 찾아가고, 그러면서 자기 철학이 생기고.

▶조=그래서 내년 9월에 낼 19집 앨범은 정말 획기적으로 만들려고 해요. 그동안 음악의 환경, 톤, 악기도 많이 바뀌었거든요. 요즘 새로 빌보드에 올라온 노래들을 많이 들으면서 현재 취향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되도록 멋을 안 내고, 심플하게 만들려고 하지요. 사람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걸 만들기 위해서는 만드는 사람이 편해선 안 되지요.

▶송=아직도 학생이시네. 가수생활 38년이라는 게 쉬운 건 아니죠. 정상에 있는 사람이 뭔가 흡족한 걸 더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도 드문 일이고요. 자기에게 실린 권위를 느끼지 않는 것, 이 점이 조용필표 자유고, 팬들이 감동하는 이유죠.

▶조=내 나이 정도 되면 공연하면서 폼도 잡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들 하는데 난 그게 싫어요.

▶송=그런 집착을 포기하는 건 오히려 욕심이 많은 것 아닌가요. 진짜로 무서운 걸 잡고 있는 거군요.

▶조=버렸다기보다는 내 성격이고 기질이 아닐까 해요. 계획적으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니까. 송 교수는 어때요?

▶송=학문에는 정상이라는 게 없어요. 그저 연구할 뿐인데, 거기에도 기질이 있어요.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체온을 느끼고 싶은 것, 민심을 제대로 독해하고 잘 조직해 냈다면 히트한 노래처럼 독자들에게 다가가죠. 다만 노래는 마음을 치유하지만, 학문은 마음을 분해하는 게 달라요. 분해 뒤에 치유가 있을 거라고 기대는 하지만.

▶조=요즘 한국 사회의 심리는 어떤가요? 노래 만들 때 생각해보고 싶은데.

▶송=마디마디 분절돼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모두 차갑고 사나워졌어요. 성장 덕분에 잃을 것도 채울 것도 많아졌는데, 가난했을 때보다 상처받기 쉬운 상태죠. 모두 흩어져 방황하는 모습, 나름대로 외롭다고 생각하는 것, 바로 조 선배의 감싸안는 노래가 아쉬울 때예요. 심금을 울린다는 말이 그런 거 아닌가요? 조 선배 노래가 누구보다 사회성이 짙어서 하는 말이죠. 물론 조용필표 정서로 푹 절인 것들이지만.

▶조=그런 충동을 많이 느껴요. 반드시 사회적인 것에 즉각 대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절실한 것들, 예를 들면 사랑, 친구, 시대와 사회에 대한 곡을 만들고 싶기는 해요.

▶송=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노래도 있잖아요.

▶조=아, '일성(一聲)'. 18집(2003년)에 있는 노래죠. 오전 3시 반쯤 됐나, 샤워 끝내고 뉴스 보는데 정치권에서는 싸움질만 하고, 뭘 해 먹었다 이런 얘기만 나와서 그 자리에서 만들었어요("신문을 봐도 TV를 봐도 어디를 봐도/가슴 아픈 사연들만 들리네/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슬퍼진다/이 세상을 살면서 우린 꿈도 희망도 많았어/나와 우리 모두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려왔어/우리를 아프게 하는 그들은 누구/하늘과 땅이시여 그들을 살피소서/야 야 야~웃지마라/야 야 야~우리들은/야 야 야~꿈이 있어/야 야 야~희망 있어"'일성'전문).

▶송=코언이나 U2의 곡들은 사회성이 짙고 앙가주망(적극적인 사회참여)을 표방하죠. 조 선배 노래의 실체는 앙가주망적인데, 그게 예술적 감성과 자유로움에 절여져 보다 폭이 넓고 울림이 커집니다. 격식을 깨는 사회성, 집착하지 않는 사회성, 그것을 예술성으로 승화시키는 영혼 같은 거.

▶조=너무 벅찬 일이지만 열망은 있어요.

▶송=정상에 오른 사람들의 노력과 전문가 정신(프로페셔널리즘)은 한국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입니다. 프로는 실수하지 않고 허점을 보이지 않아요. 철저한 것이죠. 자기 퍼포먼스에 대한 절대적 책임이 프로정신이죠. 그런데 요즘 보면 그게 잘 안 돼요. 실수를 해도 남의 탓으로 돌리는 풍조, 프로가 아니죠. 조 선배는 그런 의미에서 귀감이 돼요.

▶조=나는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음악적으로 인정받는 게 가장 중요해요. 완벽이란 것은 없지만 내 능력의 90%까지만 할 수 있다면 관객에게 예의를 다한 것이고, 그러면 관객은 즐거워합니다. 그래야 다음에 또 오시는 것이죠. 그게 핵심입니다.

▶송=세대 구분 없이 모두 조용필 음악에 열광하는 것은 바로 그 진정성에 있다고 봐요. 그 배경에 권위와 격식을 버린 프로정신, 자유를 추구하는 혼 말이죠. 조용필표 진정성이죠. 38년간 노래를 불러오면서 대중가요의 스펙트럼을 넓혀놓은 힘이 그것입니다. 그게 알게 모르게 사람들을 해방시킵니다. 본인도 눈치챘겠지만, 그런 자신의 기질이 시대성과 사회성을 수용하면서 넘어서게 만들지요. 10대 팬이 40대가 될 때까지, 30대 팬이 70대가 될 때까지 그들의 마음을 지켜온 이런 가인(歌人)이 있어 우리는 불행하지 않아요.

정리=정형모.정현목 기자

■ 송호근은

중도 개혁을 대표하는 한국의 지성으로 평가받는다. 서울대 사회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로 서울대 대외협력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의 '조용필 사랑'은 정평이 나 있다. 노래방 회식 자리라도 생길라치면 그의 레퍼토리는 어김없이 '조용필 표'다. 그에게 '1980년 광주'는 '창밖의 여자'로 연결된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라는 부정의 절규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차라리 나를 잠들게 하라"는 고단한 주문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고 얼마 전 한 칼럼에서 털어놓았다. 그는 조용필의 다면적 음악세계에 주목한다. 특히 좌절과 삶의 고통에서 몸을 일으키는 바람을 노래하는 조용필을 바람의 가수, 바람의 철학도라 칭했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꿈)이라며 도시 뒷골목을 헤매는 청년들을 위로하는 그의 노래는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동무가 되고 있다는 게 송 교수의 결론이다.

■ 조용필은

1968년 데뷔한 이래 록.트로트.발라드는 물론 민요.동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화시켜 '조용필표' 음악을 만들어냈다. 서구 음악이 휩쓸던 국내 가요계에 한국 대중음악의 주도권을 확립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는 점은 그의 가장 큰 공로로 평가된다.

2004년부터 전국 투어에 나서고 있는 그는 올해도 17개 도시에서 '조용필 콘서트-Pill & Passion'을 벌였다. 그의 무대는 거의 전회 매진이 되기로 유명하다. 그는 정통 콘서트를 지향한다. 공연 중 신변잡기식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거나 다른 가수를 초대하지도 않고 노래에 집중한다. 10일 서울 공연의 경우 팬들에 대한 인사와 밴드 멤버를 소개하는 코너만 빼고 온전히 2시간여 동안 무대를 장악했다. '창밖의 여자''친구여''꿈''여행을 떠나요'등 그의 노래 대부분을 남녀노소 관객이 따라 부른다는 점은 조용필 무대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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