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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의 노래를 전두환이 좋아했다?

조용필 '사나이 결심'에 얽힌 역사의 아이러니
    

▲ <사나이 결심>이란 노래가 들어있는 조용필 9집 음반입니다.  


사나이 가는 길 앞에 웃음만이 있을 쏘냐
결심하고 가는 길 가로막는 폭풍이 어이 없으랴
푸른 희망을 가슴에 움켜 안고 떠나 온 정든 고향을
내 다시 돌아갈 땐 열 구비 도는 길마다
꽃잎을 날려 보~리라

세상을 원망하면서 울던 때도 있었건만
나는 새도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날아가건만
남아 일생을 어이타 연기처럼 헛되이 보내오리까
이 몸이 죽어서 세상을 떠날지라도
이름만은 남겨 놓으리라

- '사나이 결심'

'사나이 결심'이란 이 노래를 아십니까?

국민가수인 조용필의 노래입니다.

또 널리 알려지거나 자주 불리는 노래가 아님에도

신영복씨의 <나무야 나무야>(1996년)와 이윤기씨의 <이윤기가 건너는 강>(2001년)이라는 서적에

동시에 소개된 영광스러운(?) 노래입니다.

시차를 두고 쓰인 전혀 다른 성격의 작가의 글 속에 대중가수가 부른 노래,

그것도 같은 노래가 언급되었다는 사실은 '사나이 결심'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래, 노래에 뭔가가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용필씨의 '사나이 결심'이라는 노래를 아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조용필의 노래라면 정확하진 않아도 다수는 흥얼거림이라도 기억할 텐데,

가까이에는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노래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습니다.

'사나이 결심'에 담긴 비밀을 찾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아보다 유명한 대중가수가 부른 노래 속에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커다란 역사적 사건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노랫말의 원작자가 세상을 뒤흔들었던 사건의 주인공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사나이 결심'은 10ㆍ26 사건의 주역인 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사나이 결심'의 노랫말은 그의 자작시로 7언 절구 한시인 '장부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노랫말의 주인공이자 작사자(?)인 김재규씨는 긴 시간의 군사독재를 마감한

10ㆍ26 사건의 주모자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그가 지은 '장부한'이라는 한시가

87년 당시 최고의 인기 가수였던 조용필의 앨범 속에 담기게 되었을까요.

하지만 '사나이 결심'은 10ㆍ26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다른 가수의 노래처럼

파문을 일으키거나 이슈가 되지 않았고,

사람들에게 인기도 끌지 못한 채 '조용한' 노래로 남았습니다.

그 이유 역시 저에게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입니다.

지금부터는 이윤기씨가 <...건너는 강>에서 표현한 데로

"두 주먹 불끈 쥐고" 불러야 할 노랫말에 대해 알게 된 것만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다음은 '사나이 결심'의 바탕이 되었던 김재규씨의 '장부한'이란 한시입니다.

  

▲ 김재규는 <장부한>라는 시를 왜 노래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했을까요?  

안하준령복백설 眼下峻嶺覆白雪
천고신성수감침 千古神聖誰敢侵
남북경계하처재 南北境界何處在
국토통일불성한 國土統一不成恨

눈 아래 펼쳐진 험준한 고개에 흰 눈이 덮여 있네
오랜 세월의 신성함을 누가 감히 침범하랴
남과 북의 경계가 어디에 있으랴
국토통일을 못 이룬 것이 한이 될 뿐

'장부한'이 국가 최고권력자를 '시해'하려는 거사를 앞두고

자신의 역사적 책임감과 인간적인 불안감 속에서 혼란스럽던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쓰였다는 사실은 이후 변호를 담당했던 강신옥 변호사에게 전해졌던 증거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장부한'은 김재규씨가 무소불위의 독재자를 사살한 것이

개인적·우발적 범행이 아님을 증명하는 자료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한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 따르면,

정확히 확인은 할 수 없지만 김재규씨가 1979년 여러 가요계 인사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자작시 '장부한'을 들려주며 곡을 붙여 노래로 제작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0·26 직전 '장부한'의 의미에 적절하게 노랫말이 붙은 노래를 선물 받았다고 합니다.

처음 제목은 '장부송'(유호 작사ㆍ이봉룡 작곡)이었고,

노래는 이미자씨가 불렀습니다.

그러나 이후 어떠한 사연에서인지 '사나이 결심'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고,

1987년 4월에 발매된 조용필의 9집 앨범에 정식 노래로 수록되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노래를 불렀던 이미자씨가 아니라

그 노래의 주인은 조용필씨로 모두에게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용필씨가 자신의 앨범에 '사나이 결심'이란 노래를 담게 된 배경도 놀랍습니다.

조용필씨는 그 배경에 대해 <월간조선>(2003년 10월호)과의 인터뷰에서

"전 대통령(당시)이 그 노래를 좋아했다는 것을 알고",

"노래를 보니까 가사가 남자답고 개성이" 있어서 새롭게 편곡해 불렀다고 밝혔습니다.

조용필씨가 '사나이 결심'을 처음 불렀던 자리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하는 연회석상에서였다고 합니다.

조용필씨는 이 노래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했던 김재규씨가 지은 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국내의 모든 정보를 장악하고 있던 전두환씨도 그 사실을 몰랐을까요?

의문이 남는 대목입니다.

어쨌든 이 모두가 사실이라면 전두환씨가 10ㆍ26사건 합수본부장 시절

'아버지를 죽인 패륜아'로 몰아 사형까지 받게했던 김재규씨의 거사 심정을 담은 노래를 좋아했다니,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아니 할 수 없습니다.



▲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의 이면에는 생생한 역사가 담겨 있었습니다.  

ⓒ 보도사진연감

우연히 책 속에서 찾은 한 곡의 대중가요 속에도 이렇게 내밀하고

드러나지 않은 역사가 존재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돼 경이로웠습니다.

그리고 노래는 한 시대를 담고 그 시대의 현실을 표현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며,

10·26을 겪고 역사의 격랑 속을 살았던 많은 이들은 이 노래의 이면은 몰랐을지라도

노래가 전하는 의미는 공감했으리라 여기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더불어 한 곡 노래만이라도 남기고자 했던 김재규라는 자연인의

한 서린 노랫말이 조용필이라는 국민가수의 노래로 불리는 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수레바퀴 자국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습니다.

노랫말을 쓰고,

노래를 불러주는 사람이 있었고,

그 노래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깨우쳐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던 김재규씨의 '사나이 결심' 역시 앞으로도 조용필의 목소리로,

또 신영복과 이윤기의 책 속에서 끝없이 불릴 것입니다.  


양지혜(aikuchi)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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