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Cho Yongpil Fanclub Mizi

뉴스

신문사  
기사 날짜  
“조용필과 와이키키 브라더스”


[홍승용의 목요칼럼14]...

“기적 같은 아름다움은 곳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난생처음 조용필 콘서트에 가보았다.

올림픽 경기장 안팎이 5만 여 청중과 이들이 몰고 온 승용차들로 어지러웠다.

공연 시작 전부터 근처 식당들은 공연에 왔으리라고 여겨지는 단체손님들로 잔치 분위기였다.

관객들 대다수는 40, 50대 장년층이었다.

그 동네에서는 IMF 때보다 더하다는 불황도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별다른 사회적 이슈 없이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제 돈 써가며 교통체증을 기꺼이 감수하고 하루 저녁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화려한 무대조명이 눈을 즐겁게 하는 가운데 조용필이 신처럼 등장했다.

청중들의 환호가 시작되었다.

위대한 탄생이 만들어내는 묵직한 음향은 넓은 월드컵 경기장 전체를 꽉 채우고 넘쳤나갔다.

드디어 조용필 특유의 강렬한 고음이 온 세상을 혹은 청중들의 심장을 두드리는 베이스음 위에 얹혀 나왔다.

그 엄청난 에너지 자체가 정체성 모호한 감동을 자아냈다.

아마 감동의 가장 큰 원인은 조용필이 여전히 온힘과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감동은 홍보전략에 연연하지 않고 음악과 무대만으로 모든 걸 보여주려는 프로정신의 산물일 것이다.

70년대와 80년대 조용필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현실에 대한 불만을 입도 뻥끗하기 어려웠던 그 시절,

조용필은 다듬어지지 않으려 드는 까칠한 창법으로 세상 더럽고 서럽고 한스럽다는 느낌을 비수처럼 날렸다.

그의 노래는 김민기의 가라앉는 분위기나 양희은의 엘리트적 제스처로는 아무리 심오한 가사와 결합해도 만들어지기 어려운

저항의 감각을 담고 있었다.

%26#65378;창 밖의 여자%26#65379;

이후의 다양한 형식들은 그냥 락이나 솔 혹은 재즈 따위 외래 형식들의 적절한 수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음악은 그 자신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가사들 또한 대중문화의 천박성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이번 콘서트는 평화를 주제로 내걸었지만, 평화에 대한 말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공연장을 메운 관객들은 음악이 만들어내는 즐거움에 한마음으로 빠졌다.

조용필의 목소리도 까칠한 저항과 한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가 제공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별도의 메시지를 따지지 않아도 되는 즐거움이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하나로 묶일 수 있다는 사실이 또 다른 감동을 만들어냈다.


조용필이 계획하는 북한공연이 남북의 장벽을 한 마음으로 즐거이 무너뜨리는 데에 기여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만일 조용필 음악의 에너지에 약간 더 명료한 메시지가 결합되었다면 공연은 그냥 즐거움이나 모호한 감동이 아니라

최고급 정치집회의 분위기까지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

정태춘과 조용필의 결합은 어떨지 상상해본다.

공연이 사회적 사건으로서 의미 있는 공부마당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듯하다.

사람들의 의식 깊은 곳까지도 바꿔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실현가능성이 조금 희박한 상상일 뿐이다. 공연장을 가득 채우던 도취의 해일은 하루 이틀 지나자 다시 밀려나가고

일상이 제자리를 차지했다.

새로운 부류의 문화적 소비욕구를 만들어놓은 것이 그 주요 성과다.

이 성과 역시 아무나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용필이 연습벌레이자 완벽주의자라는 것은 꽤 알려져 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음악에 몰두하여 자신의 영역을 넓혀온 그가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연예계에서 대중의 사랑은 권력을 의미한다.

조용필의 권력은 이미 음악시장이나 언론권력에 대한 의존관계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듯하다.

그만큼 그의 음악은 이제 상당수준의 사회적 책임까지 떠 안게 되었고,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에 의지하게 되었다.

그의 건투를 응원하고 싶다.

조용필의 파워와 대조되는 장면이 떠오른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권력과 동떨어진 채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연주로 밥 벌어 먹고사는 인물들을 진솔하게 그려놓는다.

딴따라는 노래방이 보편화되면서 이미 사양길로 접어든 업종이다.

7명으로 거창하게 출발한 밴드의 구성원들은 이런저런 사연으로 하나씩 떨어져 나간다.

영화는 딴따라의 고단하고 우중충한 삶을 가감 없이 드러내준다.

그러나,

온갖 행사장과 술집을 전전하며 흘러간 남의 노래 불러 입에 풀칠하면서도 주인공은 싸구려 하숙방에 앉아 짬짬이 자기 곡을 만든다.

그 곡을 부르는 장면이 의미심장하다.

화려한 조명이나 위대한 탄생의 강력한 반주 따위는 없다.

기타 한대가 전부다. 무대를 장악하고 당당하게 부르는 것도 아니다.

웨이터가 대걸레로 청소하고 있는 가운데,

주인공이 무대 한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소박하게 자신의 곡을 불러본다.

정상적인 관객은 한 명도 없다. 주인공이 한때 좋아했던 여자 친구가 주인공 몰래 홀 안을 살짝 들여다볼 뿐이다.

(이 친구도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궁상맞게 산다.)

그런데 그 노래는 평소에 밥벌이를 위해 불렀던 곡들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의 구질구질한 일상을 잠시 벗어나 어쩐지 그의 영혼과 함께 우리를 천상으로 안내하는 느낌마저 자아낸다.

여자 친구가 미소지으며 귀를 기울이다 조용히 자리를 뜬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따뜻한 마음이 자라나고 그 따사로움은 점차 관객들에게도 전해온다.

이때의 감동이 내게는 조용필 콘서트의 초대형 파워 못지 않게 소중하다고 느껴진다.

기적 같은 아름다움은 곳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홍승용(평화뉴스 칼럼니스트. 대구대 독문학 교수)

홍승용 교수님은,
1955년 부산에서 태어나 강원도 원주와 춘천에서 자랐으며,
서울사대 독어과와 서울대 대학원을 거쳐 지난 ’83년부터 대구대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문예미학]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미학이론], [부정변증법], [프리즘], [문제는 리얼리즘이다] 등의 역서와
[루카치 리얼리즘론 연구], [저항의 아름다움], [변혁주체] 등의 논문을 썼습니다.

(이 글은, 2005년 6월 16일 ◀塵?봄?주요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http://www.inews.org/Snews/11/section.php?Domain=pn%26SeqCode=48%26Ho=10797
번호 제목 신문사 기사 날짜 조회 수
2353 [경인일보 2005-10-17] '南北 화합' 하나된 항도시민 file     4811
2352 [스타뉴스 2005-11-25] [포토]콘서트 연습하는 조용필     4812
2351 [조선일보 2010-04-19] 조용필의 소록도 공연 주최하는 英 로더미어 자작부인 file     4812
2350 [마이데일리 2008-04-16] 조용필, “패티김에 비하면 난 어린애”     4814
2349 [스포츠 칸 2005-05-26] 조용필, 공연 역사를 새로 쓰다     4815
» [평화뉴스 2005-06-23]“조용필과 와이키키 브라더스”     4815
2347 [중앙일보 2008- 05-24] 조용필 데뷔 40주년 소감 “기록 만들려 한 적 없다. 언제나 모험을 할 뿐”     4815
2346 [모모뉴스 2009-11-13] 팬들 사랑 고이고이 간직한 조용필 콘서트 개최 file     4815
2345 [세계일보 2005-06-29] 조용필 "기회 닿으면 북한공연 하고싶다”     4816
2344 [대전일보 2005-08-23] '북녘땅에도 오빠부대를!'     4816
2343 [조선일보 2007-10-31] "화성을 조용필 도시로"     4816
2342 [매일경제 2008-08-15]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 여는 조용필씨     4816
2341 [스타뉴스 2008-05-24] '40주년 공연' 조용필 "팬들과 행복한 시간 보낼 것"(일문일답)     4817
2340 [뉴스엔 2005-08-03] [포토엔]조용필 평양공연 피날레,북한관객과 함께     4818
2339 [연합뉴스 2005-08-23] 평양에서 공연 가진 조용필     4818
2338 [마이데일리 2005-08-26] 조용필, "남북한 함께 부르는 노래 만들겠다"     4818
2337 [YTN 2005-05-12] 조용필 전국투어 콘서트, 식지 않는 열기!     4819
2336 [마이데일리 2005-08-03] 조용필 평양공연, “제주에서 평양까지 성사됐     4819
2335 [중앙일보 2005-08-24] "급히 준비한 '홀로아리랑' 기립박수… 만족해요"     4819
2334 [동아일보 2005-08-26] 관객 반응 처음엔 기대 안했어요” 평양공연 조용필씨 귀환     4819

공식 미지 트위터

뉴스 - News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메달 수익 음악 영재 발굴에 기부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메달 수익 음악 영재 발굴에 기부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기념 메달 수익금 '음악역 1939' 전달식 (왼쪽부터 조폐공사 류진열 사업 이사, 김성기 가평군수, 음악역 1939 송홍섭 대표) [음악역 1939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한국조폐공사가 제작한 '가왕' 조용필 50주년 기념 메달 판...

뉴스 - News

조폐공사, 조용필 메달 수익금 일부 음악영재 '후원'

조폐공사, 조용필 메달 수익금 일부 음악영재 '후원' 한국조폐공사(사장 조용만)가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음악영재 지원 사업에 후원한다.   공사는 11일 경기도 가평 뮤질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 가운데 2500만원을 가평군과 함께 가평뮤직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