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Cho Yongpil Fanclub Mi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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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매일경제 
기사 날짜 2013-05-24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9&aid=0002961400

 

청량한 피아노 선율이 통통 튀는 리듬으로 노래의 포문을 연다. 베이스 기타로 버무려진 경쾌한 멜로디는 사랑에 빠져 가슴이 "바운스 바운스"(Bounceㆍ뛰다)하는 청년의 심장박동처럼 생기가 넘친다. 홍대에서 유행하는 발랄한 모던록 밴드의 음악이라고 착각하는 순간, 흘러나온 목소리는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부순다. '창밖의 여자' '허공'에서 듣던 가수 조용필(63)의 음성이었다. 지난달 16일 공개된 디지털 싱글 '바운스'는 조용필 돌풍의 예고탄이었다. 같은달 23일 공개된 정규 19집 '헬로'는 파격 그 자체였다. 전자음이 주조하고 랩이 버무려진 타이틀곡 '헬로'부터 펑키한 록 넘버 '충전이 필요해' 등 10곡에서 63세라는 나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앨범은 한 달도 안 돼 20만장을 돌파했고, 31일부터 서울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시작되는 전국투어 콘서트는 순식간에 매진됐다. 지상파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는 한 번도 출연하지 않았는데 숱한 아이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45년차 가수'는 추억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20대 청년이 된 듯 신선한 음악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그에게 동년배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아이돌에 익숙한 젊은층들도 환호를 보냈다. '센세이션'의 중심이 된 '가왕'을 기자들이 가만둘 리 없었다. 한 달 가까이 인터뷰를 고사하던 그를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YPC 사무실에서 어렵사리 만났다.

"다 나의 행복이지요. 뭐든지 물어보세요. 다 대답할 수 있으니까. 가장 기본적인 건 솔직하자는 거죠." 막상 만나자 그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어떤 질문에도 성의껏 대답했으며 미진한 것 같으면 부연설명을 하며 '오해'가 없도록 배려했다. 인터뷰를 고사해온 이유에 대해 그는 "평생 음악을 하면서 살아서 그런지 이렇게 만나면 괜찮지만, 평소에는 누구하고 얘기하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다. 공연을 앞두고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역시나 이날도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선글라스를 끼고, 와이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앨범은 파격적이지만 수수한 스타일은 그대로다. "그게 뭐 어디 가겠습니까. 하하하. 기타잡이로 시작한 사람은 그게 안 되더라고요. 기타만 보고 사는 거지 (옷 생각하는 것도) 웃기고요. 솔직히 (패션 감각이) 안 되는 걸 어떡해요. 그건 절대 안 되더라고요."

두 시간가량 인터뷰 내내 음악 외적인 것을 애기할 때는 웃음과 농담이 섞인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가끔씩 지인과 즐겨치는 골프, 자주 가는 음식점 얘기를 할 때는 얼굴에 웃음이 만연했지만 음악 얘기는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음악에 대해서는 병적일 정도로 완벽을 추구한다고 YPC 직원들은 설명한다.

타이틀곡 '헬로'는 연속적으로 생기는 화음의 조합인 화성(和聲)을 맞추기 위해서 200번 넘게 들으면서 조율한 결과다. 40년 넘게 고수해온, 길게 끄는 창법도 싹 바꿨다. 바이브레이션(진동)의 깊이는 많이 좁혔고, 음은 짧게 끊었다. 앨범 출고를 앞두고 뒤엎은 것만 세 번. 10년간 음악적 방황 속에서 고통 끝에 내놓은 앨범이지만 그는 아직도 부족한 게 보인다고 했다. 그는 "20집에는 19집 때 아쉬운 것을 다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과거하고 다를 게 뭐가 있나. 과거의 나를 버려야 해요. 과거를 자꾸 붙들고 있으면 구태해집니다. 올해부터 45주년 언급도 하지 않을 거예요. 앨범이나 콘서트에 45주년을 절대 언급하지 말라고 했어요. 과거보다 미래다, 이 생각을 항상 합니다. 모든 것을 바꿔야만 (결과가) 나오는 거예요. 이제것 살아온 것보다 앞으로 미래의 조용필을 보자, 이겁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런 '대박'을 예상했나.

▶앨범 작업 막바지 때 음악 기사들이 스튜디오에서 노래만 듣고 나오면 '대박'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다들 그래서 나는 "절대로 기대치를 높이지 마라"고 경고했다. 기대치를 높이면 나중에 실망도 크니까. 10년 만의 앨범이고 어렵게 작업했다. 콘서트도 다 접고 준비했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까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차트 10위에만 들어도 '이거'(그는 엄지를 치켜들었다)라고 말했었다.

-'헬로'의 인기를 체감하나.

▶나는 집, 이곳(사무실) 외에는 안 다닌다. 앨범을 내고 친구와 식당에서 만난 게 외출의 전부였다. 내가 밖의 사정을 어떻게 알겠는가. 가끔씩 오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보고 알았다. 지하철을 타면 내 노래가 나오고, 동대문 옷 파는 곳, 마트나 미장원에서 노래가 들린다고 하니까 아는 정도다. 놀랍게도 초등학생들이 내 노래를 연주한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봤다. 귀엽게 잘 만들었더라.(웃음)

-최신 영미 팝의 트렌드에 잘 어울린다. 음악에 대한 감을 잃지 않는 비결은 무엇인가.

▶나는 빌보드 최신 음악을 계속 듣는다.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내 차 라디오 주파수는 102.7㎒(AFNㆍ주한미군 방송)에 항상 고정돼 있다. 집에서도 최신가요부터 팝까지 다 나오는 위성채널을 틀어놓는다. 팔짱 끼고 그냥 듣는다. 그러기 때문에 앞으로 추구하는 음악이 어떤 것일지 대충 감을 잡는다. 어떤 것을 만들고, 어떤 것을 입혔는지 전부 봤다. 나는 별난 사람이다. 그런 맛(음악을 듣는 것)에 산다.

(그는 이 얘기를 하면서 스마트폰을 꺼내 보여줬다. 그 안에는 켈리 클라크슨, 브루노 마스 등 요즘 미국 팝시장을 주름잡는 스타들의 노래가 많이 들어 있었다.)

-목소리가 안 늙는 것 같다.

▶목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연습밖에 없다. 자기가 들어봤을 때 가장 좋은 음을 자꾸 내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그건 연습을 통하지 않고는 안 된다. 멜로디를 보고 무작정 부르지 않는다. 음 하나 내는 것도 철저하게 계산해서 한다. 나는 계속 나이를 먹는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계속 음악을 하려면 연습을 하는 것밖에 없다. 가수가 그 느낌을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도 매일 연습한다. 어제도 오전 11시부터 밤 7시까지 했다. 많이 지쳤을 때는 코러스에게 1절만 부르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점심시간 40분 빼고 전부 연습만 한다. '빡쎄게' 한다.

-뮤지션으로서 외롭다는 생각은 안 하나.

▶생각하기 나름이다. 하나에 미치다시피 하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숙명이니까. 나는 외로울 시간이 없다. 외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이 없다는 거다. 모든 것에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들이 할일 없어서 외로운 거다. 스트레스도 솔직히 핑계다. 스트레스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무시해버리면 된다. 한가한 사람들이나 하는 얘기다. 일을 만들면 외롭지 않다.

-데뷔 이래 최초로 출연하는 록페스티벌의 수익금을 기부하기로 했다는데.

▶'기부'한다고 발표하기 싫었다. 나는 그런 것이 자꾸 매스컴에 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너무 불편하다. 기부는 내켜서 하는 건데 발표하려고 기부하는 건가 싶어서 싫다. 기자들이 취재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소록도 공연도 마찬가지다. 기자들 막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어차피 기자들이 알아버려서 (보도되는 것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초창기에 계약을 잘못해서 31곡의 저작권이 음반사에 넘어가 있다. 안 억울한가.

▶나는 신경을 안 쓴다. 개인적으로 슬픈 얘기지만, 내 잘못도 있다. 내가 무심했다. 나는 더이상 터치하지 않을 거다. 나는 그것까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에 '돈' '돈' 하면 끝이 없다. 적당히 있으면 좋은 거다.

-'인생 100세 시대'라고 한다. 노후 계획은 잘 세웠나.

▶나는 거기까지는 못 산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30~40대야 100살까지 살겠지만, 우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서 나이가 들고 허리가 꼬부라져서 부축을 받으면서 살게 되면 살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은 한다. 그렇게 되면 너무 허무할 것 같다. 일하다가 확 죽어버리는 게 좋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건강하게 일할 때까지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부축받고 사는 것은 인간이 아니다. 그저 생명을 위한 삶일 뿐.

-그렇다면 '은퇴'는 생각한 적 없나.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게 나의 행복이다. 난 정말로 관객이 제대로 (내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때까지가 내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의 2시간20분가량이 내 생명이 지속되는 시간이다. 만약 관객에게 들리는 게 별로인데 노래를 부르고 있다면 나는 속상할 것 같다. 가슴이 아플 것 같다. 예전에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지막을 봤을 때 너무 슬펐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심근경색에 치매가 겹쳐 음악활동을 접어야 했다) 그렇게 하기가 싫다. 그러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하고 관리를 해야 한다. 지금 연습하는 것도 관리다. 몇 개월 쉬다가 하면 되겠느냐. 그때까지는 발버둥치겠다 이거지. 하하하.

-이번에 너무 성공해서 20집은 부담될 것 같다.

▶19집이 너무 세서 20집은 부담된다. 지난번보다 더 강한 것을 내놓고 싶다. 외국 작곡가와 작업을 할 생각이다. '세다'는 것은 음악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음악적인 것을 많이 고려하겠다는 뜻이다. 쉬우면서도 음악성 있고, 어떻게 보면 복잡하지만 멜로디라인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각오가 느껴진다.

▶내게는 한계가 있다. (인생은) 시한부다. 뭐든 열심히 부닥쳐야 한다. 바위를 치더라도 머리가 깨지든 바위가 깨지든 우선 들이대야 한다. 지금 이 시대에 얼마나 음악적으로 똑똑한 사람이 많나. 그것을 이기려면 무조건 폭탄을 들고 뛰어내려야 한다. 네가 죽든 내가 죽든.

■ 歌王 조용필은 …

대한민국 독보적인 싱어송라이터. 다양한 곡을 직접 작사ㆍ작곡하고 다른 작곡가에게서 받은 곡도 밴드 '위대한 탄생'과 함께 편곡해 시대를 앞서간 음악을 내놓았다. 앨범 프로듀싱까지 도맡아 가요계에 싱어송라이터 개념을 확립했다. 한국에 콘서트 문화를 정착시킨 인물로도 평가된다. 1969년 미8군 무대에서 기타를 치던 조용필은 75년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명성을 쌓기 시작한다. 79년 발표한 1집 '창밖의 여자'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이 앨범은 대한민국 최초로 100만장 이상 팔린다. 88년 발표한 10집에 수록된 '서울 서울 서울' '모나리자'가 연이어 대박을 터뜨리면서 조용필은 전성기를 구가한다. 94년엔 대한민국 최초로 음반 판매량 1000만장을 넘어선다. '가왕'(歌王)이란 칭호로 불리는 그는 10년 만에 내놓은 19집 '헬로'를 통해 다시 한번 음악적으로 도약한다. 한 달도 안 돼 20만장을 돌파하며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1950년 경기도 출생 △경동고등학교 졸업 △1974년 '조용필과 그림자' 결성 △1975년 '돌아와요 부산항에' 발표 △1979년 정규 1집 '창밖의 여자' △1986년 일본 진출 △1988년 '서울 서울 서울' '모나리자' 연속 히트 △1994년 대한민국 최초 음반 판매량 1000만장 돌파 △2013년 정규 19집 '헬로' 발표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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