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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데뷔 40년에 부쳐…“오직 노래밖에 모르는 兄”

ㆍ그와 함께 한 40년은 팬들에겐 크나 큰 축복

‘가왕’ 조용필과 노래방에서 폭탄주를 돌리며 노래할 기회를 갖는 건 쉽지 않다. 영광스럽게도 난 그런 기회가 여러번 있었다. 내가 형이라고 부르는, 최고의 가수라 여기는 조용필과 주거니 받거니 그의 히트곡을 불러봤다. 순전히 가요담당기자를 오래한 덕분이었다. 그 공연을 돈내고 보려면 얼마나 들까. 늘 수천명을 앞에 두고 공연하는, 밤무대도 안 다니고, 행사도 안 뛰는 대한민국 최고 가수의 노래를 눈앞에서 듣고 같이 불렀으니…. 가치를 환산해서 관람료를 내라고 하면 내 전 재산을 털어도 모자랄 것이다.

쓸데없는 얘기를 꺼낸 건 16일 40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가진 조용필이 얼마나 노래를 사랑하고, 무대를 사랑하는지 얘기하고 싶어서다. 40년 동안 한번도 정상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가수가 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얘기하고 싶어서다.

몇 년 전 연말 열흘간의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를 끝낸 날, 뒤풀이 자리에서 그는 기타까지 둘러메고 열창했다. ‘그 겨울의 찻집’‘꿈’ ‘마도요’ 등등. 수천번도 더 불렀을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다. 하여, 그에게 물었다. 지겹지도 않으세요? 지겨웠다면 내가 이제까지 노래했겠니? 작년엔가 방배동 그의 집에서였다. 텅 빈 집에서 술상 봐줄 아주머니도 퇴근한 뒤 식은 김치찌개에 소주를 마셨다. 화제는 노래, 뮤지컬, 무대, 가수 얘기가 전부였다. 내가 약간 화가 나서 물었다. 형, 뭐 재미있는 얘기 없어요? 나한테 노래 얘기 말고 더 재미있는 얘기가 뭐 있겠니?

그날 조용필은 내게 말했다. 프랭크 시내트라가 80세 생일에 노래하는 걸 들었는데 슬펐다고, 나는 노래를 부를 힘이 떨어지면 홀연 대중 앞에서 사라질 거라고. 그날 조용필에게서 ‘산정상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봤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 대신 최고 가수의 길을 택한 자존심을 봤다.

노래 인생 40년, 그의 무대를 고대하는 건 기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매년 좀더 색다른 무대를 꾸미기 위해 밤낮없이 고민하고, 같은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면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그의 열정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조용필 40년’ 영광을 만든 건 팬들이다. 2003년 잠실 주경기장 공연 때 2만여명의 팬들은 폭우 속에서 그의 노래를 꼼짝 않고 끝까지 들으면서 열광했다. 그들은 우드스탁 공연장에 모인 피끓는 청춘들도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조용필은 아직도 당시의 DVD를 볼 때마다 눈물을 글썽인다. 눈물 나도록 고마운 팬들이 그의 40년을 지켜봐줬기에 오늘,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하늘나라에 먼저 떠나보낸 외로움을 견디며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조용필과 같은 가수와 당대를 함께 호흡하는 건 참 즐겁다. ‘이른 아침의 그 찻집’이나,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 ‘대전발 영시오십분의 플랫폼’에서 그의 노래와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 오광수 문화연예부장 oks@kyunghyang.com 〉  

출처: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0804162021546&sec_id=540301&pt=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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