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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평] 닻과 돛에 대하여


8월 13일, 평화와 환경을 걱정하는 400여 명의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이 '피스 앤드 그린 보트'에 올랐다. 출항에 앞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는 최승호 시인이 일찍이 통찰해낸 '닻돛론'을 전개했다.

일본인들이 '앙카(앵커)'와 '마스토(마스트)', 이렇게 외국어로 부르는 이 두 물건을 한국인들은 '닻'과 '돛'이라고 부른다. 정반대로 기능하는 이 두 물건의 한국어 이름이 거의 똑같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닻을 올리지 않으면 돛을 올려봐야 배는 나아가지 못한다. 돛을 올려봐야 닻이 깊이 박혀 있으면 배는 나아가지 못한다. 닻과 돛은 멀리 있지 않지만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배를 묶어놓을 수도 있고 나아가게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오늘 닻과 돛을 올린다. 닻은 우리들의 과거, 돛은 우리들의 미래다. 한국인들에게 닻은 감정의 앙금일 수 있고 일본인들에게 닻은 무관심일 수 있다. 정치가 박아놓은 이 닻을 쑥 뽑아 올리고 문화라는 이름의 새 돛을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하루미 항에서 닻을 올린 배는 광복절 60주년을 맞는 날 부산에 입항했다. 일본인들과 함께 부산에 상륙하는 경험, 참 기묘했다. 민주공원에서, 8.15 평화 콘서트에 앞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쿄국제대학 마에다 데쓰오 교수는, 일본 군국화를 걱정하던 요절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짧은 시 한 수를 읊었다. 95년 전에 쓰인 이 시 한 수에, 일본의 우경화를 불길해하는 노교수의 마음이 실려 있었다. 군사전문가인 마에다 교수가 문학을 말머리로 삼은 것이 퍽 인상적이었다.

세계지도 위 조선 나라에/ 검디검도록/ 먹칠해 가면서 가을 바람소리 듣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닻과 돛은 무엇이었던가? 나는 어린 시절부터 좋은 일본 시를 많이 읽고 아름다운 일본 노래를 많이 배웠다. 그러나 나는 시를 읊을 수도 없었고 노래를 부를 수도 없었다.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자체 검열에 제지당한 것이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울려 퍼졌을 때, 그 노래가 자칫 잘못하면 식민지 시대를 그리워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지 않을까 정치적으로 우려하는 세력이 있었다.

노래의 발목을 잡던 이러한 정서가 그에게는 타의에 의한 닻이었으리. 그 노래는 일본으로도 퍼져나갔다. 일본에도 그 노래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세력이 있었으니 그 또한 닻이었으리. 그러나 그는 이런 닻을 분연히 뽑아 올렸다. 음험한 정치적 계산에 박혀 있던 닻을 문화의 힘으로 뽑아버린 것이다. 그는 또 하나의 닻을 뽑기 위해 지난달엔 북한에도 다녀왔다.

그는 가수로 성공한 뒤 한 인터뷰에서, 딴따라가 불량인간으로 취급받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중얼거린 적이 있다. 정치적 정서로 판단하면 그는 불량인간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그는 '위대한 탄생'을 성취했다. 나는 그의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 팸플릿에 '한 불량인간의 위대한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던가? 가수 이성애.남상규가 선보였던 불모의 일본 무대에 계은숙.김연자가 씨를 뿌리고 보아가 꽃을 피우지 않았던가? 한류 열풍이 어떻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겠는가? 민주공원에서 열린 평화 콘서트에서 소리꾼 장사익은 피를 토하듯이 '찔레꽃'을 뽑아 올리고, 왜색이라고 지탄받던 '동백 아가씨'를 다시 꽃피워 내었다. 여행은 그로부터 13일간 더 계속되었다. 나는 많은 일본인이 배 안에서 장사익에게 모자 벗고 절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두 나라 사람들이 어울려 두 나라 노래를 부르는 '노래 교실'이 있었다. 한 일본인 노신사는 거의 매일 밤, 청주 됫병과 맥주 박스를 안고 와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일본을 매우 잘 아는 우리나라의 한 사회학자는 노신사의 그런 행동이 자기에게는 퍽 충격적이라고 했다. 닻을 뽑고 돛을 올린 노신사와 눈물 글썽거리며 헤어지자니, 아, 눈물만이 희망인가, 싶었다.

이윤기 소설가.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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