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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 세월의 깊이는 선율을 타고

ypc스타, 2003-07-18 22: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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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깊이는 선율을 타고

[신현준의 樂士列傳 | 김희갑]

클래식에 기초한 대중음악인으로 화려한 나날… 연주·작곡에 일가 이루고 뮤지컬 작업도

1980년대 ‘양인자 작사·김희갑 작곡’이라는 문구는 어떤 곡이 히트하기 위한 보증수표 같은 것이었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그 겨울의 찻집>, 최진희의 <그대는 나의 인생>과 <사랑의 미로>,
김국환의 <타타타>, 양희은의 <하얀 목련>,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 등등.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김희갑을 ‘대중가요 작곡가’로만 기억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작곡가이기 이전에 연주인이었다.
그는 탄탄한 이론적 기초 위에서 정통적인 클래식 기타 연주를 개척하고 이를 대중음악에
응용한 업적을 남겼다.
한 가지 예만 들면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전주에 나오는 클래식 기타 연주가 그의 솜씨다.
작곡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위에 열거한 ‘가요’들 외에도 이동원과 박인수가 불러 지금도 명절 때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향수> 같은 곡은 ‘가요’와 ‘가곡’의 경계를 허물었다.
‘클래식에 기초한 대중음악인’인 그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뒤에 말하겠지만 최근 그가 매달리고 있는 뮤지컬 작업도 마찬가지다.

히트송 보증수표로 가요의 수준 높여

1936년 3월9일 평양에서 태어난 김희갑은 의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1·4 후퇴 때
월남한 뒤 대구에서 성장했다.
당시 한창 이름을 날리던 엄 토미 악단이 대구에 내려와서 했던 ‘쇼’가 그의 꿈을 키워준 공연이었다.
고(故) 엄 토미는 일본에서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등
대중음악계에서는 보기 드문 인텔리였고,
그의 악단에 함께 있던 손석우(1922~)는 쇼의 사회도 보고 연주도 하는 팔방미인이었다.
기타를 연주하면서 작곡도 했던 손석우가 김희갑의 모델이었다.
손석우는 <우리 애인은 올드 미스> <노란 샤쓰의 사나이> <이별의 종착역> <청실홍실> 등
주옥같은 곡의 작곡가이자 ‘서양음악’의 어법을 한국 가요에 도입한 선구자다.

김희갑이 ‘직업’으로 기타를 연주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다.
대구에 서너개 있던 나이트클럽에서 기타를 연주했다.
짧은 머리를 가리기 위해 모자를 썼다는 이야기,
고물상에서 중고 기타를 사다가 아교로 붙이고 고무줄로 묶었다는 이야기,
전화선을 뜯어서 기타줄로 사용했다는 이야기, 전기기타의 픽업을

만들어보려고 전화기를 뜯어내서 수화기는 앰프에 꽂고 송화기는 ‘비로드’ 천을 감아서
기타 뒤판에 대고 묶었다는 이야기 등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로 전해내려온다.

이 무렵 한 선배의 소개로 김희갑은 ‘미 8군 무대’에 진출한다.
당시 음악인들이 유일하게 생계를 해결할 수 있었던 곳인 이곳에서 그는 록 쇼와 에이원(A1) 쇼의
기타 연주인이자 마스터(악단장)로 활동한다.
3~4개월마다 오디션을 보아서 잔류 여부를 결정하는 미 8군 무대에서 A1 쇼는
2년간 최고 등급(이른바 더블A)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고,
윤복희·김성옥·송영란·윤항기 등의 가수가 여기를 거쳐갔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A1 쇼가 기타리스트가 악단장을 맡은 쇼였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 그는 이인성·이인표 같은 기타리스트와 더불어 한국에 록음악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산파 역할을 했다.

1963년께(추정) 미 8군을 그만두고 5인조로 ‘김희갑 악단’을 만들어서
‘일반 무대’로 진출해(당시는 국내 무대를 ‘일반 무대’라고 불렀다) 경동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연주인 생활을 계속한다.
이른바 고급스러운 나이트클럽에서 ‘경음악을 연주하는 캄보 밴드’가 되었다.
그보다 나이가 많은 이봉조·김인배·여대영·송민영·최석재 등의 악단과 더불어 최고급 악단이었다.
이런 생활은 마치 천직처럼 1985년까지 계속되었다.

록음악의 산파 구실… 가요 명반에 이름 새겨

박춘석과 김영광의 부탁으로 남진의 데뷔곡 <울려고 내가 왔나>가 수록된 음반에
편곡과 연주를 맡으면서 스튜디오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 직후 “유행가 작곡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태원의 <사랑아 내 사랑아>,
김상희의 <진정 난 몰랐네>, 최정자의 <모래 위를 맨발로> 등이 수록된 음반을
‘김희갑 작편곡집’ 혹은 ‘김희갑 작품집’으로 만들었고,
이 음반이 히트하는 바람에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때부터 그는 수많은 레코딩 세션에 참여해서 많은 음반들에 기타 연주를 남겼다.

그 가운데는 가수의 노래를 반주한 것에 머물지 않는 음반들도 있었다.
남진의 노래를 녹음하던 때 모였던 트럼펫 여대영, 색소폰 박호일 등 최고의 연주인 7명이
‘가요’와 ‘민요’의 레퍼토리를 편곡해서 연주한
<톱 힛트 경음악 퍼레이드 3집>(오아시스 OL 12531, 1967년께)은
당시 한국 연주인들의 수준이 상당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외국곡을 중심으로 기타 솔로 연주를 부각시킨
<김희갑 악단 1집: 감미로운 땐씽 경음악>(오아시스 OL 12539, 1967년께)은
클래식 기타에 바탕을 둔 그의 탄탄한 기초를 느낄 수 있다.

1969년께 김희갑은 이른바 ‘마장동 스튜디오’에서 젊은 음악인들의 음반에도 관여하기 시작한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그가 ‘작편곡’을 담당한 음반은 키 보이스,
히 화이브, 트리퍼스 등의 ‘그룹 사운드’들, 임희숙이나 김추자 같은 ‘솔’ 가수들,
송창식·윤형주·김세환 등 ‘포크’ 가수들을 망라한다.
이 시기에 작곡된 <바닷가의 추억> <메아리> <정 주고 내가 우네> <상아의 노래>
<그럴 수가 있나요> 같은 그의 작품은 오랜 수명을 누리고 있다.
또한 이 시기에 김인성(드럼), 유복성(퍼커션) 등과 함께 7인조로 녹음한
<김희갑 Go Go Sound vol.1>(킹/유니버어살, KLS-20, 1971년)은 사이키델릭하고
‘헤비’한 즉흥 잼 연주를 들려주면서 그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마치 산타나의 음악을 듣는 듯한 이 음반의 레퍼토리는 예상 외로 <커피 한 잔> <봄비>
당시 신중현이 작곡한 곡들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그는 대중음악계를 떠나 영화음악에 매달렸다.
그러고는 1982년 한국 음반업계의 전설 ‘킹박’을 다시 만나 한울타리라는 그룹을 만들어
최진희를 스타로 키운 뒤 1985년께 무대에서 연주하는 일은 그만두었다.
그 뒤 지구레코드에 전속되어 안정된 상태에서 조용필과 이선희에게 롱런을 보장하는 곡을 써주었다.
이 곡들은 작곡도 작곡이지만 그의 동반자인 양인자의 작사가 빛을 발한 작품이기도 하다.
<미스틱 무드>라는 이름의 연주곡 음반들을 시리즈로 발표한 것도 이 무렵이다.

꽁지머리에 청바지 입고 노익장 과시

그 뒤 김희갑은 ‘음악 인생의 마무리’라고 생각하는 뮤지컬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명성황후>의 음악을 맡았고 지난해 말 막을 올린 <몽유도원도>의 음악도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그는 “앞으로 두세 작품을 더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한다”는 말로 정열을 과시했다.
고희(古稀)가 가까워오는 나이에도 꽁지머리를 하고 청바지를 즐겨 입는
그의 모습에 어울리는 발언이다.
굴곡 없이 무난하게 성공의 길을 걸어왔고 그래서 노년의 모습도 유복해 보이지만,
그건 항상 젊은 마음으로 음악에 대한 집념을 불태웠던, 과거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신현준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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