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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용 필 콘 서 트
일산 백병원 김 미 영
어이 하다가 조용필 콘서트 (The History) 표가 생겼습니다.
Ground VIP 석으로요.
같이 가기로 했던 남편은 토요일 (30 날) 아침에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학회에 가 버렸고
또 대타로 같이 가기로 했던 손위 시누이는 비 온다고 안 가겠답니다.
할 수 없이 혼자 갔습니다.
표가 좀 비싸야죠.
전철타고 일산에서 종합운동장 까지 가려니 꿈만 같았습니다.
비가 와서 차 가지고 가는 것은 불가능이므로 일찌감치 포기했고요.
일산은 그 안에만 있으면 참 살기 좋은데 어디 한번 나가려면,
특히 강남에 한번 가려면 큰 맘 먹어야 하죠.
일찍 나서서 무역센터 주변에 가서 생선초밥에 맛있는 커피라도 사 먹고 싶었지만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같이 ‘레고’ 조립하다가
5시에 그냥 라면에 밥 말아서 한술 먹고 처량히 우산 쓰고 갔습니다.
2호선 종합 운동장 역 주변부터 경기장 주변은 미어터지는 사람들과 노점상으로 많이 복잡했습니다.
종합운동장 입구도 겨우 찾아 줄을 섰는데 앞에서 새치기 하는 사람들 때문에
시작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입장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공연이 20분 가량 늦어 진다고 해서 시작 전 겨우 자리를 찾아 앉았죠.
비도 부슬부슬 오는데 밀쳐대는 염치 없는 아줌마들 때문에 좀 짜증이 났습니다.
꼭 이렇게 해서라도 봐야 하나…
온 후회가 막 들었어요.
자리 잡고 나니 나이 지긋한 아줌마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 옆에 질질 끌려 오다시피 한듯한 아저씨들도 약간의 짜증과 조금의 기대로 얼굴이 상기되었습니다.
비는 끊임없이 내리고 날씨는 추웠습니다.
드디어 막이 열리기 전에 오프닝 에니메이션을 했는데
거기는 ‘단발머리’ 소녀가 어느새 중년의 여인이 되어 돌아와
조용필과 만나는 순간 그의 에니메이션 얼굴이 진짜 조용필 사진과 오버랩 되면서,
주인공이 ‘비련’을 부르며 ‘짠’ 하고 나타났습니다.
제가 음악의 문외한이긴 하지만,
그리고 조용필이 저보다 연배도 상당히 많은 사람이고
그다지 ‘좋다’ ‘싫다’ 해 본적이 없긴 했지만,
조용필의 열정적인 무대는 시작부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그 사람은 노래를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부른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아니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인생에 대해 웅변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속삭이는 것 같기도 했지요.
저도 나이가 들어가니 그런지 그이의 노래의 가사를 음미하면서
새로이 그 의미가 가슴에 다가왔고,
하도 많이 들었던 곡 들이라 거의 다 따라 부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춤도 따라 추면서 호응했죠.
아저씨들도 발을 구르며, 어깨 춤추며, 팔을 흔들며 음악을 감상했습니다.
비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4만 5천 관중 모두가 그러했으니까요.
아줌마들이 열광하며, 노래하며, 춤을 추며 …
처음에는 우습다가 나중에는 저도 너무 신났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 조용필 말고 어느 누가 저 나이 지긋한 부부와 아줌마들을 비 오는데
운동장에 앉아 노래하게 하고, 소리지르게 하고, 춤추게 하겠나 생각했지요.
사는 게 고단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마음을 어느 누가 이리 위로하겠나 싶더라고요.
신승훈, 신해철, 유열, GOD, 이은미, 장나라 등이 초대가수로 나왔지만
그들과 조용필은 너무 차원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조용필이 카리스마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여기 온 모든 사람을 자기 노래로 껴 앉으며 아우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는 관중을 존중했으며, 퍽 겸손했고, 말을 아꼈고, 또 많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조용필이 죽은 자기 부인을 그리며 ‘진’ 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
마음이 아파 저도 눈물이 나왔죠.
그리고 ‘Q’를 부를 때는 나의 어린 시절 추억에 잠기며 웬지 눈물이 났습니다.
조용필은 비 때문에 ‘위대한 탄생’의 컴퓨터가 다 나가고, 오케스트라도 소리도 아니다 싶고,
합창단과 협연도 못하고, 준비 한 것 모두 못 보여준다고 못내 아쉬워 했지만,
그런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도 않았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죠.
관중들은 충분히 즐겼고 감동 받았습니다.
주 공연이 끝나고 앵콜 공연도 끝나고도 관중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장내 방송이 있고야 겨우 움직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들어올 때 그리 필사적이던 아줌마들이 아쉬움 때문에 발걸음을 못 띠더라고요.
나갈 때 보니까 젊은 친구들도 많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구파발에서 전철이 끊겼죠.
여느 때 같으면 택시를 탔겠지만 어느새 단발머리 소녀로 돌아간 저는
그날 따라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싶더라고요.
20분 기다려 좌석 버스 탔죠. 일산에 도착하니 1시가 다 되었죠.
공원 길로 해서 집으로 느릿느릿 걸어 가면서 이것 저것 생각하며 심야 우중 산책을 했습니다.
여행이나 책이 권태로운 삶의 비타민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을 공유하는 이런 공연도 또한 그런 것 같다고 느꼈지요.
저와 제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번 돌아 볼 수 있었답니다.
이 글을 쓰는 월요일 아침, 몸은 무겁지만 마음은 넉넉합니다.
이번 호 뉴스레터 칼럼을 펑크 낸 제가 좋아하는 ‘모‘인사도 즐겁게 용서가 되었구요.
(‘김혜영’ 같이 가자고 전화 했디 바쁘다 카더이만. 자기 좋은 구경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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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str.radiology.or.kr/newsletter/newsletter0309.htm
일산 백병원 김 미 영
어이 하다가 조용필 콘서트 (The History) 표가 생겼습니다.
Ground VIP 석으로요.
같이 가기로 했던 남편은 토요일 (30 날) 아침에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학회에 가 버렸고
또 대타로 같이 가기로 했던 손위 시누이는 비 온다고 안 가겠답니다.
할 수 없이 혼자 갔습니다.
표가 좀 비싸야죠.
전철타고 일산에서 종합운동장 까지 가려니 꿈만 같았습니다.
비가 와서 차 가지고 가는 것은 불가능이므로 일찌감치 포기했고요.
일산은 그 안에만 있으면 참 살기 좋은데 어디 한번 나가려면,
특히 강남에 한번 가려면 큰 맘 먹어야 하죠.
일찍 나서서 무역센터 주변에 가서 생선초밥에 맛있는 커피라도 사 먹고 싶었지만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같이 ‘레고’ 조립하다가
5시에 그냥 라면에 밥 말아서 한술 먹고 처량히 우산 쓰고 갔습니다.
2호선 종합 운동장 역 주변부터 경기장 주변은 미어터지는 사람들과 노점상으로 많이 복잡했습니다.
종합운동장 입구도 겨우 찾아 줄을 섰는데 앞에서 새치기 하는 사람들 때문에
시작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입장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공연이 20분 가량 늦어 진다고 해서 시작 전 겨우 자리를 찾아 앉았죠.
비도 부슬부슬 오는데 밀쳐대는 염치 없는 아줌마들 때문에 좀 짜증이 났습니다.
꼭 이렇게 해서라도 봐야 하나…
온 후회가 막 들었어요.
자리 잡고 나니 나이 지긋한 아줌마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 옆에 질질 끌려 오다시피 한듯한 아저씨들도 약간의 짜증과 조금의 기대로 얼굴이 상기되었습니다.
비는 끊임없이 내리고 날씨는 추웠습니다.
드디어 막이 열리기 전에 오프닝 에니메이션을 했는데
거기는 ‘단발머리’ 소녀가 어느새 중년의 여인이 되어 돌아와
조용필과 만나는 순간 그의 에니메이션 얼굴이 진짜 조용필 사진과 오버랩 되면서,
주인공이 ‘비련’을 부르며 ‘짠’ 하고 나타났습니다.
제가 음악의 문외한이긴 하지만,
그리고 조용필이 저보다 연배도 상당히 많은 사람이고
그다지 ‘좋다’ ‘싫다’ 해 본적이 없긴 했지만,
조용필의 열정적인 무대는 시작부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그 사람은 노래를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부른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아니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인생에 대해 웅변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속삭이는 것 같기도 했지요.
저도 나이가 들어가니 그런지 그이의 노래의 가사를 음미하면서
새로이 그 의미가 가슴에 다가왔고,
하도 많이 들었던 곡 들이라 거의 다 따라 부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춤도 따라 추면서 호응했죠.
아저씨들도 발을 구르며, 어깨 춤추며, 팔을 흔들며 음악을 감상했습니다.
비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4만 5천 관중 모두가 그러했으니까요.
아줌마들이 열광하며, 노래하며, 춤을 추며 …
처음에는 우습다가 나중에는 저도 너무 신났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 조용필 말고 어느 누가 저 나이 지긋한 부부와 아줌마들을 비 오는데
운동장에 앉아 노래하게 하고, 소리지르게 하고, 춤추게 하겠나 생각했지요.
사는 게 고단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마음을 어느 누가 이리 위로하겠나 싶더라고요.
신승훈, 신해철, 유열, GOD, 이은미, 장나라 등이 초대가수로 나왔지만
그들과 조용필은 너무 차원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조용필이 카리스마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여기 온 모든 사람을 자기 노래로 껴 앉으며 아우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는 관중을 존중했으며, 퍽 겸손했고, 말을 아꼈고, 또 많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조용필이 죽은 자기 부인을 그리며 ‘진’ 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
마음이 아파 저도 눈물이 나왔죠.
그리고 ‘Q’를 부를 때는 나의 어린 시절 추억에 잠기며 웬지 눈물이 났습니다.
조용필은 비 때문에 ‘위대한 탄생’의 컴퓨터가 다 나가고, 오케스트라도 소리도 아니다 싶고,
합창단과 협연도 못하고, 준비 한 것 모두 못 보여준다고 못내 아쉬워 했지만,
그런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도 않았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죠.
관중들은 충분히 즐겼고 감동 받았습니다.
주 공연이 끝나고 앵콜 공연도 끝나고도 관중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장내 방송이 있고야 겨우 움직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들어올 때 그리 필사적이던 아줌마들이 아쉬움 때문에 발걸음을 못 띠더라고요.
나갈 때 보니까 젊은 친구들도 많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구파발에서 전철이 끊겼죠.
여느 때 같으면 택시를 탔겠지만 어느새 단발머리 소녀로 돌아간 저는
그날 따라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싶더라고요.
20분 기다려 좌석 버스 탔죠. 일산에 도착하니 1시가 다 되었죠.
공원 길로 해서 집으로 느릿느릿 걸어 가면서 이것 저것 생각하며 심야 우중 산책을 했습니다.
여행이나 책이 권태로운 삶의 비타민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을 공유하는 이런 공연도 또한 그런 것 같다고 느꼈지요.
저와 제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번 돌아 볼 수 있었답니다.
이 글을 쓰는 월요일 아침, 몸은 무겁지만 마음은 넉넉합니다.
이번 호 뉴스레터 칼럼을 펑크 낸 제가 좋아하는 ‘모‘인사도 즐겁게 용서가 되었구요.
(‘김혜영’ 같이 가자고 전화 했디 바쁘다 카더이만. 자기 좋은 구경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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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2003-09-25 05:36:56
짹짹이
2003-09-25 18:23:29
만족을 하시고 감동을 받으시고 오셨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오빠의 팬이라는것이
너무나 뿌듯하고 자랑스럽네요...어찌...오빠를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저렇게 오빠의 공연을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합니다.
♡바다가 보이는 인천송도에서 오빠의 사랑스런 동생 짹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