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게시판

신중현의 「애드포(Add 4)」 이후 그룹사운드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조영조 윤항기가 주축이 된 「키보이스(Key Boys)」, 김홍탁이 만든 「히 파이브(He 5)」를 선두로 각양각색의 그룹사운드들이 생겨나 극장을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그룹사운드를 관리하고 후원할 협회가 조직되기도 했는데 그 초대회장으로 내가 선출됐다.
각종 쇼무대를 전전하며 바쁘게 살아가던 당시 나는 또 한사람의 재목을 만난다. 경기도 이천이었던가. 미8군 쇼단의 여자아이들이 와서 노래 잘하는 신인이 하나 들어왔는데 한번 만나보라고 했다. 내 앞에 나타난 작고 귀여운 얼굴의 청년. 조용필이었다.
21살. 음악이 좋아 무작정 집을 뛰쳐나왔다고 했다. 숫기도 없고 붙임성도 없었지만 노래 하나는 잘했다. 시간날 때마다 라디오를 들으며 비틀즈 롤링스톤즈 등의 노래에 귀기울였고 복잡한 영어가사를 잘도 따라불렀다.
천부적인 목소리를 타고난 용필이를 데리고 김트리오를 결성했다. 「사랑과 평화」의 기타리스트 최희철과 드럼의 나, 그리고 용필이에겐 보컬과 세컨드기타를 맡겼다. 얼마 안있어 최희철 대신 이남이가 합류했다. 밤무대에서 김트리오의 인기는 높았다.
그만큼 연습도 많이 했다. 게으름을 피우면 가차없이 주먹이 날아갔다. 용필이도 고백하지만 나를 떠올리면 매맞은 기억밖에 없다고 할 정도였다. 용필이뿐만이 아니었다. 그 당시 함께 활동했던 가수나 연주자중 나한테 안맞은 후배들이 별로 없다. 때리는 게 즐거워서가 아니다. 내가 무슨 「조폭」이라고. 다만 술먹고 연습에 게으른 모습을 눈뜨고 못보는 성미였다. 스캔들은 더더욱 용납하지 않았다.
집을 떠나 갈곳없는 용필이와 한집에서 먹고자며 가난했지만 열정어린 날들을 보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히트하면서 용필이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TV와 라디오방송에 하루가 멀다하고 불려나갔고 자연히 나에게서도 멀어졌다. 그의 타고난 음악성과 지칠 줄 모르는 투지는 대단했다. 대마초와 갖가지 스캔들에도 불구, 용필이의 인기는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후배의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가슴 한쪽에선 서운하고 울적했던 것도 사실이다. 질투도 섞여 있었을 게다. 용필이가 하룻밤 출연하고 수백만원의 개런티를 받을 당시 우리같은 연주자는 배나 곯지 않으면 다행이었으니까. 그가 있는 곳은 양지였고, 나는 음지에 있었다. 내가 밤무대를 떠나 재즈로 몰입하면서 용필이와는 더더욱 만날 일이 없어졌고 나중에는 TV를 통해서나 소식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 연락이 오지만 서먹서먹하다. 사람들은 내가 조용필을 「키웠다」는 표현을 종종 쓰는데 옳지 않다. 인재는 혼자서 큰다. 황무지에서도 꽃을 피우는 사람이 진정한 스타다. 다만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뛰어난 음악적 재능만큼이나 어질고 겸손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계속) 정리.김윤덕 기자
최종 편집: 1999년 0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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