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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한현우 기자. 서태지가 넘어야 할 산

redboots, 2004-03-06 07: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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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이야기만 꺼내면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경험에 따르면 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그가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 끼친 부정적 영향만을 뇌 속에 담아두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최근 서태지 음악도 ‘짝퉁’에 불과하다며 점수를 주는데 인색하다.

나머지 하나는 서태지 뿐 아니라 대중음악 자체를 모르는 이들이다. 서태지의 노래는 ‘난 알아요’와 ‘컴 백 홈’ 밖에 모른다. 더 들어본 적도 없고 들어보려 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TV로 보는 것’인 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모습으로 우리 대중음악의 수준을 논한다. 서태지에 대해 “돈 떨어지면 한국 들어오는 친구”라고 말하는 이들도 대부분 이 부류다. 때 되면 디너쇼를 열어 음악을 밥상머리 풍악으로 만드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미리 밝혀두지만 나는 서태지의 팬이다. 서른 두 살로 보기 어려운 외모와 “안냐세여, 태지예여” 하는 말투조차 사랑하는 건 아니다. 그의 음악을 내내 귀에 꽂고 살며 모든 가사를 줄줄 외우는 열혈 팬, 이른바 ‘태지 매니아’도 아니다. 다만 그가 드물게 자신만의 음악적 상상력과 그 결과물로 ‘자수성가’한 뮤지션 중 하나이며, 그 음악들이 한국 대중음악에 굵은 선 하나를 그었음을 인정하는, 락 음악의 팬이다.

실로 서태지가 아니었더라면 갱스터 힙합과 핌프 락이 그렇게 빠른 속도로 대중에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다. 수많은 음악 장르 가운데 그 둘이 특히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뽕짝’에서 포크로, 그리고 모던 락으로 느리게나마 이행하려던 한국 대중음악이 90년대 댄스와 립싱크 광풍에 어이없이 나자빠진 것에 비추어볼 때, 서태지만큼 ‘제대로 된 음악’을 ‘제대로’ 알린 이도 드물다. 물론 그는 TV라는 공룡을 요리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 조리 과정에서 자신도 손등을 칼에 베이고, 뜨거운 기름에 화상도 입긴 했지만.

지난 2001년 2월 ‘울트라맨이야’ 음반 활동을 접고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 서태지가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연 공연은 잊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사석(死席)을 뺀 모든 좌석과 플로어를 가득 메운 1만3000여 관객들은 첫 곡 ‘대경성’의 격렬한 기타 사운드에 맞춰 일제히 헤드뱅잉을 시작했다. 그 동작의 통일성과 진정성(정말 머리를 흔들고 싶어서, 또는 일종의 책임감에서 비롯된 그 농도 짙은 진정성)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마치 며칠동안 헤드뱅잉 합숙훈련이라도 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 모습은 한 발 떨어져있는 관객에겐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날의 광경은 한국 관객들의 ‘열광 수준’을 한껏 끌어올린 저 유명한 메탈리카의 공연과, 락 음악이 어디까지 과격해질 수 있나를 보여준 RATM의 공연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AC/DC의 유명한 뮤직비디오 ‘Thunder Struck’에 나오는 광란의 헤드뱅잉 역시 태지 매니아들의 그것에 비하면 족탈불급(足脫不及)일 뿐이었다.

그 광경을 보며 서태지 팬들의 갈증이 얼마나 심한 것인지 알게 됐으며, 서태지에 대한 사랑이 상상보다 훨씬 강고(强固)함을 확인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뿐이었다. ‘태지 매니아’들의 ‘태지 사랑’은 좀처럼 ‘음악 사랑’으로 번져 붙어가지 않았다. 서태지의 ‘울트라맨이야’가 100만장 넘게 팔렸다고 하나, 그가 ‘세계 최고의 밴드’라고 추어올린 콘의 최신작 ‘Take A Look In The Mirror’는 고작 1만장 가량 팔렸을 뿐이다. 역시 ‘서태지 후광’을 입었다고 알려진 림프 비즈킷의 ‘Results May Vary’ 역시 2만장도 채 팔리지 않았다.

서태지는 작년 11월 20일 ‘서태지 닷컴’에 ‘일곱번째 소리를 완성하며’란 글을 올려 7집 활동을 예고했다. 이날 인터넷 게시판에 밤을 꼬박 새우며 올라온 팬들의 반응은 눈물의 감탄사가 대부분이었다. 서태지의 새 음악에 대한 담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태지 자신이 원튼 원치 않든, 아직도 ‘뮤지션’ 보다 ‘오빠’ 쪽에 가깝다는 뜻이다.

지난 1월 29일 서태지와 콘의 합동 공연은, 두 밴드의 음악적 우열을 뚜렷이 보여준 현장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서태지는 이날 총 13곡 가운데 새 노래는 네 곡만 연주했다. 또 대형 풍선 연출은 아무래도 헤비메틀 팬들에겐 낯설었다. ‘이 밤이 깊어가지만’에서 등장한 공중전화 부스 역시 시쳇말로 ‘좀 깨는’ 소품이었다. 게다가 공연 도중 ‘필승’을 서태지와 함께 부르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간 남자 팬이 전혀 제 몫을 해주지 않아 공연장을 아이스링크로 만들어 버렸다.

이어 마지막 순서로 오른 콘은, 말 그대로 괜히 콘이 아니었다. 관객들 역시 서태지 순서에서 뚜렷한 열광을 보이지 않다가 콘의 무대에서 폭발했다. 이날 관객은 콘 팬과 서태지 팬, 그리고 두 팬들 간의 교집합으로 구성됐을 것이다. 순수 서태지 팬들은 콘의 강력한 사운드와, 목청에 발전기를 달아놓은 듯한 조너선 데이비스의 보컬에 심사가 복잡해질 만 했다.

이틀 후인 1월 30일엔 서태지와 넬, 피아의 공연이 열렸다. 이날 서태지 공연은 첫 날과 전혀 딴 판이었다. 첫 날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사운드가 제대로 잡혔으나 이것은 대수가 아니었다. 바로 관객의 순도(純度)였다. 콘 팬들이 빠져나간 체조경기장은 첫 날 공연을 놓친 ‘태지 매니아’들이 채웠다. 이들은 관객이라기 보다 차라리 ‘가족’에 가까워 보였다. ‘필승’을 부르러 올라간 여자 팬 역시 분위기를 후끈 달게 만들었다. 첫 날 보다 여자 관객의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도 달라진 점이었다.

역설적이지만, 서태지의 그 충성스런 팬들이 바로 서태지가 넘어야 할 산이며 건너야 할 강이다. 그들은 서태지가 어떤 장르를 들고 나온다 해도 좀처럼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 서태지는 공연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인연이 있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할 수 있는지, 정말 행복하다.” 그토록 그를 행복하게 해주는 매니아들은, 밖에서 보면 말 그대로 철옹성(鐵瓮城)같은 폐쇄적 동아리이다. 서태지에 대한 어떤 코멘트나 비평도, 그 서클 멤버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참수(斬首) 당하고 만다.

서태지가 그 강을 건너지 않는다면, 그가 한국 대중음악에 기여하는 속도는 무척 더딜 것이다. 그가 록에 국악을 접목해도 김도균의 음반이 덩달아 팔리지는 않을 것이며, 그가 포크 음반을 내놓는다고 루시드 폴이 갑자기 돈을 만지게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서태지가 한국 대중음악을 혼자 등에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재일이 음반을 내도 꼼짝 않는 TV는 서태지가 움직이면 따라 이동한다. 지금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자력으로 TV를 움직이는 대중음악가는 조용필과 서태지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죽음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한국 대중음악에는, 서태지의 구명 로프가 간절한 것이다. 서태지 새 음반을 들은 한 제작자는 “고맙고도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그 말이 오늘의 서태지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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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상원님 화이팅,조용필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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