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Cho Yongpil Fanclub Mizi

열린 게시판

0

[문화일보] <데스크 시각>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ypc스타, 2004-03-18 23:28:00

조회 수
938
추천 수
7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1.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발 0시50분.

세상은 잠이 들어 고요한 이 밤, 나만이 소리치며 울 줄이야.

아~아 붙잡아도 뿌리치는 목포행 완행열차….’

#2. 밤 8시45분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0시40분 대전에 도착, 0시50분에 목포로 가는 완행열차인 제33열차는 1959년 2월 탄생했다. 지금은 서대전역을 통해 호남선이 다니지만 당시에는 대전역을 거쳐갔다.

이 열차를 이용한 사람들은 대전역 인근 시장에서 광주리 물건을 팔던 농사꾼이거나 술에 얼큰히 취해 막차를 기다리던 지방사람들이었다. 방학철에는 캠핑이나 귀향하는 학생들로 새벽열차가 북적대기도 했다.

‘대전블루스’는 이 때 만들어졌다. 59년 어느날 0시40분쯤. 지방출장을 나온 신세기레코드사 사업부 직원 최치수의 시선은 대전역내 플랫폼 가스등 아래 머물렀다. 청춘남녀가 두손을 꼭잡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이별을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북쪽에서 남자를 떠나보낼 목포행 0시50분 증기기관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여인의 피울음만을 남긴 채 기차는 떠나갔다. 이를 본 최치수는 여관으로 들어가 곧바로 시를 썼다. 이것이 ‘대전블루스’다.

최치수의 가사를 받은 작곡가 김부해는 블루스로 리듬을 정한 뒤 3시간여의 작업끝에 ‘대전블루스’를 완성했다. 가수는 블루스를 잘 부르는 안정애로 정해 녹음했다. 노래는 출반 3일만에 주문이 쇄도, 대박을 기록했다. 이같은 공로로 최치수는 나중에 신세계레코드 사장까지 역임했다.

‘대전블루스’는 십여년이 흐른 뒤 국민가수 조용필의 리바이벌로 세상에 다시 고개를 들었고, 대안가수 장사익의 노래로 더욱 유명해졌다. 일본에서는 각 레코드사 가수 16명이 경창을 벌여 화제가 됐다.

#3.‘대전발 0시50분 목포행 완행열차’는 노래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지기 전인 60년 2월 대전발 03시05분발 기차로 변경되면서 꼭 1년만에 수명을 다했다.

열차시간은 변했지만 그래도 ‘목포행 완행열차’는 남아 서민들의 애환을 실어 날랐다. 완행열차는 77년까지 동백호, 화랑호 등 선별로 다양한 이름을 가진 보통열차 개념으로 운행되다가 84년 비둘기호로 통합됐다. 최고급 열차인 새마을호는 그대로 이름을 쓰고 우등열차는 무궁화, 특급은 통일호, 보통은 비둘기호로 바뀐 것이다. 유난히 평등을 강조하는 한국사회의 정서에서 우등, 특급, 보통 등 계급 차별적인 이름이 견뎌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비둘기호는 2000년까지 운행하다가 사라졌다.

통일호는 55년 처음 등장했다. 초기에는 이름만 다를 뿐 내용면에서 비둘기호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63년 일본 객차를 들여와 운행하면서 비둘기호를 압도하는 특급열차가 됐다.

하지만 잇따라 등장한 무궁화호, 새마을호에 밀려 서민열차로 강등됐고, 명맥뿐이던 비둘기호가 2000년 완전히 퇴역하면서 ‘완행열차’ 역할을 하다가, 이제 고속철도 시대의 도래와 함께 오는 31일 역사 속으로 물러나는 것이다.

#4. 사라지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시대의 진보 속도에 밀려 사라지는 것은 더욱 아름답다.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한마디 변명도 없이 묵묵히 사라지는 것들은 숭고하기조차 하다. 상징주의 문학을 연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 알프레드 드 비니는 가족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길들여진 개들과 싸우다가 죽는 늑대의 의연함을 노래한 시 ‘늑대의 죽음’ 마지막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한탄하고, 눈물흘리고, 탄원하는 것은 똑같이 비천한 것이다.

너의 길고 무거운 의무를 힘껏 다하라.

그리고 운명이 너를 부르거든,

나처럼, 아무말 없이 고통하며 죽으라.’


김승현 / 전국부장 hyeon@munhwa.co.kr

0 댓글

Board Menu

목록

Page 1 / 1680
Statu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CHO YONGPIL-가황(歌皇), 조용필을 노래하다』 대백과사전&악보집 도서 기증

13
필사랑♡김영미 2023-07-10 3539
  공지

가황(歌皇), 조용필을 노래하다 이 책을 드리면서....

12
  • file
꿈의요정 2023-05-18 3638
  공지

[주문신청]가황,조용필을 노래하다-대백과사전/악보집

40
일편단심민들레 2022-12-13 8128
new 33593

필님 콘서트 감상평 둘

꿈별 2024-11-25 76
new 33592

이번공연 하루 관객이 몇명이 맞는건지요?

유니콘 2024-11-25 71
  33591

2024 서울 첫 공연

1
유현경 2024-11-24 312
  33590

2024~용필오빠서울첫공

2
일심♥ 2024-11-24 293
  33589

어느 청년의 필콘 후기

꿈별 2024-11-24 449
  33588

차가운 열정

2
차가운열정 2024-11-18 325
  33587

2024 조용필&위대한탄생 20집 발매기념 콘서트 서울부스 안내

8
  • file
필사랑♡김영미 2024-11-18 393
  33586

YPC 공식 유튜브 영상 '그래도 돼'

일편단심민들레 2024-11-12 310
  33585

2024년 20집 발매기념 조용필 팬클럽 연합모임 현장스케치

5
필사랑♡김영미 2024-11-12 982
  33584

2024년 20집 발매기념 조용필 팬클럽 연합모임 결과보고

2
  • file
꿈의요정 2024-11-12 584
  33583

공연장에서 20집 음반 판매할까요?

2
강토 2024-11-11 255
  33582

스물다섯번째 미지의 세계 생일을 축하합니다^^

6
  • file
일편단심민들레 2024-11-08 338
  33581

생일 축하합니다.

4
  • file
♡ㅋfㄹr♡ 2024-11-08 244
  33580

이래야 필을 제대로 안다 할 수 있겠지.

1
꿈별 2024-11-08 181
  33579

● 재미있는 음악감상회 종합

1
꿈별 2024-11-08 152
  33578

서울공연 티켓 도착했어요~~~

9
  • file
일편단심민들레 2024-11-06 347
  33577

대구 공연 현수막

5
  • file
♡ㅋfㄹr♡ 2024-11-04 402
  33576

정규앨범 20집 조용필 -20 발매 축하 광고3 - 홍대입구역

꿈의요정 2024-11-03 267
  33575

2024 조용필 팬클럽 연합모임 잘 마쳤습니다.

9
꿈의요정 2024-11-01 968
  33574

2024.10.31. 조용필 팬클럽 연합모임 신청자 명단 및 좌석번호

1
필사랑♡김영미 2024-10-29 641

공식 미지 트위터

뉴스 - News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메달 수익 음악 영재 발굴에 기부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메달 수익 음악 영재 발굴에 기부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기념 메달 수익금 '음악역 1939' 전달식 (왼쪽부터 조폐공사 류진열 사업 이사, 김성기 가평군수, 음악역 1939 송홍섭 대표) [음악역 1939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한국조폐공사가 제작한 '가왕' 조용필 50주년 기념 메달 판...

뉴스 - News

조폐공사, 조용필 메달 수익금 일부 음악영재 '후원'

조폐공사, 조용필 메달 수익금 일부 음악영재 '후원' 한국조폐공사(사장 조용만)가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음악영재 지원 사업에 후원한다.   공사는 11일 경기도 가평 뮤질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 가운데 2500만원을 가평군과 함께 가평뮤직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