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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현종의 총선일기② 목욕탕에서 만난 '강적들'

돈키호테, 2004-03-19 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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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아침이면 선거구 관내의 공중 목욕탕을 한 군데씩 순회한다. 다음은 거기서 만난 몇몇 ‘강적’들 얘기다.

A씨는 50대 후반이다. 샤워 꼭지 앞에서 인사를 나눈 뒤 사우나 도크에서 다시 마주치자 “자기 소개를 해보시오”라고 주문했다. 1분쯤 내 이야기를 듣더니 본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농고에서 축산을 가르치시다가 지금은 중학교에서 실업을 가르치는데 정년이 몇 년 안 남은 분이다.

문과 출신의 공허한 사고, 문과가 말아먹은 대한민국의 폐해에 대해 5분이 넘도록 역설했다. 서서히 땀이 나고, 이제 그만 도크에서 나가고 싶은데 놔주질 않는다. 한마디 할라치면 “가만 있어봐요, 정치인은 잘 들을 줄 알아야 돼, 인상은 착실하게 생겨가지고” 한다.

10분이 넘어서자 나도 모르게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 다음 부분은 냉탕에서 듣겠습니다”. 냉탕에 ‘쫓아온’ 선생님은 다시 이공계의 견실한 사고가 필요한 이유,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되야지 차떼기식 생각, 브로커적 상상력만 발달한 요즘 정치인의 자세에 대해 역설했다.

냉탕에서 우리는 다시 10분을 보냈다. 온 몸이 쪼그라들고, 나는 탕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다음 얘기는 내일 듣겠습니다”, “내일은 내가 바빠서 안 와.” 내가 빠져나간 뒤에도 냉탕에서 혼자 10여분을 수영, 자맥질, 폭포수 맞기를 하고 나서 탕 밖으로 나왔다. 속으로 “졌다”는 외침이 절로 나왔다.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다. 아직 A선생님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 다음주에 가면 만날 것 같다.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 중이다.

B씨는 온 몸에 그림이 많다. 수묵화로 새, 꽃, 나무, 기호를 허벅지, 등짝, 팔뚝 등에 그려 넣었다. 나이는 30대 초반. 그런 경우 다른 손님들과의 형평을 맞춰 짧게 인사만 나눌 뿐 별다른 얘기를 나누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얘기하건대, 이 계층은 투표율이 높지 않다. 아울러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살기 때문에 대중 전파력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B씨는 내가 청와대와 언론사에 있었다고 하자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대통령은 정말 금으로 된 그릇에 밥을 먹느냐”, “청와대 앞에 가서 데모하면 총으로 쏴 죽이느냐”고 물어왔다. 답답했다. “사실이 아니다, 그런 얘기는 어디서 들었느냐”고 반문했더니 “여기저기서 들었다”며 어물거렸다. 그 다음에는 선거는 왜 하느냐, 표는 한 표에 얼마씩 주고 사느냐, 국회의원 되면 총도 주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그 질문들의 수준보다 왜 그런 질문을 줄기차게 해오는지가 더 궁금했다. 생전에 청와대 근무한 사람을 처음 본 B씨는 자기도 “세상물정을 알아야 할 때가 되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조직 내에서의 승진을 앞두고 있는 것 같았다. B씨는 키 175cm에 가슴 둘레 110cm, 장국영을 닮았다.


C씨는 오늘 아침 만난 동갑내기다. 나의 자기소개를 듣더니 “공부를 안 해서 대학도 안 갔다”며 “공부 못했다고 하니 호감이 간다”고 친근감을 표시해왔다. 이런 경우 거리 조정을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역시 도크 안에서의 친밀감이 문제였다.

일단 말문을 열더니 생월생시를 물어왔다. 아침 7시에 태어났다고 했더니 손을 한참 짚어보더니 “평생 돈과는 거리가 멀다”고 딱 짚어냈다. 집 사람도 늘 하는 말이다. 거참 신기하다고 감탄하고 있는데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부터 임진란 당시의 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조선(是無朝鮮)까지 한문 고사성어를 줄줄이 나열하며 즉석 강의를 펼쳤다. 강의는 20분 뒤에야 수료할 수 있었다. 선생님의 결론은 역시 한 가지. “정치하는 사람들 똑바로 해.”

조용필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에서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라며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매고”라고 읊었다. 그렇다. “나는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강적들과 알몸 토크를 하며 킬리만자로에 오르고 있다.

그리고 평상의 시민보다 강적들을 더 사랑한다. 그들의 열변과 궁금증은 비뚤어진 정치, 못난 정치, 후진 정치, 총독형 국회의원들이 낳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강적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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