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게시판
음악과 소리를 사랑하는 아티스트
음향적 완벽을 추구하는 조용필의 무대
이상항/사운드하우스 대표
음향기기 전시장을 방불케한 35주년 공연
지난 8월30일, 조용필의 음악인생 35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콘서트가 서울 잠실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에서 있었다. 공연의 부제는 ‘The History’. 부제 그대로 역사적인 날을 확실히 기억시켜 주려 했는지 하루 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그러나 많은 스텝들과 관계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은 거짓말처럼 4만 5천의 관객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끈질기게 내리는 빗속에서 감행된 이날 공연에서 관객들은 3시간 가까운 시간을 비를 맞아가며 조용필의 열창에 감동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잠실 종합 운동장은 공연을 하기에는 음향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첫째, 규모면을 볼 때 무대에서 3층 객석 끝까지의 거리가 170여 미터에 이른다. 가로방향으로 본다면 무대 양쪽 방면의 좌,우 관람석 거리도 200여 미터가 되는 상황이고 보니 넓은 공간을 풍부한 사운드로 꽉 채우는 일이 우선 양적인 면에서부터 만만치 않은 일이다. 둘째로는 3층 관람석 위의 처마 부분에서 음이 모였다가 되돌아 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산에 올라가서 듣는 메아리 같은 에코 현상 같은 것으로 원음의 명료성에 손상을 입히는 것이다. 음향업계에서 잠실 운동장에서 갖는 매머드급 행사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도 바로 이런 문제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날 공연은 이외에도 우천이라는 큰 어려움을 안은 힘든 공연이었다. 그러나 이날의 음향은 명성에 걸맞는 만족도가 매우 높은 음향 연출이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이런 평가 뒤에는 엄청난 양의 음향 시스템과 음향 스텝들의 노고가 숨어있었다. 이번 공연에 사용된 스피커는 수적으로는 220여개가 사용되었고, 앰프 (증폭기기)는 150여대, 억대의 믹서기 (여러가지 마이크 소리를 믹스하는 커다란 콘트롤기기)만해도 6대가 사용되었으니 가히 음향기기 전시장을 방불케하는 것이었다. 특히, 설치된 스피커라는 것도 일반인이 생각하는 덩치의 것들이 아닌 한통당 100킬로그램을 넘나드는 대형의 것들이니, 메인으로 사용된 스피커의 무게만 따져도 15톤이 넘었다. 이것만으로도 대한민국 대중가수의 공연 역사상 최대, 최고의 무대였음을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무대팀이나 조명, 영상, 특수효과 부분의 얘기까지 하자면 그 규모는 지면이 모자랄 정도에 이르게 된다.
혹자는 “조용필은 돈이 많으니까 이렇게 투자를 한다.” 라고 말하기도 하겠지만 사람이 어느 한 분야에 미치지 않고서는 돈의 유무에 상관없이 투자를 할 수는 없다. 조용필만큼 음향을 비롯한 무대 시스템에 이 정도의 투자와 비전을 가진 가수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조용필의 무대에 관한 이러한 철학은 결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오랜 체험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의 결정체라고 할수 있다. 음악과 소리는 불과분의 관계라는 것을 조용필은 몸소 느끼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좋은 사운드는 비싼 악기만으로 가능한 것인가?
20년 전 쯤으로 돌아가 보자. 그런다고 해서 조용필 그의 과거가 전혀 새로운 모습인 것은 아니다. 잠실벌의 35주년 공연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노래 부르는 그의 모습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20년 전의 조용필이 사용한 음향장비들과 악기 시스템은 지금은 대학과 인디 밴드들도 사용하기를 꺼려하는 수준의 장비들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좋은 악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뮤지션이나 음향 엔지니어들은 더 좋은 소리를 위해 계속 바꿈질을 하고 있다. 그러나 비싼 악기라 해서 모두 좋은 소리가 나오는 건 아니다. 20년전의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이 사용한 악기 자체는 지금 볼 때 초라한 것들이지만, 그의 음악과 사운드 만큼은 결코 초라하거나 유치하지 않으며, 매우 훌륭한 소리를 들려준다. 물론 조용필의 음악과 사운드는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80년대 동시대의 어느 가수나 밴드와 비교해 보아도 최고의 사운드 였다.
무대 음향 엔지니어들에게는 철칙처럼 따르는 말이 있다. “좋은 사운드는 들어오는 소스 (source)가 좋아야 가능하다.” 이 말은 마이크로 들어오는 소리가 좋아야 좋은 소리가 난다는 이야기다.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좋은 사운드를 내기 위하여 아무리 비싼 장비가 있어도 발성이 좋은 보컬과 밸런스감이 뛰어난 연주 없이는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이면, “좋은 악기만이 좋은 소리를 낼수있다”라는 또 다른 명제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 두가지의 철칙은 전혀 반대적인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가 병행 되었을 때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있음을 알려주는 말이다. 이중 어느 한가지가 무시되어도 완성도 높은 소리는 결코 나올수 없다. 그러나 일부 음악인들은 자신의 실력보다는 악기나 기계 탓에 치중을 두는가하면, 반대로 음향 시스템의 중요성에는 무지에 가까울 만큼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도 많다. 음향인들에게 조용필은 위 두가지 과제를 두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뮤지션으로 여겨지고 있다.
ONLY 라이브 시스템
요즘 가수들의 공연은 음향 엔지니어들에게는 매우 쉽다. MR시디 한 장만 받으면 그걸로 끝이다. 그러나 라이브로 연주하는 그룹사운드가 올라오는 무대는 복잡해진다. 드럼에만 마이크가 10대 이상 요구되고, 기타 앰프, 베이스 앰프에 신디사이저 건반, 그에 더해 악기들에 부수되는 각종 이펙터 장비들까지 실로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조용필은 어느 조그만 무대에 서더라도 철저히 이와 같은 그룹사운드 시스템을 통한 라이브만을 고집한다.
예술의 전당에서 해마다 열리는 조용필의 공연은 그 완성도가 매우 높다. 어린이 합창단이 집단으로 등장하는 경우 웬만하면 이들의 합창은 녹음된 소스를 사용 할수도 있건만 그 비싼 무선 마이크를 수십대 사용해 기어코 라이브로 들려주는 고집을 보여 준다. 너무 많은 마이크로 인해 결국 하울링 (스피커에서 ‘삑’하고 나는 소리)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는 완벽을 추구하는 대가의 공연에서는 지극히 소소한 부분에 불과하다.
조용필의 음악에 대한 끝없는 욕심을 잘못 이해해 그 많은 음향시스템을 그가 죄다 소유하고 있는 걸로 착각하고 있는 이도 있다. 그러나 조용필 공연의 음향 장비들은 모두 음향장비를 빌려주고 설치하고 운영해주는 일명 ‘음향렌탈’회사가 관리한다. 외국의 유명한 메이저급 가수들에게는 전속 음향 렌탈팀이 있다. 그들은 전속 가수의 공연에 거의 모든 세월을 보내고있다. 그만큼 공연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연 때마다 믹싱 (가수 소리와 모든 악기소리를 편집하는 것)이 전속 ‘믹싱엔지니어’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음향 렌탈 회사가 바뀌더라도 이 ‘믹싱엔지니어’는 바뀌는 법이 없다. 따라서 믹싱 엔지니어가 전속 가수의 모든 음악을 이해하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라이브에는 이런 구조적, 인적 시스템이 이루어져야만 감동적인 음악과 사운드를 이룰수 있다. 조용필의 최근 공연을 담당하는 음향 렌탈 회사는 오랜 기간 그의 공연을 도맡아 왔다.
조용필과 음향 렌탈회사간의 계약관계야 알 필요가 없지만 그의 공연은 100% 한 음향회사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히 전속 음향 렌탈 회사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음향 렌탈팀의 엔지니어들도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의 사운드 구성에 대해 자세히 알게되는 결과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많은 공연이 있어야 하는데 조용필은 90년대에 매스컴을 떠난뒤 여타 가수들이 넘볼수없을 만큼의 꾸준한 라이부 무대를 가져오고있다. 현재를 보아서는 음향렌탈 팀을 이해타산에 의해 쉽게 바꿀 사람으로 보여 지지는 않는다. 조용필이야 말로 음향의 중요성을 높게 인지하고 있는 음악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금의 라이브 공연 무대를 갖는 가수들은 음향 렌탈 회사가 어디인 지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획사가 선정한 음향 팀에 의지해 그저 마이크만 들고 나타날 뿐이다.
공연 횟수가 적다보니 전속 관계도 유지되기 힘들고 음향 엔지니어가 가수의 음악을 이해할 시간도 부족하다. 음향팀과 가수간의 관계는 기획사에의한 비즈니스 상대일 뿐이다. 이런 세태에 음향인들이 보는 조용필은 참으로 무대를 이해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가슴 따스한 사람이다. 이런 유대관계 때문에 그의 무대 음향은 일사 분란하다. 여러 라이브 무대를 다녀봐도 음향 엔지니어가 가수를 “형님!형님!”하면서 존경하는 모습을 본적이 별로 없다. 그의 지시라면 음향팀은 군말이 없다. 음향 전문가로서 ‘이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일이 있을법도 한데 그런 일은 별로 없다. 조용필이 무대에 오르면 모든 음향팀은 오로지 그만을 위해 헌신하다. 신기한 것은 그 헌신이 ‘비즈니스’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정말로 음향팀들이 조용필의 음악세계와 그의 음향 이해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일까? 이 대답을 현재 조용필 공연의 음향 렌탈을 담당하고 있는 ‘K-ONE’이라는 렌탈 팀의 엔지니어에게서 구해 보았다.
“형님은 음향기기의 메이커 같은 것은 잘 모릅니다. 알 필요도 없지만… 그런데 소리가 어떻다는 것은 잘 아십니다. 또 소리가 잘나는 것에만 치우치지않고 소리의 밸런스를 매우 강조 하시지요. 우리도 형님 같은 분하고 같이 일하는 것을 매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향업계가 존중하는 뮤지션
미국의 유명한 스피커 회사중에 ‘CBA (Clair Brothers Audio)’라는 업체가있다. 이 스피커는 조용필 35주년 공연에도 1,2,3층 스탠드석을 위하여 40통이나 사용되었다. 이 스피커는 유명세만큼이나 뛰어나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마이클 잭슨에 의해 마련되었다. 마이클 잭슨이 CBA 스피커를 어떻게 사용하게 되었는지, 또 이 스피커의 성능을 알고 썼는지 모르고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이클 잭슨 정도의 거물급 가수가 월드 투어에 그 스피커를 사용했다는 점은 적잖이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세계 유수의 음향 업계들은 마이클 잭슨이 사용한 스피커라는 그 사실에 CBA 스피커의 이미지를 강하게 머릿속에 박아 넣을수 있었다. 한 사람의 유명 아티스트가 세계 시장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광고 효과를 이룩한 것이다.
이 스피커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도 많이 보급이 되었다. 만일 별 볼일 없는 삼류 뮤지션이 이 스피커를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별 관심을 받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또 만일 세계적인 가수이더라도 마이클잭슨만큼 폭넓은 의미의 뮤지션이 아니었다면 그 스피커에는 어떤 평가가 내려졌을까? 한 번쯤 스피커의 브랜드는 보겠지만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할것이다. 음향분야에서 가수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지만 뮤지션은 음악 전반에 관한 모든 측면을 고려하는 전문가로 비추어진다. 마이클잭슨처럼 오랜기간 음악을 해온 뮤지션이 선정한 스피커는 절대 함부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느낄수밖에 없다. ‘마이클잭슨이 사용하면 세계최고’라는 이론은 이렇게 성립된것이다.
지금 조용필이 사용하는 스피커는 미국제 EAW라는 스피커이다. 이 스피커가 한국 시장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 역시 조용필에 의해서였다. 이런 부분까지 조용필 그가 알리야 없겠지만 EAW스피커가 국내에 들어오게 된 초창기 시절 그의 공연에서는 이 스피커가 사용되었다. 이후 그가 뮤지션임을 잘 아는 엔지니어들에 의해 이 스피커는 큰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가수 조용필이 사용한 스피커다’라는 한 마디는 그 어떤 홍보 문구보다도 강력하게 이 스피커를 어필하는 효과를 낳았다. 지금 이 스피커는 국내 대형 렌탈 업체와 대형 공연장, 2002 월드컵 주 경기장 등 이루 헤아릴수 없을 만큼 널리 퍼져있다. 이야말로 한국 음향업계에 조용필이 차지하는 위상을 실감케하는 좋은 예일 것이다.
조용필 그는 아무 장비나 대충 선정하는 뮤지션이 아니다. 장비의 메이커는 모르지만 사운드에 관한 한 오랜 경력자이며 전문가이다. 이쯤에서 비 공개된 이야기 한 가지를 공개 하겠다. 모 공연을 앞두고 무슨 이유에선지 국내 스피커 업체에서 만든 스피커가 리허설 때 사용된 일이 있었다. 우리는 조용필의 반응이 궁금했다. 참고로 현재 우리 음향 스피커 업계의 수준이란 외국의 그것에 비해 뒤떨어져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피커의 정체를 모르는 조용필이었지만 그는 이 스피커의 사운드에 즉각 반응했고 곧바로 호된 ‘철수명령’을 내렸다. 그가 절대 호락호락 소리를 듣느것이 아님을 여실히 입증하는 예이다.
음향 업계는 조용필 공연이 연출하는 사운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항상 최고의 무대만을 추구하는 그이기에 음향 완성도에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며, 둘째로 오랜 음악 생활로 터득한 음향적 견해가 인정을 받고있기 때문이고, 셋째는 단순한 가수로서가 아닌 그룹사운드에 의한 음악을 해 왔던 그의 이력이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8월30일 잠실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에서의 35주년 기년 공연에도 음향업계는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국내 음향잡지사에서 대거 취재인원을 동원했고, 국내 모음향기기 수입업체에서는 자사 수입품 홍보를 위하여 억대의 장비를 제공하기도 했다. 음향인들이 느끼는 조용필의 이미지는 결코 마이크만 잡고 노래하는 일개 가수가 아니다. 무대의 그룹사운드 음악과 음향을 함께 지휘하는 진정한 뮤지션인 것이다.
무대의 지휘자
매해 12월에 열리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공연은 조용필의 새로운 면모를 느낄수 있다. 그는 공연의 기획부터 무대 설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참여를 하고 있다. 조용필은 이제 음악에 만족하지 못하고 무대 기획 자체까지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인터뷰에선가 공연 기획분야를 해 보고 싶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 그의 공연들에서 보여준 모든 것들을 본다면 공연 기획자로서도 충분히 그의 명성을 떨칠수 있으리라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조용필은 무엇보다도 음악과 음향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을, 그는 한낱 눈홀림이나 우스개 소리로 팬들을 매료시키거나 현란한 춤사위로 모자란 가창력을 보완하기 이전에 가장 기본이 되는 음악과 소리를 먼저 요구할 것이다. 이야말로 조용필을 이 시대의 진정한 뮤지션으로 꼽게되는 이유이다.
무대위에서 바라본 조용필은 ‘완벽주의자’ 그 자체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모든 것을 시시콜콜 간섭하려 드는 사람은 아니었다. 업무의 분담을 잘 유지하고, 각자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훌륭한 리더의 모습이다. 때문에 굳이 그가 일일이 관여하지 않아도 모든 스탭들은 스스로 철저해지고 있다.
우리 음향인들은 술 한잔을 기울일 때면 그의 인생에 대해 대화를 나누곤한다. 한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 드는 그의 인생을 배우고 싶어하며, 깊은 존경을 보낸다. 이 존경심이 비단 음향분야의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일까. 그가 추구하는 음악과 소리는 끝이 없을 것이며 그 고통과 번뇌의 대가로 우리는 또 그의 음악과 소리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끝-
(The History 54쪽-58쪽)
음향적 완벽을 추구하는 조용필의 무대
이상항/사운드하우스 대표
음향기기 전시장을 방불케한 35주년 공연
지난 8월30일, 조용필의 음악인생 35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콘서트가 서울 잠실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에서 있었다. 공연의 부제는 ‘The History’. 부제 그대로 역사적인 날을 확실히 기억시켜 주려 했는지 하루 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그러나 많은 스텝들과 관계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은 거짓말처럼 4만 5천의 관객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끈질기게 내리는 빗속에서 감행된 이날 공연에서 관객들은 3시간 가까운 시간을 비를 맞아가며 조용필의 열창에 감동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잠실 종합 운동장은 공연을 하기에는 음향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첫째, 규모면을 볼 때 무대에서 3층 객석 끝까지의 거리가 170여 미터에 이른다. 가로방향으로 본다면 무대 양쪽 방면의 좌,우 관람석 거리도 200여 미터가 되는 상황이고 보니 넓은 공간을 풍부한 사운드로 꽉 채우는 일이 우선 양적인 면에서부터 만만치 않은 일이다. 둘째로는 3층 관람석 위의 처마 부분에서 음이 모였다가 되돌아 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산에 올라가서 듣는 메아리 같은 에코 현상 같은 것으로 원음의 명료성에 손상을 입히는 것이다. 음향업계에서 잠실 운동장에서 갖는 매머드급 행사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도 바로 이런 문제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날 공연은 이외에도 우천이라는 큰 어려움을 안은 힘든 공연이었다. 그러나 이날의 음향은 명성에 걸맞는 만족도가 매우 높은 음향 연출이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이런 평가 뒤에는 엄청난 양의 음향 시스템과 음향 스텝들의 노고가 숨어있었다. 이번 공연에 사용된 스피커는 수적으로는 220여개가 사용되었고, 앰프 (증폭기기)는 150여대, 억대의 믹서기 (여러가지 마이크 소리를 믹스하는 커다란 콘트롤기기)만해도 6대가 사용되었으니 가히 음향기기 전시장을 방불케하는 것이었다. 특히, 설치된 스피커라는 것도 일반인이 생각하는 덩치의 것들이 아닌 한통당 100킬로그램을 넘나드는 대형의 것들이니, 메인으로 사용된 스피커의 무게만 따져도 15톤이 넘었다. 이것만으로도 대한민국 대중가수의 공연 역사상 최대, 최고의 무대였음을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무대팀이나 조명, 영상, 특수효과 부분의 얘기까지 하자면 그 규모는 지면이 모자랄 정도에 이르게 된다.
혹자는 “조용필은 돈이 많으니까 이렇게 투자를 한다.” 라고 말하기도 하겠지만 사람이 어느 한 분야에 미치지 않고서는 돈의 유무에 상관없이 투자를 할 수는 없다. 조용필만큼 음향을 비롯한 무대 시스템에 이 정도의 투자와 비전을 가진 가수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조용필의 무대에 관한 이러한 철학은 결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오랜 체험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의 결정체라고 할수 있다. 음악과 소리는 불과분의 관계라는 것을 조용필은 몸소 느끼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좋은 사운드는 비싼 악기만으로 가능한 것인가?
20년 전 쯤으로 돌아가 보자. 그런다고 해서 조용필 그의 과거가 전혀 새로운 모습인 것은 아니다. 잠실벌의 35주년 공연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노래 부르는 그의 모습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20년 전의 조용필이 사용한 음향장비들과 악기 시스템은 지금은 대학과 인디 밴드들도 사용하기를 꺼려하는 수준의 장비들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좋은 악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뮤지션이나 음향 엔지니어들은 더 좋은 소리를 위해 계속 바꿈질을 하고 있다. 그러나 비싼 악기라 해서 모두 좋은 소리가 나오는 건 아니다. 20년전의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이 사용한 악기 자체는 지금 볼 때 초라한 것들이지만, 그의 음악과 사운드 만큼은 결코 초라하거나 유치하지 않으며, 매우 훌륭한 소리를 들려준다. 물론 조용필의 음악과 사운드는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80년대 동시대의 어느 가수나 밴드와 비교해 보아도 최고의 사운드 였다.
무대 음향 엔지니어들에게는 철칙처럼 따르는 말이 있다. “좋은 사운드는 들어오는 소스 (source)가 좋아야 가능하다.” 이 말은 마이크로 들어오는 소리가 좋아야 좋은 소리가 난다는 이야기다.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좋은 사운드를 내기 위하여 아무리 비싼 장비가 있어도 발성이 좋은 보컬과 밸런스감이 뛰어난 연주 없이는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이면, “좋은 악기만이 좋은 소리를 낼수있다”라는 또 다른 명제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 두가지의 철칙은 전혀 반대적인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가 병행 되었을 때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있음을 알려주는 말이다. 이중 어느 한가지가 무시되어도 완성도 높은 소리는 결코 나올수 없다. 그러나 일부 음악인들은 자신의 실력보다는 악기나 기계 탓에 치중을 두는가하면, 반대로 음향 시스템의 중요성에는 무지에 가까울 만큼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도 많다. 음향인들에게 조용필은 위 두가지 과제를 두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뮤지션으로 여겨지고 있다.
ONLY 라이브 시스템
요즘 가수들의 공연은 음향 엔지니어들에게는 매우 쉽다. MR시디 한 장만 받으면 그걸로 끝이다. 그러나 라이브로 연주하는 그룹사운드가 올라오는 무대는 복잡해진다. 드럼에만 마이크가 10대 이상 요구되고, 기타 앰프, 베이스 앰프에 신디사이저 건반, 그에 더해 악기들에 부수되는 각종 이펙터 장비들까지 실로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조용필은 어느 조그만 무대에 서더라도 철저히 이와 같은 그룹사운드 시스템을 통한 라이브만을 고집한다.
예술의 전당에서 해마다 열리는 조용필의 공연은 그 완성도가 매우 높다. 어린이 합창단이 집단으로 등장하는 경우 웬만하면 이들의 합창은 녹음된 소스를 사용 할수도 있건만 그 비싼 무선 마이크를 수십대 사용해 기어코 라이브로 들려주는 고집을 보여 준다. 너무 많은 마이크로 인해 결국 하울링 (스피커에서 ‘삑’하고 나는 소리)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는 완벽을 추구하는 대가의 공연에서는 지극히 소소한 부분에 불과하다.
조용필의 음악에 대한 끝없는 욕심을 잘못 이해해 그 많은 음향시스템을 그가 죄다 소유하고 있는 걸로 착각하고 있는 이도 있다. 그러나 조용필 공연의 음향 장비들은 모두 음향장비를 빌려주고 설치하고 운영해주는 일명 ‘음향렌탈’회사가 관리한다. 외국의 유명한 메이저급 가수들에게는 전속 음향 렌탈팀이 있다. 그들은 전속 가수의 공연에 거의 모든 세월을 보내고있다. 그만큼 공연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연 때마다 믹싱 (가수 소리와 모든 악기소리를 편집하는 것)이 전속 ‘믹싱엔지니어’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음향 렌탈 회사가 바뀌더라도 이 ‘믹싱엔지니어’는 바뀌는 법이 없다. 따라서 믹싱 엔지니어가 전속 가수의 모든 음악을 이해하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라이브에는 이런 구조적, 인적 시스템이 이루어져야만 감동적인 음악과 사운드를 이룰수 있다. 조용필의 최근 공연을 담당하는 음향 렌탈 회사는 오랜 기간 그의 공연을 도맡아 왔다.
조용필과 음향 렌탈회사간의 계약관계야 알 필요가 없지만 그의 공연은 100% 한 음향회사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히 전속 음향 렌탈 회사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음향 렌탈팀의 엔지니어들도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의 사운드 구성에 대해 자세히 알게되는 결과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많은 공연이 있어야 하는데 조용필은 90년대에 매스컴을 떠난뒤 여타 가수들이 넘볼수없을 만큼의 꾸준한 라이부 무대를 가져오고있다. 현재를 보아서는 음향렌탈 팀을 이해타산에 의해 쉽게 바꿀 사람으로 보여 지지는 않는다. 조용필이야 말로 음향의 중요성을 높게 인지하고 있는 음악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금의 라이브 공연 무대를 갖는 가수들은 음향 렌탈 회사가 어디인 지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획사가 선정한 음향 팀에 의지해 그저 마이크만 들고 나타날 뿐이다.
공연 횟수가 적다보니 전속 관계도 유지되기 힘들고 음향 엔지니어가 가수의 음악을 이해할 시간도 부족하다. 음향팀과 가수간의 관계는 기획사에의한 비즈니스 상대일 뿐이다. 이런 세태에 음향인들이 보는 조용필은 참으로 무대를 이해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가슴 따스한 사람이다. 이런 유대관계 때문에 그의 무대 음향은 일사 분란하다. 여러 라이브 무대를 다녀봐도 음향 엔지니어가 가수를 “형님!형님!”하면서 존경하는 모습을 본적이 별로 없다. 그의 지시라면 음향팀은 군말이 없다. 음향 전문가로서 ‘이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일이 있을법도 한데 그런 일은 별로 없다. 조용필이 무대에 오르면 모든 음향팀은 오로지 그만을 위해 헌신하다. 신기한 것은 그 헌신이 ‘비즈니스’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정말로 음향팀들이 조용필의 음악세계와 그의 음향 이해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일까? 이 대답을 현재 조용필 공연의 음향 렌탈을 담당하고 있는 ‘K-ONE’이라는 렌탈 팀의 엔지니어에게서 구해 보았다.
“형님은 음향기기의 메이커 같은 것은 잘 모릅니다. 알 필요도 없지만… 그런데 소리가 어떻다는 것은 잘 아십니다. 또 소리가 잘나는 것에만 치우치지않고 소리의 밸런스를 매우 강조 하시지요. 우리도 형님 같은 분하고 같이 일하는 것을 매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향업계가 존중하는 뮤지션
미국의 유명한 스피커 회사중에 ‘CBA (Clair Brothers Audio)’라는 업체가있다. 이 스피커는 조용필 35주년 공연에도 1,2,3층 스탠드석을 위하여 40통이나 사용되었다. 이 스피커는 유명세만큼이나 뛰어나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마이클 잭슨에 의해 마련되었다. 마이클 잭슨이 CBA 스피커를 어떻게 사용하게 되었는지, 또 이 스피커의 성능을 알고 썼는지 모르고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이클 잭슨 정도의 거물급 가수가 월드 투어에 그 스피커를 사용했다는 점은 적잖이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세계 유수의 음향 업계들은 마이클 잭슨이 사용한 스피커라는 그 사실에 CBA 스피커의 이미지를 강하게 머릿속에 박아 넣을수 있었다. 한 사람의 유명 아티스트가 세계 시장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광고 효과를 이룩한 것이다.
이 스피커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도 많이 보급이 되었다. 만일 별 볼일 없는 삼류 뮤지션이 이 스피커를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별 관심을 받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또 만일 세계적인 가수이더라도 마이클잭슨만큼 폭넓은 의미의 뮤지션이 아니었다면 그 스피커에는 어떤 평가가 내려졌을까? 한 번쯤 스피커의 브랜드는 보겠지만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할것이다. 음향분야에서 가수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지만 뮤지션은 음악 전반에 관한 모든 측면을 고려하는 전문가로 비추어진다. 마이클잭슨처럼 오랜기간 음악을 해온 뮤지션이 선정한 스피커는 절대 함부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느낄수밖에 없다. ‘마이클잭슨이 사용하면 세계최고’라는 이론은 이렇게 성립된것이다.
지금 조용필이 사용하는 스피커는 미국제 EAW라는 스피커이다. 이 스피커가 한국 시장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 역시 조용필에 의해서였다. 이런 부분까지 조용필 그가 알리야 없겠지만 EAW스피커가 국내에 들어오게 된 초창기 시절 그의 공연에서는 이 스피커가 사용되었다. 이후 그가 뮤지션임을 잘 아는 엔지니어들에 의해 이 스피커는 큰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가수 조용필이 사용한 스피커다’라는 한 마디는 그 어떤 홍보 문구보다도 강력하게 이 스피커를 어필하는 효과를 낳았다. 지금 이 스피커는 국내 대형 렌탈 업체와 대형 공연장, 2002 월드컵 주 경기장 등 이루 헤아릴수 없을 만큼 널리 퍼져있다. 이야말로 한국 음향업계에 조용필이 차지하는 위상을 실감케하는 좋은 예일 것이다.
조용필 그는 아무 장비나 대충 선정하는 뮤지션이 아니다. 장비의 메이커는 모르지만 사운드에 관한 한 오랜 경력자이며 전문가이다. 이쯤에서 비 공개된 이야기 한 가지를 공개 하겠다. 모 공연을 앞두고 무슨 이유에선지 국내 스피커 업체에서 만든 스피커가 리허설 때 사용된 일이 있었다. 우리는 조용필의 반응이 궁금했다. 참고로 현재 우리 음향 스피커 업계의 수준이란 외국의 그것에 비해 뒤떨어져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피커의 정체를 모르는 조용필이었지만 그는 이 스피커의 사운드에 즉각 반응했고 곧바로 호된 ‘철수명령’을 내렸다. 그가 절대 호락호락 소리를 듣느것이 아님을 여실히 입증하는 예이다.
음향 업계는 조용필 공연이 연출하는 사운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항상 최고의 무대만을 추구하는 그이기에 음향 완성도에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며, 둘째로 오랜 음악 생활로 터득한 음향적 견해가 인정을 받고있기 때문이고, 셋째는 단순한 가수로서가 아닌 그룹사운드에 의한 음악을 해 왔던 그의 이력이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8월30일 잠실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에서의 35주년 기년 공연에도 음향업계는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국내 음향잡지사에서 대거 취재인원을 동원했고, 국내 모음향기기 수입업체에서는 자사 수입품 홍보를 위하여 억대의 장비를 제공하기도 했다. 음향인들이 느끼는 조용필의 이미지는 결코 마이크만 잡고 노래하는 일개 가수가 아니다. 무대의 그룹사운드 음악과 음향을 함께 지휘하는 진정한 뮤지션인 것이다.
무대의 지휘자
매해 12월에 열리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공연은 조용필의 새로운 면모를 느낄수 있다. 그는 공연의 기획부터 무대 설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참여를 하고 있다. 조용필은 이제 음악에 만족하지 못하고 무대 기획 자체까지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인터뷰에선가 공연 기획분야를 해 보고 싶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 그의 공연들에서 보여준 모든 것들을 본다면 공연 기획자로서도 충분히 그의 명성을 떨칠수 있으리라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조용필은 무엇보다도 음악과 음향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을, 그는 한낱 눈홀림이나 우스개 소리로 팬들을 매료시키거나 현란한 춤사위로 모자란 가창력을 보완하기 이전에 가장 기본이 되는 음악과 소리를 먼저 요구할 것이다. 이야말로 조용필을 이 시대의 진정한 뮤지션으로 꼽게되는 이유이다.
무대위에서 바라본 조용필은 ‘완벽주의자’ 그 자체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모든 것을 시시콜콜 간섭하려 드는 사람은 아니었다. 업무의 분담을 잘 유지하고, 각자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훌륭한 리더의 모습이다. 때문에 굳이 그가 일일이 관여하지 않아도 모든 스탭들은 스스로 철저해지고 있다.
우리 음향인들은 술 한잔을 기울일 때면 그의 인생에 대해 대화를 나누곤한다. 한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 드는 그의 인생을 배우고 싶어하며, 깊은 존경을 보낸다. 이 존경심이 비단 음향분야의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일까. 그가 추구하는 음악과 소리는 끝이 없을 것이며 그 고통과 번뇌의 대가로 우리는 또 그의 음악과 소리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끝-
(The History 54쪽-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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