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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리 꼴레리’ ‘시껍하다’ ‘노가리까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사용했지만 정작 무슨 의미인 줄 모르는 말들이 많다. 인터넷 문답사이트에는 말의 유래를 묻는 질문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우리말의 뜻도 새겨 보지 않은 채 사용했던 우리말의 유래를 찾는 순간 우리말의 또다른 묘미를 발견하게 된다.
‘믿거나 말거나’식으로 인터넷에서 회자되던 우리말 유래는 얼마나 정확할까? 뜻을 알지도 못한 채 자주 쓰곤 했던 친숙한 비속어와 일상어 등에는 얼마나 심오한 뜻이 담겨 있을까. 네티즌 1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가장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조사된 우리말 표현 100개를 선정, 그 뜻과 유래를 정확하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 출간돼 화제다. 충북대 국문과 조항범 교수가 집필한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예담출판사)’에서 그동안 그 유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말 몇 가지를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놀릴 때 쓰는 ‘얼레리꼴레리’는 어린 벼슬아치를 놀렸던 말에서 유래
얼레리꼴레리의 표준어는 ‘알나리깔나리’다. ‘알나리깔나리’가 변하여 ‘얼레리꼴레리’가 되고, ‘얼레리꼴레리’에서 중복되는 ‘리’ 하나가 생략되어 ‘얼레꼴레리’가 된 것. ‘알나리깔나리’는 ‘알나리’와 ‘깔나리’가 결합된 어형이다.
‘알나리’의 ‘알’은 ‘알바가지, 알요강, 알항아리’ 등에 보이는 ‘알-’과 같이 ‘작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볼 수 있다. ‘나리’는 물론 ‘지체가 높거나 권세가 있는 사람’의 뜻이다. 이렇게 보면 ‘알나리’는 ‘나이가 어리고 키가 작은 나리’라는 뜻이다. 실제 ‘알나리’는 나이가 어리고 키가 작은 사람이 벼슬한 경우에 놀리는 말로 쓰였다. 새로 부임한 어린 나이의 벼슬아치를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다 하여 놀림조로 부른 말이 ‘알나리’이다. ‘하인’ 놈들까지 ‘아이 나리’라고 무시하고 있으니 능구렁이가 다된 하위 직급 벼슬아치들의 심술이야 불을 보듯 뻔하다.
‘깔나리’는 ‘알나리’에 운(韻)을 맞추기 위해 이용한 첩어 요소로 간주되어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런데 ‘알’에 운을 맞추는데 굳이 ‘깔’을 이용한 것은 ‘알나리’의 ‘알’을 암컷이 낳는 ‘알’로 생각하고 그와 어울리는 동사 ‘까다’를 연상하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알나리’가 어린 나이에 벼슬한 아이를 놀리는 말로 쓰였기에, 그것을 이용하여 아이들을 놀리는 말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알나리깔나리’이다.
경상도 방언 ‘시껍하다(식겁하다)’는 겁을 집어먹는다는 의미
‘시껍하다’는 경상도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경남 지역에서는 이 말과 함께 ‘시껍묵다’라는 말도 쓴다. ‘시껍하다’나 ‘시껍묵다’는 보통 ‘혼나다’의 뜻으로 쓰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크게 놀라다’, ‘경을 치다’, ‘혼쭐나다’, ‘고생하다’ 등과 같은 좀 더 강렬한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시껍하다의 유래는 ‘십겁(十劫)’과 ‘식겁(食怯)’ 두 가지로 정리된다. 불교에서 ‘십겁(十劫)’이 ‘도저히 셀 수 없는 아주 오랜 세월’이니 그 수에 놀라 혼이 나갈 만도 하다. 그래서 ‘십겁하다’에 ‘혼나다’는 의미가 생겨났고, 또 이것이 경상도에서는 ‘시껍하다’로 실현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명사 ‘십겁(十劫)’은 쓰여도 동사 ‘십겁하다(十劫--)’는 쓰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십겁’보다 더 큰 수도 있는데 그만한 수에 놀라 혼이 나간다는 것도 이상하다는 점에서 ‘시껍’을 ‘십겁(十劫)’으로 보는 설은 취하기 어렵다.
‘식겁하다(食怯--)’의 ‘식겁(食怯)’은 ‘겁을 먹음’이라는 뜻이다. 뜻밖에 놀라 겁을 먹는 것이 ‘식겁’이다. 그러니까 동사 ‘식겁하다’는 ‘겁먹다’와 같은 의미가 된다. 겁을 먹으니 당황하여 어리벙벙해지고 혼쭐이 난다. “아들이 다쳤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식겁했는지 모른다”에서 ‘식겁하다’의 의미가 잘 드러난다.
‘노가리까다’는 무수히 많은 명태알에서 유래
그럴듯하게 이것저것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을 ‘노가리를 까다’라고 표현한다. 물론 ‘노가리’에 ‘풀다’나 치다‘를 결합하여 ’노가리를 풀다‘, ’노가리를 치다‘로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는 술안주를 통해 ‘노가리’라는 단어를 익히 잘 알고 있다. 이 ‘노가리’가 ‘명태의 새끼’인 줄은 몰라도 호프집의 생맥주 안주 하면 ‘노가리’를 제일로 친다. 알맞게 구워진 ‘노가리’를 손으로 잘 다듬어 질겅질겅 씹어 먹는 맛이란 참으로 고소하다. 여기에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도 곁들여지니 ‘생맥주’와 ‘노가리’ 안주, 그리고 ‘오고가는 정담’은 잘 어우러지는 호프집 풍경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노가리를 까다’라는 말의 유래를 생맥주 집에서 ‘노가리’ 껍질을 벗겨가며 그것을 안주 삼아 떠들썩하게 잡담하며 술 마시는 풍경에서 찾으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가리’ 안주는 껍질을 벗겨서 다듬어 먹기도 하지만, 껍질째 먹기도 하므로 ‘노가리’의 껍질을 벗기는 행위에서 ‘노가리를 까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물고기의 껍질은 벗기는 것이지 까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이 설명은 문제가 있다.
명태가 알을 까서 새끼를 낳는 것이 ‘노가리를 까다’이다. 알이 많기 때문에 한꺼번에 부화되는 ‘노가리’의 수도 많다. 그리하여 ‘노가리를 까다’에는 늘 ‘많다’라는 특성이 따라붙는다. 이 ‘많다’라는 특성을 토대로 ‘말을 많이 하다’와 같은 비유적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명태가 ‘노가리’를 까는 만큼 말을 많이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런데 말을 많이 하면 말실수가 잦고 그 말의 진실성도 떨어진다. 그리하여 ‘노가리를 까다’에 ‘거짓말을 하다’와 같은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이에 따라 ‘노가리’도 ‘거짓말’이라는 의미를 띠게 된다. ‘노가리’가 ‘거짓말’이라는 의미를 띠면서 ‘까다’ 외에도 ‘풀다’, ‘치다’ 등과 같은 부정적 의미의 서술어와도 통합하여 쓰이게 된다.
비통한 을사년(乙巳年)의 기억이 만든 ‘을씨년스럽다’
‘가을 바람 불고 낙엽 뒹구는 교정’, ‘비 내리는 겨울 바다’, ‘가지만 앙상한 나무가 서 있는 폐가’ 등의 풍경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을씨년스럽다’일 것이다. 을씨년스럽다는 어디서 온 말일까? ‘-스럽다’가 보통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러한 성질이 있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이므로 ‘을씨년’이 명사라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을씨년’이 ‘을사년(乙巳年)’에서 변형된 것이라는 설이 제법 널리 퍼져있다. 을사년은 구체적으로 1905년이다. 일제가 박제순, 이완용 등 ‘을사오적’을 내세워 조선의 외교권을 강탈하고 통감정치를 실시한 원년인 것이다. 이른바 을사조약이 체결돼 사실상 우리 나라가 일본의 속국이 된 해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을사년은 우리 민족에게 참으로 비통하고 허탈한 한 해였을 것이다.
일제강점의 슬픔과 허탈함, 울분을 표현하기 위해 ‘을사년스럽다’는 말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헐리웃 액션’으로 국내 팬들의 비난을 자초한 미국 선수 안톤 오노의 행동에 빗대 ‘오노스럽다’는 신조어가 네티즌 사이에 유래한 것을 떠 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을사년스럽다는 처음에는 ‘을사년의 분위기처럼 쓸쓸하고 침통하다’의 뜻이었을 것이다.
을씨년스럽다가 만들어진 과정을 보면 ‘임오년스럽다’는 신조어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한일월드컵에서 4강 진출의 신화를 일궈낸 지난 2002년(임오년)의 기억은 우리 국민에게 가슴 벅찬 기쁨으로 남아있다. 민족의 자긍심과 온 국민이 열성적으로 참여한 그 시절의 행복한 기억을 떠 올리며 무언가 기쁘고 가슴 벅찬 상황을 묘사할 때 ‘임오년스럽다’는 말이 사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용필이 울고 갈 ‘오빠’의 유래
이제는 흔해질대로 흔해진 오빠부대의 원조는 국민가수 조용필의 팬들이다. 80년대 초반 공연장을 찾은 그의 여성팬들은 자신들의 우상을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흔히 여성들이 자신보다 나이 많은 남자를 일컫는 말인 오빠. 그 말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오빠의 18세기 어형은 ‘올아바’였다. 이는 ‘이르다’는 뜻의 접두어 ‘올-’과 ‘아바(아빠)’가 결합한 것이다. ‘아버지와 같은 반열에 놓일 수 있는 남자이되, 미숙하고 어린 남자’ 정도가 된다. 그래서 이 오라바(올아바)는 여자동기가 남자동기를 평대할 때 쓰였다.
이러던 것이 20세기 들어 손위 남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그 의미가 고정됐다. 오빠의 원래 의미가 되살아나는 것일까? 오빠부대를 가리키는 팬덤이 스타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커지는 요즘이다.
미디어다음 / 김진화 기자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사용했지만 정작 무슨 의미인 줄 모르는 말들이 많다. 인터넷 문답사이트에는 말의 유래를 묻는 질문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우리말의 뜻도 새겨 보지 않은 채 사용했던 우리말의 유래를 찾는 순간 우리말의 또다른 묘미를 발견하게 된다.
‘믿거나 말거나’식으로 인터넷에서 회자되던 우리말 유래는 얼마나 정확할까? 뜻을 알지도 못한 채 자주 쓰곤 했던 친숙한 비속어와 일상어 등에는 얼마나 심오한 뜻이 담겨 있을까. 네티즌 1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가장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조사된 우리말 표현 100개를 선정, 그 뜻과 유래를 정확하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 출간돼 화제다. 충북대 국문과 조항범 교수가 집필한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예담출판사)’에서 그동안 그 유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말 몇 가지를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놀릴 때 쓰는 ‘얼레리꼴레리’는 어린 벼슬아치를 놀렸던 말에서 유래
얼레리꼴레리의 표준어는 ‘알나리깔나리’다. ‘알나리깔나리’가 변하여 ‘얼레리꼴레리’가 되고, ‘얼레리꼴레리’에서 중복되는 ‘리’ 하나가 생략되어 ‘얼레꼴레리’가 된 것. ‘알나리깔나리’는 ‘알나리’와 ‘깔나리’가 결합된 어형이다.
‘알나리’의 ‘알’은 ‘알바가지, 알요강, 알항아리’ 등에 보이는 ‘알-’과 같이 ‘작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볼 수 있다. ‘나리’는 물론 ‘지체가 높거나 권세가 있는 사람’의 뜻이다. 이렇게 보면 ‘알나리’는 ‘나이가 어리고 키가 작은 나리’라는 뜻이다. 실제 ‘알나리’는 나이가 어리고 키가 작은 사람이 벼슬한 경우에 놀리는 말로 쓰였다. 새로 부임한 어린 나이의 벼슬아치를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다 하여 놀림조로 부른 말이 ‘알나리’이다. ‘하인’ 놈들까지 ‘아이 나리’라고 무시하고 있으니 능구렁이가 다된 하위 직급 벼슬아치들의 심술이야 불을 보듯 뻔하다.
‘깔나리’는 ‘알나리’에 운(韻)을 맞추기 위해 이용한 첩어 요소로 간주되어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런데 ‘알’에 운을 맞추는데 굳이 ‘깔’을 이용한 것은 ‘알나리’의 ‘알’을 암컷이 낳는 ‘알’로 생각하고 그와 어울리는 동사 ‘까다’를 연상하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알나리’가 어린 나이에 벼슬한 아이를 놀리는 말로 쓰였기에, 그것을 이용하여 아이들을 놀리는 말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알나리깔나리’이다.
경상도 방언 ‘시껍하다(식겁하다)’는 겁을 집어먹는다는 의미
‘시껍하다’는 경상도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경남 지역에서는 이 말과 함께 ‘시껍묵다’라는 말도 쓴다. ‘시껍하다’나 ‘시껍묵다’는 보통 ‘혼나다’의 뜻으로 쓰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크게 놀라다’, ‘경을 치다’, ‘혼쭐나다’, ‘고생하다’ 등과 같은 좀 더 강렬한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시껍하다의 유래는 ‘십겁(十劫)’과 ‘식겁(食怯)’ 두 가지로 정리된다. 불교에서 ‘십겁(十劫)’이 ‘도저히 셀 수 없는 아주 오랜 세월’이니 그 수에 놀라 혼이 나갈 만도 하다. 그래서 ‘십겁하다’에 ‘혼나다’는 의미가 생겨났고, 또 이것이 경상도에서는 ‘시껍하다’로 실현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명사 ‘십겁(十劫)’은 쓰여도 동사 ‘십겁하다(十劫--)’는 쓰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십겁’보다 더 큰 수도 있는데 그만한 수에 놀라 혼이 나간다는 것도 이상하다는 점에서 ‘시껍’을 ‘십겁(十劫)’으로 보는 설은 취하기 어렵다.
‘식겁하다(食怯--)’의 ‘식겁(食怯)’은 ‘겁을 먹음’이라는 뜻이다. 뜻밖에 놀라 겁을 먹는 것이 ‘식겁’이다. 그러니까 동사 ‘식겁하다’는 ‘겁먹다’와 같은 의미가 된다. 겁을 먹으니 당황하여 어리벙벙해지고 혼쭐이 난다. “아들이 다쳤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식겁했는지 모른다”에서 ‘식겁하다’의 의미가 잘 드러난다.
‘노가리까다’는 무수히 많은 명태알에서 유래
그럴듯하게 이것저것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을 ‘노가리를 까다’라고 표현한다. 물론 ‘노가리’에 ‘풀다’나 치다‘를 결합하여 ’노가리를 풀다‘, ’노가리를 치다‘로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는 술안주를 통해 ‘노가리’라는 단어를 익히 잘 알고 있다. 이 ‘노가리’가 ‘명태의 새끼’인 줄은 몰라도 호프집의 생맥주 안주 하면 ‘노가리’를 제일로 친다. 알맞게 구워진 ‘노가리’를 손으로 잘 다듬어 질겅질겅 씹어 먹는 맛이란 참으로 고소하다. 여기에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도 곁들여지니 ‘생맥주’와 ‘노가리’ 안주, 그리고 ‘오고가는 정담’은 잘 어우러지는 호프집 풍경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노가리를 까다’라는 말의 유래를 생맥주 집에서 ‘노가리’ 껍질을 벗겨가며 그것을 안주 삼아 떠들썩하게 잡담하며 술 마시는 풍경에서 찾으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가리’ 안주는 껍질을 벗겨서 다듬어 먹기도 하지만, 껍질째 먹기도 하므로 ‘노가리’의 껍질을 벗기는 행위에서 ‘노가리를 까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물고기의 껍질은 벗기는 것이지 까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이 설명은 문제가 있다.
명태가 알을 까서 새끼를 낳는 것이 ‘노가리를 까다’이다. 알이 많기 때문에 한꺼번에 부화되는 ‘노가리’의 수도 많다. 그리하여 ‘노가리를 까다’에는 늘 ‘많다’라는 특성이 따라붙는다. 이 ‘많다’라는 특성을 토대로 ‘말을 많이 하다’와 같은 비유적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명태가 ‘노가리’를 까는 만큼 말을 많이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런데 말을 많이 하면 말실수가 잦고 그 말의 진실성도 떨어진다. 그리하여 ‘노가리를 까다’에 ‘거짓말을 하다’와 같은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이에 따라 ‘노가리’도 ‘거짓말’이라는 의미를 띠게 된다. ‘노가리’가 ‘거짓말’이라는 의미를 띠면서 ‘까다’ 외에도 ‘풀다’, ‘치다’ 등과 같은 부정적 의미의 서술어와도 통합하여 쓰이게 된다.
비통한 을사년(乙巳年)의 기억이 만든 ‘을씨년스럽다’
‘가을 바람 불고 낙엽 뒹구는 교정’, ‘비 내리는 겨울 바다’, ‘가지만 앙상한 나무가 서 있는 폐가’ 등의 풍경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을씨년스럽다’일 것이다. 을씨년스럽다는 어디서 온 말일까? ‘-스럽다’가 보통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러한 성질이 있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이므로 ‘을씨년’이 명사라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을씨년’이 ‘을사년(乙巳年)’에서 변형된 것이라는 설이 제법 널리 퍼져있다. 을사년은 구체적으로 1905년이다. 일제가 박제순, 이완용 등 ‘을사오적’을 내세워 조선의 외교권을 강탈하고 통감정치를 실시한 원년인 것이다. 이른바 을사조약이 체결돼 사실상 우리 나라가 일본의 속국이 된 해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을사년은 우리 민족에게 참으로 비통하고 허탈한 한 해였을 것이다.
일제강점의 슬픔과 허탈함, 울분을 표현하기 위해 ‘을사년스럽다’는 말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헐리웃 액션’으로 국내 팬들의 비난을 자초한 미국 선수 안톤 오노의 행동에 빗대 ‘오노스럽다’는 신조어가 네티즌 사이에 유래한 것을 떠 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을사년스럽다는 처음에는 ‘을사년의 분위기처럼 쓸쓸하고 침통하다’의 뜻이었을 것이다.
을씨년스럽다가 만들어진 과정을 보면 ‘임오년스럽다’는 신조어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한일월드컵에서 4강 진출의 신화를 일궈낸 지난 2002년(임오년)의 기억은 우리 국민에게 가슴 벅찬 기쁨으로 남아있다. 민족의 자긍심과 온 국민이 열성적으로 참여한 그 시절의 행복한 기억을 떠 올리며 무언가 기쁘고 가슴 벅찬 상황을 묘사할 때 ‘임오년스럽다’는 말이 사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용필이 울고 갈 ‘오빠’의 유래
이제는 흔해질대로 흔해진 오빠부대의 원조는 국민가수 조용필의 팬들이다. 80년대 초반 공연장을 찾은 그의 여성팬들은 자신들의 우상을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흔히 여성들이 자신보다 나이 많은 남자를 일컫는 말인 오빠. 그 말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오빠의 18세기 어형은 ‘올아바’였다. 이는 ‘이르다’는 뜻의 접두어 ‘올-’과 ‘아바(아빠)’가 결합한 것이다. ‘아버지와 같은 반열에 놓일 수 있는 남자이되, 미숙하고 어린 남자’ 정도가 된다. 그래서 이 오라바(올아바)는 여자동기가 남자동기를 평대할 때 쓰였다.
이러던 것이 20세기 들어 손위 남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그 의미가 고정됐다. 오빠의 원래 의미가 되살아나는 것일까? 오빠부대를 가리키는 팬덤이 스타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커지는 요즘이다.
미디어다음 / 김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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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짹짹이
2004-10-16 18:37:45
아버지와 같은 반열에 놓일 수 있는 남자이되, 미숙하고 어린 남자’<<--- 아~~~~
어려서 우리들은 남자하면 아버지가 최고의 남자셨고 여자하면 엄마가
최고의 여자셨기에 유래에서 보면 아버지와 같은 반열이란 뜻이 참 깊은 의미가
있는듯 하네요. 오빠! 하고 외칠때 그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될것 같아요.
찍사님! 사랑하는 피앙새님과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랄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