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게시판
ㅎ시대적 배경 ; 조선 중기
장소 ; 경기도 땅 복사골 (부천의 옛이름)
---------------
사월 스무이튿날, 복사골 뿐만 아니라, 동막골 먹골 고추골 등등.
온 동네가 쥐죽은 듯 조~~용.
장터와 연결된 아주 너른 복사골 마당에 그 근동 사방팔방 사람들이 모두 모였기 때문에 마을은 조 ~~용.
그 뿐이랴? 그 곳엔 충청도땅 천안서도, 경기도 땅 수원서도, 한양서는
우르르 떼거리로 몰려들고, 인천땅 파주땅서도.
풍악을 좋아하는 어느 사람들은 대구서도 울산서도 부산포에서도.
여하튼 경향각지에서 몰려든 사람이 구름같더라.
그 이유는 조선팔도 최고 명창 조용필이 저녁나절에 공연을 하기때문.
38년째 조선의 최고 소릿꾼으로 그를 따라잡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더라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은 농부가 주로 많지만, 어부도 있고, 승려도 있고,
관헌의 사령도 있고, 驛 卒, 보부상, 風流를 즐길 줄 아는 벼슬아치도,
글깨나 쓰는 선비도, 당대 내로라하는 문장가들도 있고, 소릿꾼도 좀
보고 배워보려고 오고, 시골 아녀자도, 여염집 부인은 물론 쓰개치마로
얼굴과 몸을 가리고 제 서방 몰래 나온 양반집 부인도 있었더라.^*^
-----------
복사골 바로 옆 사그막골.
웬 양반이 말을 타고, 떠꺼머리 총각을 데리고 마을어귀에 다다른다.
" 어험 !! 어험!! "
긴 여로(旅路)에 피곤한데, 집에 다다르니 편한마음으로 헛기침을
해 보지만, 온 마을이 텅텅비어 심기가 불편하다.
보통때 같으면 논가에서 한참 일 할 꺽쇠도 않 보이고, 만득이도,
순돌아범도, 개똥아범도 없다.
아까는 목이 컬컬해 주막에서 막걸리나 한사발 하고 싶었은데, 주모
안성댁은 온데간데 없고, 문도 닫혔더라.
할 수 없이, 길 가 우물에서 물 한바가지 먹으려 하는데, 아낙네가
아무도 없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 나원 참, 원 당췌, 허 허 참 "
그 수다스런 월순네, 복례, 잠실댁도 없었다.
냇가 빨래터에도 아무도 없다. 언년네도 순팔어멈도 없다.
어쩌니 저쩌니 여인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있어야 마을이 활기가 찬데
그 푼수 일용어멈(전원일기 일용엄니 ㅎㅎ)도 없다.
칠성이놈(떠거머리 마부) 말에 의하면 명창 조용필보러 모~~두 복사골로
갔다나? 허, 그 참.
----------
솟을대문에 들어서니, " 이런 고~오약한.... "
주인 나리가 오셨는데, 아무도 인사도 없고, 누렁이만 반갑다고 꼬리쳐
그 때서야 문간방 간난할멈이 업드려 인사한다.
"아이고, 나리마님, 이제 오십니까요? "
"어험, 잘 있었나? 집에 별 일 없고 ? "
마당쇠놈도 없고. 이 런, 이 런,.....
이 집 주인은 현재 벼슬은 없지만, 윗 어느대에 조부님이 홍문관(서류
서적 관청) 대제학(정2품 벼슬)까지도 하였었고, 바로 조부님은 부사벼슬
(대도호부사 종3품)까지 하셔서, 그 그늘로 살면서, 뼈대있는 가문임을
명예로 여기는 이 종 진.
안채로 들어서니, 이 집 안방마님, 마루에서 복사골쪽을 향해 바라보다
흠찟 놀라며, 주인을 맞이한다.
" 이제 오십니까? 나리"
" 부인, 집이 조용하구려 "
" 아이고, 제 불찰로 아랫것들이 허락도 없이 다 어디로 갔는지...,"
"내 오늘 온다 미리 기별을 넣었는데, 어째 아랫것들 기강이....흠"
주인나리 이종진은 제 집에 왔는데, 상것들이 제 주인은 안중에도
없이 나간 것이 화가 나지만, 처도 얼른 대문 밖에 나와서 인사도
안해서 괘씸했다. 그 뿐이랴? 복사골 쪽에 정신이 팔려있는 것을 단번에
눈치 챘지만, 체통이 있지 나무라지도 못하고, 본능적으로 사내로서
질투가 끓어올라 제 처를 쏘아본다.
" 아니, 애들은 어디갔소? "
당연히 아버님이 멀리 외지 나갔다 오랫만에 오셨는데, 아들며느리 내외가
문안인사라도 해야하는데, 아들 호현도 안보인다.
"허, 그 조용필이란 者가 얼마나 소리를 잘하길래 이렇게 사람들을
모두 끌고 갔나? 허, 그 참."
이종진은 포기하고 사랑채로 간다.
안방마님은 몸둘바 모르는 척 쩔쩔매지만, 정신은 온통 복사골쪽에 있다
물론 칠성이가 이미 별당에 나리 오셨다고 말씀드리러 갔지만, 시집 온지
한 달된 며느리 별당아씨 호현처는 호현이 나간 뒤 집을 빠져 나갔다.
사실은 이랬다.
안방마님도 당대 최고 절창 조용필이 복사골에 온다는 것을 한달 전
부터 듣고는 며칠전부터 싱숭생숭했는데, 한달 넘게 여주땅에 볼 일
있어서 길 떠난 남편이 돌아온다니 어쩌지도 못하고...
남편이 있든 없든 양반집 부인 체통에 상것들과 같이 복사골에 구경
가기도 그렇고, 남녀가 내외하니 그런 곳 갈 용기도 안나고....
그렇다고 늘상 안방에서만 일년내내 갇혀 있자니 답답하고...
"아이고, 내 신세야, 언제 조용필이 이 곳 복사골에 또 온다나?"
겨우내 답답하게 집에만 창살없는 감옥살이 하던 안방마님은 춘삼월
한양의 마포나루 친정나들이 갔었다.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올케가 곳간 열쇠 다 쥐고 흔들며, 그 큰
살림 떵떵거리며 사는 것도 눈꼴시린데, 작년 동지섣달 양재골의
예술의 전당 절창 조용필공연 <정글시티>에 부부동반해서 오라버니와
같이 구경갔었다고, 참새 언년이가 귀뜸해주는데, 아이고, 샘나라!!!
"오라버니도 참, 체통을 지키시지. 어딜 시정잡배 다 모인 곳에 올케를
데리고 가서 얼굴팔리게 하남."뾰로퉁하지만 어쩔수 없다.
" 난 양반이래서 시골구석 사그막골에 시집와 갇혀 지내며 재물도 없어 쓰지도 못하고 사는데, 올케는 남산골 양반이라면서 평민 우리친정집
시집와서, 우리 부모님이 청국과 무역해서 번 재물 잘도 쓰네.
쳇! 남산골 딸각발이선비(신이 없어 마른 날도 나막신 신고다니는 가난한
선비를 조롱하는 말) 주제에 양반타령은 무슨.... "
안방마님은 방에서 마루로, 또 마루에서 방으로 왔다갓다하며 속 다
태우며, 산모롱이 복사골쪽만 바라본다.
----------
이 집 며느리 별당아씨.
작년 시집오기 전 친정 김포에서, 친정어머니께 만약에 동지섣달 한양
양잿골 예술의 전당 조용필공연 <정글씨티>를 보여주지 않으면, 시집
안가겠다고 방방뛰며, 울고 불고, 며칠씩 밥도 안먹고 졸라대서, 이미
약혼식도 치른상태에 혼사를 물릴수도 없어서, 친정아버지 몰래, ㅎㅎ
친정어머니가 가마꾼, 호위머슴, 오라버니 둘, 계집종 둘 딸려서, 인천
외가에 다니러 간다하고, 소원풀이로 조용필 공연보고, 하룻밤은 양잿골서
묵고, 다시 인천외가는 하루만 묵고, 김포로 돌아온 이력(履歷)이
있었다. 친정엄마는 자기가 시집올 때 가져온 패물 옥가락지 은비녀를
팔아 노잣돈에 공연입장권에 머슴들 입막음시키는 뇌물로 후~히 썼다
그런 별당아씨. 이번엔 시어른 어려워서 어쩌지도 못하고, 어젯밤 잠도
안자고 계책(?)을 꾸몄다.
점심먹자마자 계집종 점순이와 삼월이를 데리고, 쑥 캐러 나온 척하고
새신랑 서방님 나가자마자, 쓰개치마로 눈만 내놓고 온통 덮어쓰고는
복사골 가까이 너른 마당이 보이는 곳에서는 쑥은 무슨 쑥???
저~~ 멀리 흥겨운 노랫가락.
" 덩기덕~~ 덩더러러~ 쿵! 덕!!! 덩~덩~ 덩~~~ 더~~ㅇ.
사랑, 사랑, 내사랑아~~, 이리 보아도 내사랑~~. 저리 보아도 내사랑~~~"
점순이와 삼월이에게는 빨리 빠리 쑥 캐라 재촉하고, 자기는 덩~실 덩~실
점순이와 삼월이도 쑥은 무슨 쑥?? 대충 대충 바구니에 쑥반 풀반.
저 멀리에 정신이 팔렸더라.
" 둥~게 둥~게 내 사랑~~ "
곧이어 레이져빔 팡 팡 쏘아대고, 서치라이트 쫘아~악. 꽃가루 술술.
사람들 흥겨워 "얼~~쑤. 좋오오~~다 "
덩~실 덩~실 더덩실~~~ 덩더쿵. 더덩시~~~ㄹ~~~.
머리가 팽글팽글 잘도 돌아가는 새색시 별당아씨는 그 흥겨움 속에서도
"만일 시어머님이 어디갔다 왔었냐? 물으시면, 시어른께 쑥버무리(쑥떡)
해 드리려고 쑥캐러 왔었다고 둘러대면, 갓 혼례식 올린 새신랑 우리
서방님이 비호(?)해 줄 것이다 계산하더라.
" 머, 우리 신랑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데, 머....
난 시어머니 겁 안난다 "
----------
그날 밤.
이종진은 여독이 풀리지 않아 잠이 안왓지만, 그보다 조용필의 명성이
궁금햇다. `도대체 그 자는 무슨 재주가 많아 조선팔도 사람들을 그렇게
그 자의 손에서 쥐락펴락 할까? 허기사, 한성판윤(서울시장)이명박
그 자라면 꺼뻑 죽는다는데, 거상 이건희도 양잿골엔 매년 제 집사들과
(삼성 임원들) 출입한다는데, 제주목사도 뭐, 이번에 제주응원가도 좀
만들어달라 간청햇고, 작년 8월엔 그 무지막지한 평안관찰사 (평안감사
종2품 벼슬)김정일도 제발 평양에 와달라고 애걸복걸 하였다지?
작년 동지섣달 양잿골엔 허구헌날 사람들이 조용필공연 구경하느라 드나들었다하는데, 뭐, 미국서도 오고, 대만, 왜,청나라, 불란서, 아르헨티나서도
오고, 러시아서도 오고......'
그 날 밤.
행랑채랑 문간방은 머슴들이 낮에 흥겹게 놀아 피곤해 곪아떨어졌는데,
주인나리가 사랑방에 들어가자마자 도망쳐 제일 늦게 복사골에 왔엇던
칠성이, 꿈 속에서 흥얼 흥얼 노래하며, 발장단 치며 자고 있었고,
곰보 두복이는 제가 조용필이라도 된 듯 온 방안을 뒹굴며, 노래하듯
춤추듯 자고 있엇고, 먹기 잘하는 먹보 떡쇠놈은 한쪽 벽에 붙어서 자면서 제가 뭐, 기타쟁이 최희선이라도 된 듯, 왼 손으로 벽을 북북
긁으며 자고 있었고, 원래 제 아비가 풍각쟁이 출신인데, 키우지 못해
이 집에서 거두어준 삼돌이 놈은, 뭐, 제가 드러머 김선중이라도 된 듯
자면서도 오른 손 왼손으로 방바닥을 두드리며 자빠져자고 있었더라.ㅋㅎ
---------
이 집 아들 새신랑 꽃미남, 이. 호. 현.
자면서도 낮의 스탠딩공연에 심취한 듯.
어디서 제 아버지 이종진 몰래 배운, 색시 댄스, 락 고고, 락발라드
소울, 트위스트, 춤사위 벌이느라, 오른 팔은 제 색시 팔베게하고,
왼 손은 휘저으며, 또 두다리는 버둥거리며 들쳐 올렸다가 내렸다가,
또 고개도 흔들거리며 자더라.
----------
별당아씨.
작년에 오라버니와 양재골 V.I.P 석에서 본 조용필얼굴과 한달 본 자기
새신랑 새서방님 얼굴이 꿈속에서 오버랩되면 베시시 웃으며, 신랑
품에서 팔벼게하며 잘도 자더라.
둥~~ 둥~둥 내사랑, 어화 둥둥~ 내사랑.
사랑, 사랑 , 사랑, 사랑, 내~~ 사랑아~~~~ ㅇ~
장소 ; 경기도 땅 복사골 (부천의 옛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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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스무이튿날, 복사골 뿐만 아니라, 동막골 먹골 고추골 등등.
온 동네가 쥐죽은 듯 조~~용.
장터와 연결된 아주 너른 복사골 마당에 그 근동 사방팔방 사람들이 모두 모였기 때문에 마을은 조 ~~용.
그 뿐이랴? 그 곳엔 충청도땅 천안서도, 경기도 땅 수원서도, 한양서는
우르르 떼거리로 몰려들고, 인천땅 파주땅서도.
풍악을 좋아하는 어느 사람들은 대구서도 울산서도 부산포에서도.
여하튼 경향각지에서 몰려든 사람이 구름같더라.
그 이유는 조선팔도 최고 명창 조용필이 저녁나절에 공연을 하기때문.
38년째 조선의 최고 소릿꾼으로 그를 따라잡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더라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은 농부가 주로 많지만, 어부도 있고, 승려도 있고,
관헌의 사령도 있고, 驛 卒, 보부상, 風流를 즐길 줄 아는 벼슬아치도,
글깨나 쓰는 선비도, 당대 내로라하는 문장가들도 있고, 소릿꾼도 좀
보고 배워보려고 오고, 시골 아녀자도, 여염집 부인은 물론 쓰개치마로
얼굴과 몸을 가리고 제 서방 몰래 나온 양반집 부인도 있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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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골 바로 옆 사그막골.
웬 양반이 말을 타고, 떠꺼머리 총각을 데리고 마을어귀에 다다른다.
" 어험 !! 어험!! "
긴 여로(旅路)에 피곤한데, 집에 다다르니 편한마음으로 헛기침을
해 보지만, 온 마을이 텅텅비어 심기가 불편하다.
보통때 같으면 논가에서 한참 일 할 꺽쇠도 않 보이고, 만득이도,
순돌아범도, 개똥아범도 없다.
아까는 목이 컬컬해 주막에서 막걸리나 한사발 하고 싶었은데, 주모
안성댁은 온데간데 없고, 문도 닫혔더라.
할 수 없이, 길 가 우물에서 물 한바가지 먹으려 하는데, 아낙네가
아무도 없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 나원 참, 원 당췌, 허 허 참 "
그 수다스런 월순네, 복례, 잠실댁도 없었다.
냇가 빨래터에도 아무도 없다. 언년네도 순팔어멈도 없다.
어쩌니 저쩌니 여인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있어야 마을이 활기가 찬데
그 푼수 일용어멈(전원일기 일용엄니 ㅎㅎ)도 없다.
칠성이놈(떠거머리 마부) 말에 의하면 명창 조용필보러 모~~두 복사골로
갔다나? 허, 그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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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을대문에 들어서니, " 이런 고~오약한.... "
주인 나리가 오셨는데, 아무도 인사도 없고, 누렁이만 반갑다고 꼬리쳐
그 때서야 문간방 간난할멈이 업드려 인사한다.
"아이고, 나리마님, 이제 오십니까요? "
"어험, 잘 있었나? 집에 별 일 없고 ? "
마당쇠놈도 없고. 이 런, 이 런,.....
이 집 주인은 현재 벼슬은 없지만, 윗 어느대에 조부님이 홍문관(서류
서적 관청) 대제학(정2품 벼슬)까지도 하였었고, 바로 조부님은 부사벼슬
(대도호부사 종3품)까지 하셔서, 그 그늘로 살면서, 뼈대있는 가문임을
명예로 여기는 이 종 진.
안채로 들어서니, 이 집 안방마님, 마루에서 복사골쪽을 향해 바라보다
흠찟 놀라며, 주인을 맞이한다.
" 이제 오십니까? 나리"
" 부인, 집이 조용하구려 "
" 아이고, 제 불찰로 아랫것들이 허락도 없이 다 어디로 갔는지...,"
"내 오늘 온다 미리 기별을 넣었는데, 어째 아랫것들 기강이....흠"
주인나리 이종진은 제 집에 왔는데, 상것들이 제 주인은 안중에도
없이 나간 것이 화가 나지만, 처도 얼른 대문 밖에 나와서 인사도
안해서 괘씸했다. 그 뿐이랴? 복사골 쪽에 정신이 팔려있는 것을 단번에
눈치 챘지만, 체통이 있지 나무라지도 못하고, 본능적으로 사내로서
질투가 끓어올라 제 처를 쏘아본다.
" 아니, 애들은 어디갔소? "
당연히 아버님이 멀리 외지 나갔다 오랫만에 오셨는데, 아들며느리 내외가
문안인사라도 해야하는데, 아들 호현도 안보인다.
"허, 그 조용필이란 者가 얼마나 소리를 잘하길래 이렇게 사람들을
모두 끌고 갔나? 허, 그 참."
이종진은 포기하고 사랑채로 간다.
안방마님은 몸둘바 모르는 척 쩔쩔매지만, 정신은 온통 복사골쪽에 있다
물론 칠성이가 이미 별당에 나리 오셨다고 말씀드리러 갔지만, 시집 온지
한 달된 며느리 별당아씨 호현처는 호현이 나간 뒤 집을 빠져 나갔다.
사실은 이랬다.
안방마님도 당대 최고 절창 조용필이 복사골에 온다는 것을 한달 전
부터 듣고는 며칠전부터 싱숭생숭했는데, 한달 넘게 여주땅에 볼 일
있어서 길 떠난 남편이 돌아온다니 어쩌지도 못하고...
남편이 있든 없든 양반집 부인 체통에 상것들과 같이 복사골에 구경
가기도 그렇고, 남녀가 내외하니 그런 곳 갈 용기도 안나고....
그렇다고 늘상 안방에서만 일년내내 갇혀 있자니 답답하고...
"아이고, 내 신세야, 언제 조용필이 이 곳 복사골에 또 온다나?"
겨우내 답답하게 집에만 창살없는 감옥살이 하던 안방마님은 춘삼월
한양의 마포나루 친정나들이 갔었다.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올케가 곳간 열쇠 다 쥐고 흔들며, 그 큰
살림 떵떵거리며 사는 것도 눈꼴시린데, 작년 동지섣달 양재골의
예술의 전당 절창 조용필공연 <정글시티>에 부부동반해서 오라버니와
같이 구경갔었다고, 참새 언년이가 귀뜸해주는데, 아이고, 샘나라!!!
"오라버니도 참, 체통을 지키시지. 어딜 시정잡배 다 모인 곳에 올케를
데리고 가서 얼굴팔리게 하남."뾰로퉁하지만 어쩔수 없다.
" 난 양반이래서 시골구석 사그막골에 시집와 갇혀 지내며 재물도 없어 쓰지도 못하고 사는데, 올케는 남산골 양반이라면서 평민 우리친정집
시집와서, 우리 부모님이 청국과 무역해서 번 재물 잘도 쓰네.
쳇! 남산골 딸각발이선비(신이 없어 마른 날도 나막신 신고다니는 가난한
선비를 조롱하는 말) 주제에 양반타령은 무슨.... "
안방마님은 방에서 마루로, 또 마루에서 방으로 왔다갓다하며 속 다
태우며, 산모롱이 복사골쪽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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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며느리 별당아씨.
작년 시집오기 전 친정 김포에서, 친정어머니께 만약에 동지섣달 한양
양잿골 예술의 전당 조용필공연 <정글씨티>를 보여주지 않으면, 시집
안가겠다고 방방뛰며, 울고 불고, 며칠씩 밥도 안먹고 졸라대서, 이미
약혼식도 치른상태에 혼사를 물릴수도 없어서, 친정아버지 몰래, ㅎㅎ
친정어머니가 가마꾼, 호위머슴, 오라버니 둘, 계집종 둘 딸려서, 인천
외가에 다니러 간다하고, 소원풀이로 조용필 공연보고, 하룻밤은 양잿골서
묵고, 다시 인천외가는 하루만 묵고, 김포로 돌아온 이력(履歷)이
있었다. 친정엄마는 자기가 시집올 때 가져온 패물 옥가락지 은비녀를
팔아 노잣돈에 공연입장권에 머슴들 입막음시키는 뇌물로 후~히 썼다
그런 별당아씨. 이번엔 시어른 어려워서 어쩌지도 못하고, 어젯밤 잠도
안자고 계책(?)을 꾸몄다.
점심먹자마자 계집종 점순이와 삼월이를 데리고, 쑥 캐러 나온 척하고
새신랑 서방님 나가자마자, 쓰개치마로 눈만 내놓고 온통 덮어쓰고는
복사골 가까이 너른 마당이 보이는 곳에서는 쑥은 무슨 쑥???
저~~ 멀리 흥겨운 노랫가락.
" 덩기덕~~ 덩더러러~ 쿵! 덕!!! 덩~덩~ 덩~~~ 더~~ㅇ.
사랑, 사랑, 내사랑아~~, 이리 보아도 내사랑~~. 저리 보아도 내사랑~~~"
점순이와 삼월이에게는 빨리 빠리 쑥 캐라 재촉하고, 자기는 덩~실 덩~실
점순이와 삼월이도 쑥은 무슨 쑥?? 대충 대충 바구니에 쑥반 풀반.
저 멀리에 정신이 팔렸더라.
" 둥~게 둥~게 내 사랑~~ "
곧이어 레이져빔 팡 팡 쏘아대고, 서치라이트 쫘아~악. 꽃가루 술술.
사람들 흥겨워 "얼~~쑤. 좋오오~~다 "
덩~실 덩~실 더덩실~~~ 덩더쿵. 더덩시~~~ㄹ~~~.
머리가 팽글팽글 잘도 돌아가는 새색시 별당아씨는 그 흥겨움 속에서도
"만일 시어머님이 어디갔다 왔었냐? 물으시면, 시어른께 쑥버무리(쑥떡)
해 드리려고 쑥캐러 왔었다고 둘러대면, 갓 혼례식 올린 새신랑 우리
서방님이 비호(?)해 줄 것이다 계산하더라.
" 머, 우리 신랑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데, 머....
난 시어머니 겁 안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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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이종진은 여독이 풀리지 않아 잠이 안왓지만, 그보다 조용필의 명성이
궁금햇다. `도대체 그 자는 무슨 재주가 많아 조선팔도 사람들을 그렇게
그 자의 손에서 쥐락펴락 할까? 허기사, 한성판윤(서울시장)이명박
그 자라면 꺼뻑 죽는다는데, 거상 이건희도 양잿골엔 매년 제 집사들과
(삼성 임원들) 출입한다는데, 제주목사도 뭐, 이번에 제주응원가도 좀
만들어달라 간청햇고, 작년 8월엔 그 무지막지한 평안관찰사 (평안감사
종2품 벼슬)김정일도 제발 평양에 와달라고 애걸복걸 하였다지?
작년 동지섣달 양잿골엔 허구헌날 사람들이 조용필공연 구경하느라 드나들었다하는데, 뭐, 미국서도 오고, 대만, 왜,청나라, 불란서, 아르헨티나서도
오고, 러시아서도 오고......'
그 날 밤.
행랑채랑 문간방은 머슴들이 낮에 흥겹게 놀아 피곤해 곪아떨어졌는데,
주인나리가 사랑방에 들어가자마자 도망쳐 제일 늦게 복사골에 왔엇던
칠성이, 꿈 속에서 흥얼 흥얼 노래하며, 발장단 치며 자고 있었고,
곰보 두복이는 제가 조용필이라도 된 듯 온 방안을 뒹굴며, 노래하듯
춤추듯 자고 있엇고, 먹기 잘하는 먹보 떡쇠놈은 한쪽 벽에 붙어서 자면서 제가 뭐, 기타쟁이 최희선이라도 된 듯, 왼 손으로 벽을 북북
긁으며 자고 있었고, 원래 제 아비가 풍각쟁이 출신인데, 키우지 못해
이 집에서 거두어준 삼돌이 놈은, 뭐, 제가 드러머 김선중이라도 된 듯
자면서도 오른 손 왼손으로 방바닥을 두드리며 자빠져자고 있었더라.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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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아들 새신랑 꽃미남, 이. 호. 현.
자면서도 낮의 스탠딩공연에 심취한 듯.
어디서 제 아버지 이종진 몰래 배운, 색시 댄스, 락 고고, 락발라드
소울, 트위스트, 춤사위 벌이느라, 오른 팔은 제 색시 팔베게하고,
왼 손은 휘저으며, 또 두다리는 버둥거리며 들쳐 올렸다가 내렸다가,
또 고개도 흔들거리며 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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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당아씨.
작년에 오라버니와 양재골 V.I.P 석에서 본 조용필얼굴과 한달 본 자기
새신랑 새서방님 얼굴이 꿈속에서 오버랩되면 베시시 웃으며, 신랑
품에서 팔벼게하며 잘도 자더라.
둥~~ 둥~둥 내사랑, 어화 둥둥~ 내사랑.
사랑, 사랑 , 사랑, 사랑, 내~~ 사랑아~~~~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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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앞으로 기대가 되네요. |
1999-10-24 | 836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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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지킵시다....1 |
1999-10-24 | 99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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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약속을 지킵시다.... |
1999-10-24 | 847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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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하는 과정에서 |
1999-10-24 | 878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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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준님 죄송합니다..너무 기쁜 나머지. |
1999-10-24 | 10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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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님 화이팅,조용필화이팅...........1 |
1999-10-23 | 115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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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상원님 화이팅,조용필화이팅........... |
1999-10-23 | 93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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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1999-10-23 | 9527 |
6 댓글
장미꽃 불을 켜요
2006-04-05 10:59:24
하였습니다. 읽으시고 웃으신다음 피로를 푸시옵소서.ㅎㅎㅎㅎㅎ
전에 단결님이 __장미불꽃님 소설쓰셔도~~-___하셔서 진짜로 소설을 썼습니다.
미지의 자랑 < 미지밴드 > 만쉐이~~~~~~ !!!!
미즈
2006-04-05 11:41:02
소설 같은 장문의 글을 올려 주시다니......
정말! 감동 감동 입니다.
필님이 이 소설같은 글을 보시고 공연의 임하시면 힘이 .....
절로 생길듯 싶네요.
소설가들이 경계하실듯 싶네요^^*
지오스님
2006-04-05 18:04:33
아침부터 님의 글을 보고 ㅎ ㅎ ㅎ, ㅋ ㅋ ㅋ...
한 동안 거뜬히 견딜수있는 에너지를
충족시켜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꾸벅!!!
필사랑♡김영미
2006-04-06 00:09:41
읽는 재미가 솔솔하여 한동안 넋놓고 읽다가(집인지 회사인지 착각을...)
우리 소장님이 들어오시는 줄도 몰랐네요.
캐릭터 하나..하나가 눈에 선하게 그려지면서 넘 재밌게 읽었답니다.
미지밴드도 반포장미님의 정성이 가득한 이 글을 읽고 힘을 낼거 같아요. 아자~!!
유현경
2006-04-06 21:27:50
근데요,육교밑에 있던 오빠 현수막 사진을 찍어 올리라고 동생에게 시켰더니 어느새 내려졌답니다. 이럴수가, 어찌된 영문인지.
지오스님
2006-04-06 22:52:20
그건 아마도 사흘이 멀다하고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러 다니시는
아저씨들(?)께서 그랬을겁니다.
원래는 허가를 내서 지정된 게시대에 걸도록 되어있거든요.
거참~ 현수막 옆에서 보초를 설수도 없고 이 일을 어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