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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필이다

ypc스타, 2006-12-01 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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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필이다

황  경  미  

정갈하게 치워진 거실 풍경(風景)은 한 겨울 시린 눈(雪) 속 같은 순결(純潔)함이다.
머리카락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들리는 듯 한 거북스런 고요가 부담스러워 악마의 유혹 같은 커피를 진하게 타서 마신 후 혼자 즐기는 문화적 사치를 위해 애장품 1호인 오디오에 CD를 건다.
벽면에 푸른 금이 갈 것 같은 완벽한 금속성의 CD를 듣는다는 게 내겐 곤욕스런 선택을 하게 한다.
가끔 잡음이 들리는 LP판은 가난했던 추억이 생각나 턴테이블로 시선이 가지만 자주 뒤집어 줘야 하기에 손이 번거롭고 자동왕복이 되는 tape 기기(器機)는 기계 고장을 오래 손보지 않아 제멋대로 끊기는 바람에 적당한 인내심을 갖고 들어야만 하고...
손쉬운 걸 먼저 듣게 되는 내 단순함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너무도 편리한 문명(文明)에 길들여진 게으른 탓이다.


play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이 낮게 흐른다.
이 노랜 비릿한 추억으로 듣는 노래다.
설악산 입구 담 모퉁이를 돌면 바람구멍 숭숭 난 허름한 카페도 덤으로 생각나게 하는 아픔의 노래다.
오래 전 친구가 그곳에서 나를 증인으로 세워두고 언약식을 치뤘지만 복잡했던 양가(兩家)의 이기심으로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었고 친구에겐 깊은 절망감을 주었었다. 영혼이 맑았던 친구는 아직도 그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해 스스로 갇혀 지낸다.
오래된 연인들이 좋아했던 ‘그 겨울의 찻집’은 슬픈 그네들의 운명을 조용히 지켜본 노래다.
노래보다 추억이 먼저 찾아들어 가슴을 적시는 이유...
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라는 서툰 위로를 순진하게 맹신(盲信)하며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찾아 듣는 내게 남편은 핀잔부터 주었다.
부담스런 나이를 의식 않는 철없는 아내라는 둥, 동요 들으려는 아이를 무시하고 내 노래부터 들으려는 불량스런 엄마라며 속 좁게 화를 내기도 하는 남편에게 아이는 아직 노래를 들을 기회가 나보다 더 많기에순서를 엄마인 내가 먼저 듣는다고 억울해 할 건 없다며 억지 논리를 내세우기도 했다.
추억 담을 그릇이 적은 남편이 어찌 넘치는 내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며칠 전 속초에서 ‘대한민국 음악제’ 가 열렸다.
국내에서 비중 있는 가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화합을 강조하며 시원한 여름을 선보인 뜻 깊은 무대였다.
국민가수 ‘이미자’씨와 의식 있는 민중 가수 윤도현 씨의 무대는 세대, 계층을 초월한 뜨거움으로 갑작스레 퍼붓는 폭우(暴雨)까지 무색하게 했다.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보기 힘든 공연이기에 관객들은 우산을 받쳐 들고 열광했다. 얼마 만에 보는 최고의 공연이던가?

작은 거인....
조용필은 작지만 큰 가수다.
특설무대인 크레인 위에서 거센 빗줄기를 뚫고 하얀 연미복을 입은 그가 등장하는 순간, 숨죽이는 듯 한 잠깐의 탄식이 이어졌다.
강렬한 카리스마가 온 몸으로 느껴지던, 벅찬 감동을 어쩌지 못해 소름이 돋을 만큼 그는 노래를 정직하게 부른다.
천천히, 지쳐가는 우리네 삶을 위로하려는 듯 부드러움이 향기처럼 피어나는 노래를 많은 표정이 담긴 얼굴로 부른다.
단순한 기교가 아닌 영혼의 무게가 실린 음성으로 성실하게 노래 부르는 그는 바로 우리들의 작은 영웅이다.
그의 노래는 내 가슴에 하나의 마침표가 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마침표. 그리고 곧 그것은 평화 같은 위안이 되었다.

아! 노래 하나에 난 얼마나 많은 걸 행복해 하는가?
대중가수는 타인의 삶을 대신 노래하는 시인이다.
그 많은 히트곡들의 가사는 다 어떻게 외는 건지 궁금해졌다.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는 내 십대에 성장을 멈춘 가수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당당한 프로임을 이름 석 자에 걸고 나온 아름다운 남자다...
가수가 자기 이름을 걸고 무대에 선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나는 조용필이다” 라는 제목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제목 자체에 공연의 흐름이 보이는 듯 했다.
자그마한 체구 어디에서 그렇듯 폭발적인 노래가 나오는 걸까?
대중가요는 그 시대를 반영하는 문화의 또 다른 이름이다.
조용필을 기억하는 세대는 4,50대다. 최초로 오빠부대를 만들기도 했던..

빈약한 학생 문화를 대변했던 그는 여고시절 우리들 최고의 영원한 우상(偶像)이었다.
모 방송국에 그를 보러 갔다가 한꺼번에 입장하려는 극성팬들 때문에 허벅지에 심각한 타박상을 입었고 공연 후 좁은 문을 급하게 나오려는 무지막지한 사람들에게 밀려나면서 새 신발 밑창(여름샌들)이 찢겨져 두고두고 가족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었다.
무척 아팠지만 내놓고 엄살을 피울 분위기는 더욱 아니어서 오래도록 퍼렇게 멍든 영광의 상처조차도 그를 보겠다는 집념 하나로 설명이 되기도 했던 그 때, 난 예민하고 발랄했던 십대였다.

정체를 알 수없는 은밀한 슬픔덩어리를 통째로 가슴 안에 가두고 살았으며 서툰 시인의 몸짓으로 씁쓸한 사춘기를 아프게도 앓았다.
무조건 주변 환경에 처절하게 반항하며 잿빛 우울모드로 십대를 살았었다
그렇게 몹시도 부담스런 자신을 어쩌지 못해 사춘기라는 괴물에게 당황해하고 있을 때 예고도 없이 그는 내게로 와서 하나의 빛(스타)이 되었다.
가까운 영화관에서 배우 유지인과 “내 사랑 한(恨)이 되어“를 상영하고 있었는데 코드가 같은 단짝 친구와 당당하게(사실은 각자 다른 핑계를 담임선생님께 눈물로 호소하며) 그 영화를 보러 갔었다.
모범생이었던 내가 무모할 만큼 최초로 저지른 탈선이었다.

그렇게 그와 나는 같이 나이를 먹어갔으며 나의 변심(같은 성을 가진 젊은 남자 가수를 좋아하게 된 이유)으로 오랫동안 그를 멀리했지만 그가 가진 특별한 정서는 쉽게 변해버리는 변덕스런 입맛은 아니었다.
표 나지 않게 그는 늘 날 지켜주는 든든한 수호신 같은 큰 존재였다.

이 날 본 속초 공연은 내게 아주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뭐랄까...
잠깐 외도?를 한 애인이 뒤늦게 유치한 변명을 하려 애타게 찾는 심정이랄까?... 스스로에게도 설명이 안 되는 결벽증 같은 것?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그는 우리들 영원한 오빠다.
국민의 절대적인 신뢰와 사랑은 하루아침에 저절로 얻어지는 보너스 같은 것은 아니기에 숨겨진 그의 눈물과 한숨과 피나는 노력은 그래서 쉽게 인기를 얻으려는 후배 가수들에겐 살아 있는 교훈으로 기억될 것이다.

장시간 성실하고 반듯한 자세로 진지하게 노래를 부르던 그가 묵직한 아픔으로 느껴졌던 것은 이제 나도 그 나이 듦의 대열에 끼었다는 서글픈 증거는 아니었을까?

폭우 속에서도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 주었던 고정 팬들의 뜨겁던 조용필에 사랑은 그가 어떤 가수로서 자리매김 되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주었다.
그의 노래가 있기에 사람에게 상처 받은 마음 위로가 되고 그가 있기에 공연히 내 삶은 새털처럼 가벼워진다.

어떨 땐 귓전으로 흘려듣는 노래가 전부 내 노래인 듯한 착각이 들어 혼자 센치해 본 적도 있다.


<출처:http://www.dongli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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