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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래 전에 대학 다닐 때 읽었던 신영복 교수
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책꽂이에서 우연히 꺼내 다
시 읽었습니다.
'황소'는 읽었던 기억이 분명한 글이어서 전문을 다시 보게
됐는데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 교도소 위문공연을 왔었다
는 내용이 있어서 좀 놀랐습니다.
신영복 교수께서 대전교도소에 계실 때 쓴 편지글이고 제가
조용필님을 모르던 때 처음 읽다보니 관심없이 지나친 것 같
네요.
제가 자료를 한참 찾아봤지만 조용필님이 1980년대 초반에 군
부대 위문공연을 갔었다는 기록은 있던데 교도소 위문공연 기
록은 눈에 띄지를 않는군요.
회원분 중에 조용필님의 교도소 위문공연 기록에 대해 알고 계
신분 있으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 황소
형수님께
얼마 전에 매우 크고 건장한 황소 한 마리가 수레에
잔뜩 짐을 싣고 이곳(대전교도소를 가리킴-편집자 주)
에 들어왔습니다.
이 '끝동네'의 사람들은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이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관심으로 공장 앞이나 창문에
붙어서 열심히 바라보았습니다.
더운 코를 불면서 부지런히 걸어오는 황소가 우리에게
맨 먼저 안겨준 감동은 한마디로 우람한 '역동'이었습
니다. 꿈틀거리는 힘살과 묵중한 발걸음이 만드는 원시
적 생명력은 분명 타이탄이나 8톤 덤프나 '위대한 탄생'
에는 없는 '위대함'이었습니다. 야윈 마음에는 황소 한
마리의 활기를 보듬기에 버거워 가슴 벅찹니다.
그러나 황소가 일단 걸음을 멈추고 우뚝 서자 이제는 아
까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 우람
한 역동 뒤의 어디메에 그런 엄청난 한(恨)이 숨어 있었
던가. 물기어린 눈빛, 굵어서 더욱 처연한 두 개의 뿔은,
먼저의 우렁차고 건강한 감동을 밀어내고 순식간에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잔잔한 슬픔의 앙금을 채워놓습니다.
황소가 싣고 온 것이 작업재료가 아니라 고향의 산천이었
던가. 저마다의 표정에는 "고향 떠난 지도 참 오래지?" 하
는 그리움의 표정이 역력하였습니다.
이 '끝동네'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고향을 떠나 각박한 도시
를 헤매던 방황의 역사를 간직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황소를
보는 마음은 고향을 보는 마음이며, 동시에 자신의 스산한
과거를 돌이켜보는 마음이어서 황소가 떠나고 난 빈자리를
그저는 뜨지 못해 하였습니다.
황소는 제가 싣고 온 짐보다 더 큰 것을 우리들의 가슴에 부
려놓고 갔음에 틀림없습니다.편지 못 읽을 우용이, 주용이에
게는 황소 그림을 보냅니다. 서울의 어린이들에게 황소란 달
나라의 동물만큼이나 아득한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더욱 바쁘실 형님, 형수님 건강을 빕니다.
깊은 밤에는 별이, 더운 여름에는 바람을 거느린 소나기가 있
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들의 위안입니다.
1982.6.11.>
('신영복 옥중서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210~211면, 돌베개,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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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0-23 | 9527 |
1 댓글
꿈의요정
2010-01-12 05:00:08
신문기자님~ 교도소 위문공연은 모르겠습니다.^^::
군부대 공연은 91년인가 92년인가?? 아마도 비룡부대가 마지막이었던것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