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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들어서 경주를 제외한 모든 공연장을 찾아다니는 아낙입니다.
오직 조용필님 공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실 경주공연 다음 날이 시어머님 생신이기에 가족 모임이 있을 것 같아서
애초부터 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갔다 오라고 하더라구요.
현장에서 티켓을 구할 생각으로 한참 들떠 있는데...
경주공연을 이틀 앞두고 시골 시댁에서 고들빼기를 보내왔지 뭐예요~
딸내미가 마약 진통제를 먹다보니 속에서 거부하는 바람에
고기와 생선을 아낙네집 밥상에선 구경해본 지 아주 오래랍니다.
하다못해 김치 담글 때 젓갈도 쓰지 못하게 하여
아는 분들이 준다고 하여도 얻어 먹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ㅎㅎ
다행스럽게도 어머님이 잔손질을 다하여 보내주셨더라구요.
고들빼기 김치를 담글 생각으로 일을 벌여 놓으니 오히려 남편과 아이들이 안절부절합니다.
쪽파와 곁들여야 제맛이 나기에 마트에서 사다가 다듬고 고춧가루 양념을 준비하면서
아낙의 마음에서는 조용필님 공연은 이미 머얼리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꾹꾹 눌러 담아서 보내신 고들빼기가 꺼내보니 그 양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경주공연 날 아침, 김치를 버무리기만 하면 되는데 김치통 씻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벌써 점심때...
남편은 미안했는지 경주까지 데려다 준다 합니다 ㅎㅎ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하는 말...느그들이 안가면 되는데...)
에이 뭘~ 그렇게까지 갈 마음은 없소이다~
(경주공연 날 오후에 아이들, 수시 면접이 있었거든요 ㅋㅋ)
그리하여...경주는 그냥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엄마아빠와 함께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성남공연...
지난 8월 어느 날, 친정 막둥이 동생 집들이에 모두 모였을 때
오빠와 동생들이 분당에서 조용필 공연이 있다고 한 마디씩 합니다.
아낙은 기분이 좋아서 그저 빙그레 웃기만 했습니다 ㅎㅎㅎ
아낙이 오남매 가운데 콕~ 하나 박혀있는 양념딸입니다 ㅎㅎ
학교 다닐 적에 하도 조용필 오빠를 외치고 다녀서인지
지금도 친정 식구들이 모이면 놀리곤 한답니다~
성남 공연을 하루 앞두고 남편과 아이들의 극성스러울 정도의 격려를 받으면서
3박 4일간의 휴가를 받아 십여년 만에 혼자만의 친정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엄마와 아빠 손을 그렇게 오래도록 잡아보았던 적이 얼마만인지...
공연장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부터 엄마는 제 손을 꼭 잡고 어루만지시면서
우리딸이랑 이렇게 있으니 좋다...하십니다.
조용필님 공연 땐 야광봉을 흔들며 어찌나 좋아하시는 지...
다른 가수들 공연은 다 가봤음에도 조용필 공연은 저랑 꼭 같이 보고 싶으셨다 합니다.
아낙은 성남을 가기 위하여 고기를 뺀 육개장을 한찜통 끓였습니다.
다시마와 표고버섯, 양파를 넣어 국물을 내고
온갖 나물류와 숭숭 설어넣은 김치, 버섯이 몽땅 들어간 우리집만의 육개장이죠 ㅎㅎ
얼마나 맛이 있길래...성남과 인천, 천안까지 세번이나 끓였습니다~
아~ 천안에 가기 전에는 고구마순 김치도 담갔네요..
남편과 아이들은 반찬이고 뭐고 다 냅두고 실컷 놀다오라 합니다만
어디 그게 쉬운가요~
내가 즐겁게 놀기 위해서는 내 할 일도 완벽히 해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아낙...
인천공연 후,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걷다가 만난 어떤 할머니 한 분이
아낙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시길래 광주에서 왔다고 대답하니..
전라도 광주요?
예...
이 먼데까지 조용필 보려고 왔단 말이요?
예...
신랑이 보내줍디까?
예...
아이들은 어쩌고?
애들 아빠가 보고 있어요...
남들이 보면 애엄마 미쳤다고 하겠소~
예...제대로 미쳤지요...
하반기 공연이 알려진 후 아낙이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나...조용필 공연 다 가고 싶은데...
그래 갔다와...
애들은 어쩌고?
애들이야 내가 근무 조정하면 되니까 걱정말고~
나, 그럼 올해는 그냥 제대로 미쳐볼라요~
그려...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가 미치는 것 보다야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낫지...
아이들과 남편만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지난 20년...
더 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클 뿐 후회는 없습니다.
다만...내가 점점 지쳐가고 있다는 것이 크게 느껴집니다.
광주와 전주 공연만 다니던 아낙이 올해 들어서 여기저기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니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미치지 않기 위해 제대로 미친 아낙이니깐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여수공연엔 또 뭘 해놓아야할 지 벌써부터 고민입니다.
육개장이 질릴법도 한데 아직까지 밥 먹을 때마다 찾으니 할 말을 잃은 아낙~
돌산갓을 사서 공연내내 들고 다닐 수도 없고 ㅋㅋ
갓김치와 물김치 중 뭘 담글까 고민 좀 하렵니다~
아낙네 가족이 함께 하게 될 광주공연...
의정부 공연에 다녀온 아들이 아빠에게 말합니다.
공연 보고나서 후회는 안할거에요~
얼마나 재밌고 멋있는 지 보고나면 알게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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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1999-10-23 | 9527 |
11 댓글
은솔
2011-10-23 17:31:57
언제나 아낙님을 응원해주는 가족들이 있기에 힘이나 보이는 아낙네님~~
맛있는 김치에, 국 준비해놓고 담주 토요일 여수에서 뵈어요^^
필에꽂혀
2011-10-23 23:52:23
아낙네님...파이팅 입니다^^
◎aromi◎
2011-10-24 07:18:03
아낙네님 어디 가서 남편과 아이들 자랑할만 하네요.
참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가족입니다.
가족 모두가 사랑으로 똘똘 뭉쳐 있네요.
글 읽는 내내 미소가 가득~~~
아낙네
2011-10-24 21:03:08
글 제목이 너무 자극적인 듯하여 바꿨어요...
조용필님이라는 이름 하나로 모인 이 공간이 아낙에겐 그저 좋습니다~
좋은 공연을 보여주시는 조용필님과 위대한 탄생 ...
그리고 팬클럽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조용필님 덕분에 전국일주를 하고 있습니다 ㅎㅎ
예스
2011-10-24 22:23:19
처음 제목도 좋았었어요.. 공감이 가는..
전 매주 공연장으로 달려가는 마음 다잡느라 미칠지경이거든요.
저도 광주 공연보러 가는데 뵐 수 있길 바래요..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가족애가 가슴 뭉클하게 하네요^^*
필사랑♡김영미
2011-10-24 23:18:57
공연 한번 가려면 집안일에...
이것 저것 준비해놓고 가시느라 바빠지는 주부님들~ 전, 주부는 아니지만 충분히 공감이 가네요..ㅋㅋ
가족들의 따뜻한 배려를 글 속에서 느끼면서, 힘듦 속에서도 늘 사랑이 넘치는 것 같아요.
올해는 무조건 하고 오빠에게 올인 하시겠다 선언하셨다더니...
매주 그 먼 광주에서 힘들겠지만, 그래도 화이팅~!! 입니다.^^*
마이헤븐
2011-10-24 23:35:22
아낙네님 오빠에게 올인!멋진데용 ㅎㅎㅎㅎ
우왕~~~저두 광주 공연 갑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나이 쫌 어린 광주 친구랑 함께..
꿈의요정
2011-10-24 23:45:06
멋진 아낙네님~ 가족분들도 그렇구요.
사진들보면 참 재미있게 사는 가족들이란걸 느낍니다.^^
힘든것을 즐길줄 아는 아낙네님이야말로 최고로 멋집니다.
여수에서 만나요~~~~
아낙네님~ 늘 건강하세요.
정 비비안나
2011-10-25 02:07:44
아낙네님 가족분들의 따스한 정을 느끼고 갑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화이팅하세요~~!
blue sky
2011-10-25 06:56:58
최고의 가족분들이시네요
언니 형부 모시고 여수 갑니다
여수에서 봐요~~!!
햇빛한줌~
2011-10-29 07:06:30
아낙네님..힘들어도 행복한일 기다리고 있으면 절로 힘이나지요.^^